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의총서 만장일치로 통과 경찰 개혁·언론 개혁법도 추진 내부 여론조사서 찬성 의견 높아 지지층 표심·檢 집단반발도 영향 민주 강성 지지층 문자폭탄 압박
더불어민주당이 12일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당론으로 채택하며 당내 반발이라는 1차 관문을 넘었다. 그러나 4월 처리를 못박으면서 국민의힘과 정의당, 검찰과 법조인단체들이 모두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고립됐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정책의총에서 검찰·언론 개혁 입법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법안 통과 시 공포는 3개월 후 발효라 그 후 수사권 분리가 된다”면서 “그 이후 수사권 분리에 따라 수반돼야 할 조치를 취해야 하고 경찰개혁도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검토 중인 ‘검수완박’ 법안은 형사소송법 196조에 규정된 검사의 직접 수사 권한을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 참사) 수사권을 명시한 검찰청법 4조의 단서 조항들도 모두 삭제된다. 대신 형사소송법 197조 3항을 신설해 경찰 직무에 관련된 범죄를 비롯한 일부 사안으로만 수사 범위를 제한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의총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발에도 당론 채택 결정을 내린 것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기 전 검수완박을 마무리하지 못하면 5년 동안 개혁 법안 처리가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비대위원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개혁에는 시기가 있다”고 했다. 더욱이 검찰이 집단적으로 반발하면서 중립지대에 있었던 민주당 의원들도 검수완박에 반대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도 문재인 대통령과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를 ‘보호’해야 한다며 문자폭탄 등으로 의원들을 압박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감시하고, 검찰도 집단적으로 반발하니 당론 채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개혁과 관련한 내부 여론조사에서도 4월 내 법안 처리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높게 나온 점도 지도부가 자신감을 갖게 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당내에서는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검찰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지지층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의원총회 모두발언에서 “지방선거에 지고 실리를 잃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한 것과는 반대되는 논리로 검수완박을 추진한 것이다.
다만 4월 처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172석의 의석수를 내세워 상임위 처리에 속도를 내 법제사법위원회 단독 처리에 이어 본회의까지 법안을 상정할 경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라는 마지막 관문을 넘어서야 한다.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기 위해서는 재적 의원의 5분의3인 18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172석인 민주당은 정의당(6석)의 동의 없이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를 종료할 방법이 없다.
또한 국민의힘과 검찰뿐 아니라 진보진영인 정의당과 시민사회도 4월 처리를 반대하는 것은 민주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해 언론중재법을 단독 처리하려고 시도했지만, 정의당과 시민사회 등이 반발하며 ‘개혁의 명분’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데 실패한 바 있다.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비열한 술수도 하루 이틀" "축소, 부실, 지연 수사 등 '권력 비리사건' 수두룩..그런다고 지은 죄 덮어지겠나" "국민 정서에 해로운 '더불어 횡포'... 수사·기소 분리, 與野 간 충분한 논의 거쳐야 할 사안" "더 이상 '삐뚤어진 검수완박 사랑'으로 갈등 증폭시키지 말라... 지금은 민생과 싸울 때"
김정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기획·조정분과 상임자문위원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을 결정한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뭐 하다가 지금 와서' 급해졌나. 순수한 목적으로 보기 어려운 검수완박"이라며 "진짜 속내가 무엇인가"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정화 상임자문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숙의된 노력은 '걷어 차고' 검찰의 수사권은 '박탈하려는' 민주당"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김 상임자문위원은 "'오매불망'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가. 비열한 술수도 하루 이틀"이라면서 "축소, 부실, 지연 수사 등 논란을 자초한 '권력 비리사건'이 수두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다고 지은 죄가 덮어지겠는가. 국민 정서에 해로운 '더불어 횡포'다. 수사·기소 분리는 논의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관련 기관의 의견 수렴과 여야 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이뤄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벌써 임대차 3법 졸속 처리 부작용을 잊었는가. 정치는 '놀이'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고뇌'"라며 "더 이상 '삐뚤어진 검수완박 사랑'으로 갈등을 증폭시키지 말라. 검찰과 싸울 때가 아닌 민생과 싸울 때다. 지금은 그럴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을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측은 "문재인, 이재명 방탄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만 법 시행 시점은 3개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민주당은 유예 기간 동안 검찰이 갖고 있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산업, 대형참사)를 어디에 넘길지에 대해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경찰에 대한 견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감찰 기구를 설치하고, 검찰의 통제 기능은 남겨두는 등의 보완책도 함께 마련키로 했다.
이와 관련해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검수완박이 정말 필요했다면, 민주당은 작년 1월 검경수사권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했다"면서 "결국 검수완박 법안 강행은 대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자,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