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초와 초콜릿을 만들어서 얼마에 팔지 가격을 정했어요. 판매하기 전에는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반응이 좋았죠. 가격이 너무 비싼 것이 아니냐고 묻는 아주머니도 있었는데,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들었다고 설명 드리니 결국 사가시더라고요. 난생 처음 해보는 색다른 경험이었고, 경제라고 하면 어렵게 느껴졌는데 편견이 사라진 것 같아요."(정승연 신길중 2)
중학생들은 경제수업을 딱딱하고 지루하게 느끼기 쉽습니다. 더군다나 전체 사회교과 속에서 단지 하나의 단원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적인 교육을 기대하기도 힘듭니다. 자유학기제를 잘 운영하고 있다는 각 지역 학교들에서 경제관련 프로그램만이 드문 이유입니다.
그런 점에서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신길중학교를 주목할 만합니다. 경제활동을 넘어 사회참여, 봉사, 진로탐색 교육을 융합한 신개념 경제교육활동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길러주는 '비즈쿨'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입니다.
비즈쿨은 물건의 제작 기획, 제작, 판매 활동, 판매 결과 분석을 통해 다양한 장소에서 판매 프로젝트를 실시하는 활동을 가리킵니다. 2013년부터 시작됐으며 △자유학기제 자율과정 진로적성 선택프로그램 △자율동아리 △외부기관 연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됩니다.
진로적성 선택프로그램 '신길비즈쿨'반은 자유학기제 시작 첫 해인 2013년, 학교 축제 기간에 직접 만든 허브비누를 판매해 수익을 얻었으며, 판매 후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분석해 그 결과를 추후 제품 제작에 활용했습니다.
특히 비즈쿨은 외부 기관과의 연계활동을 진행합니다. 경기지방 중소기업청과 협약을 맺고 중소기업을 방문하거나 전통시장의 개선 방안을 탐구하는 등 창업 의식과 모험정신 습득을 위한 활동을 수행합니다. 예컨대 비즈쿨 자율동아리 '애플민트'는 경기지방 중소기업청과 연계해 수원의 전통시장인 지동시장에서 자신들의 허브비누 제품을 판매했으며, 제품의 다양화를 위해 향초, 초콜릿 등을 추가로 제품화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다른 자유학기제 선택프로그램과 협력활동도 추진합니다. 화훼를 이용한 디자인 작품을 판매하는 'D·M·D'반과 함께 3학년 졸업식에 꽃다발과 초콜릿 판매활동을 실시해 100% 판매율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판매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어떻게 쓰일까. 허은숙 신길중 비즈쿨 담당교사는 "학생들과의 토론을 통해 봉사기관에 기부하기로 했다"며 "더 나아가 수익금의 일부로 선택프로그램 '요리조리'반에서 김장을 담가 김치를 기부하기도 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비즈쿨 참여 학생들은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전했습니다. 윤세희양(신길중 3)은 "비즈쿨에서 스스로 사업가가 되는 체험을 할 수 있어 즐거웠다"며 "비누와 스킨 등 직접 만든 질 좋은 물건을 판매하면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허 교사는 "경제활동을 통해 사회에 유의미하고 긍정적인 가치에 힘을 보태는 경험을 갖게 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기보다는 스스로 경제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중요성과 함께 잘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밑바탕에 깔고 경제활동을 유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헌순 신길중 교감은 "비즈쿨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가 계획하고 준비한 판매행사 '새뿔콩장'이 지역주민들의 호평을 받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