오늘이 그날이다. 내 가슴을 설레게 했던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날이다. 아침에 어머니 병실에서( 어머니는 넘어져서 타박상 아픔으로 잘 걷지 못하시다가 이제 한 두 걸음 옮기신다. 모레 퇴원하신다) 그림공책 꺼내 놓고 무얼 적으려고 날짜를 적는 데 12월 10일이다. 스무 살 젊은 때 평화와 통일, 인권을 배우고 익힐 때 들은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날은 유신을 지나 전두환 군부독재를 살아가는 인권유린시대에 어둠을 비추는 횃불이었다. 마치`통일은 됐어`완성될 통일을 꿈꾸어 오늘 통일을 사신 늦봄 문익환 목사님처럼 `인권` 이 말을 들으면 완성된 인권을 사는 듯 꿈을 꾸었다. 희망차고 기쁨이 컸다. 국가보안법도 백골단도 이겨내는 희망이었다. 오늘 아침도 다른 생각없이 어둠을 가르고(겨울이라 7시지나면서 동트더라) 어머니 아침 챙겨드리러 병원엘 갔는 데 12월 10일! 공책에 날짜를 적다가 무디어진 가슴을 일깨워 다시 설렌다. 2013년 12월 10일 다시 인권을 되새긴 날에 남아프리카 공화국 넬슨 만델라께서 저 하늘에 별이 되신다. 저 어둔 땅 남아프리카에 빛을 비춘 별, 인종차별을 끝내고 진실과 화해로 정의를 세운 넬슨 만델라 . 고맙습니다. 잘 가십시오.
2016년 12월 10일, 페이스북에 3년 전 오늘이라고 올라온 기억을 보고 부끄럽다.
2013년 12월 10일 넬슨 만델라께서 돌아가셨구나.
글 가운데쯤 ‘통일은 됐어’ 문익환 목사님 삶이, 정신이 써져있다.
그리고 인권! 스무 몇 살 때 인권을 배우고 꽤 오래 설레던 낱말 ‘인권’을 요새도 가끔 노동인권이니 무슨 인권이니 하며 글로 써먹긴 했으나, 그리 살지 못했다.
울컥 속울음이 올라오고 온 몸이 떨려오던 ‘인권’이 그저 쓰이는 낱말이 되었구나.
6·10만세나 5·18, 6·15, 4·16 그리고 내 동무 생일날 말고, 내가 기억하는 기념일이 둘 있다.
4월 20일 곡우穀雨고 장애인 날이다.
차茶를 배울 때 가장 여린 잎을 따서 만드는 우전차가 곡우穀雨, 곡식에 비를 내린다는 절기 전前에 딴다는 것을 들으면서 4월 20일이 곡우고 또 그날이 국가지정 기념일인 장애인 날이란 것을 알았는데, 두 날이 겹쳐 그런지 그냥 몸에 새겨있다.
그리고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
스무 몇 살 군부독재에 짓 눌려 어둡고 슬픈 날에 무슨 비밀약속을 받은 것 마냥 설렌 인권선언일!
2016년 12월 10일 오늘, 다시 인권선언일 아침에 떨림이 무디다.
약속을 잊고 꿈을 잃어버린 나를 보니 슬프고 부끄럽다.
어제 2016년 12월 9일 박근혜 탄핵이 가결된 것이 단지 박근혜를 심판하는 게 아니라 꾸며진 박정희 신화를 벗기고 친일·친미 사대주의를 깨고 나가야할 새로운 시작이듯, 오늘 12월 10일 인권선언일은 내가 잊어버린 약속, 잃어버린 비밀 ‘인권’을 되찾는 새로운 날이겠다.
오! 인권, 설렘이여 내게 오라.
떨림, 내 온몸을 흔들어 정신을 깨워 일렁이게 하라.
2016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 아침에 ‘인권갱신’ 잃어버린 나를 되잡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