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ospheric River
이번엔 2023년 3월에 미국해양대기청이 소개한 '대기의 강'이야기입니다.
이것은 마치 하늘에 흐르는 강처럼 수증기를 잔뜩 품고 열대지방 밖으로, 즉 온대지방쪽으로 운반된 상대적으로 가늘고 긴 띄 모양의 대류 흐름인데요.
그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지만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에서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해안까지 흐르는 '파인애플 익스프레스'라는 대기의 강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었던 기상대류현상이지만 해수온도가 1도만 상승해도 대기中 수증기量이 무려 7%나 올라가기 때문에 그 파괴성이 점점 더 극단적이 되고 있어 그로 인한 피해가 막심하다는데요.
따뜻한 태평양을 지나며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대기가 미국 서부 해안에 상륙해서 높은 산맥에 가로 막히면서 캘리포니아에 폭우 형태로 다 쏟아놓는다는 것인데, 1950~2008년 사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대기의 강이 폭우의 92%를 유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주변 동네에는 도리어 비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아 콜로라도江이 말라버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2006년 6월 하순, 제가 사는 인제에 단 3일 동안 거의 1년 치 비가 다 쏟아지는 바람에 40여 명이 죽고 수천억원의 피해를 입었던 것도 무관치가 않다고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비가 오는 동태를 보면 한번 왔다하면 하루에 100, 200mm는 가뿐히 넘게 오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우리나라 인근 해역의 수온이 1.8도 오르는 등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로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데 이번에 중국 남부 광동성에서부터 올라온 강력한 비 구름 띠도 같은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기상청에서 '집중호우'라는 용어를 써왔지만 앞으로는 '대기의 강'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쓸 것 같습니다.
인제군은 동쪽에 캘리포니아처럼 시에라네바다 산맥만큼은 높지 않아도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고 길게 병풍처럼 늘어선 태백산맥이 자리하고 있어 비가 한번 왔다하면 정말 장난아니게 옵니다.
그나마도 이게 인제군까지 오기 전에 높은 산들이 많은 홍천군 서쪽에 상당량을 쏟아붓고 오니까 망정이지 그대로 온다면 생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할겁니다.
이번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비도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에는 엄청나게 왔지만 인제지역에는 20mm 정도로 그저 땅을 촉촉히 적셔줘 모내기 준비와 산불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대기의 강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얼마나 수증기를 많이 품고 오냐, 어느 동네로 지나가느냐가 문제죠.
하필 어린이날 비가 오냐고 투덜대는 사람들도 있고, 비가 좀 더 와야 카약타기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이건 사람 목숨과 재산이 걸린 것이니 간단히 생각할 게 아닙니다.
이건 뭐 대기의 강을 딴 데로 돌릴 방법도, 예방할 방법도 없고, 그러기에도 이미 늦었습니다.
그저 언제든 올거라는 건 분명하니까 빗물이 잘 빠지게 대비하고 집이 쓸려나가지 않을 정도로 내리기만을 기도하는 수 밖엔 없습니다.
이게 중국쪽에서 우리쪽으로 오고 있다는 걸 Windy라는 날씨예보 서비스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서 더 고통받네요.
그렇다고 안 볼 수도 없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