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에 길을 걸으면서 조용히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하거나 등산을 할 때도 사람과 떨어져서 혼자서 조용히 노래를 부른다. 노래는 나의 취미고 꿈이다.
노래를 부르면 좋은 것이 많다. 우선 기분이 시원해 져서 좋고, 목울대를 부드럽게 훈련해서 좋고, 걸으면서 나직하게 부르면 온몸 운동이 되어 더욱 좋다. 어려운 가사를 외우다 보면 두뇌훈련이 되고 치매예방이 된다고 하니...좋은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리고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니 부담이 없어서 좋다. 그런 결과로 간혹 이 불출(不出)의 위인(爲人)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면 흐뭇한 보람도 챙기게 된다. 기념식 하는 곳에서는 시간 메우기 풋내기 가수(...)로 대접을 받을 때가 있고, 그럴 때면 나이도 잊어먹고 시원찮은 실력도 아랑곳 하지않고 멋대로 우쭐 거리기도 한다. 여하튼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따분한 인생을 조금은 윤색(潤色)을 할 수가 있어 좋기만 하다.
얼마 전에만 하더라도 남산기슭에 있는 서울문학의 집에서 어느 유명인사의 출판기념식이 있었다. 방문록에 이름을 적는데 마침 식의 진행을 맡은 사람이 와서 정한 시간은 지켜야 하니 사람이 모두 모일 때 까지 노래 몇 곡을 하면서 시간을 차지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 말로 응급처방으로 나를 택한 것이다. 내가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귀띔을 받은 모양이다.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이라 속으로 은근히 좋아하면서 겸손하게 그러마고 대답은 했다.
그런데 대답은 했지만 곡목 고르기를 소홀히 하고 말았다. 하루 전쯤 부탁을 받았더라면 노래연습도 조금 하고 곡목도 신중하게 고를 것이었다.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 레퍼토리를 얼마 전에 구체적으로 종이에 적어 본 적이 있다. 1960, 70년대의 올드팝을 38곡쯤 부르고, 일본엔카 열 여섯 곡 그리고 한국노래를 마음 편하게 부를 수 있는 곡이 아홉 개 쯤 되었다.
그러니 선곡은 그때의 분위기에 따라 어느 정도 자유가 있었다.
오시는 분들이 인생의 원숙한 노년기에 접어든 문단의 원노(元老)들이라 조금은 더 신중했어야 했다. 1960년대 초에 앨비스 플레슬리가 불렀든 'It.s now or never' 와 엔리코 카루소가 부른 'o sole mio'를 불렀다. 엄숙한 자리라 그런지 내가 생각해도 음정이 불안한 것 같았다. 차라리 그날 곡목은 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 나 페리 코모의‘and I love you so' 같은 노래를 불렀다면 조용하고 감미로운 분위기에 일조했을 것이다.
나는 요즘엔 빈센트 반 고흐를 주제로 한‘vincent' 부르기를 특히 좋아한다. 돈 맥클린이 불렀든 노래다. 독특한 개성이 넘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그는 고갱과의 불화로 자신의 귀를 자르고 가난과 고난에 지친 삶과의 치열한 투쟁으로 살다가 끝내는 자살로 마감한 인물이다. 그 당시 사람들은 반 고흐의 천재성을 전연 인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죽기 전까지 약 1,250점의 유화를 그렸지만 단 한 점 만을 팔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동생 테오에게 "너 하나만이라도 내 작품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면..."하고 탄식을 했다는 것이다.
돈 맥클린은 보기드문 지성파 가수이자, 작사가요, 작곡가이다. 그는 반 고흐의 전기(傳記)를 읽었고 '별이 빛나는 밤'의 그림을 보고 상당한 충격과 영감을 받아 이 노래를 완성했다고 한다. 고흐의 그림도 좋지만 감정 표현이 풍부한 돈 맥클린은 노래로서 색깔을 표현했고 그리고 청각의 시각화를 시도한 노래를 불렀다.
Starry, starry night:
Paint your palette blue and gray.
Look out on a summer's day
With eyes that know the darkness in my soul.
Shadows on the hills.
Sketch the trees and the daffodils;
Catch the breeze and the winter chills
In colors on the snowy linen l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Starry, starry night:
Flaming flowers that brightly blaze;
Swirling clouds in violet haze
Reflect in Vincent's eyes of china blue.
Colors changing hue:
Morning fields of amber grain,
Weathered faces lined in pain
Are soothed beneath the artist's loving hand.
Now I understand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 did not know how.
Perhaps they'll listen now.
For they could not love you
But still, your love was true.
And when no hope was left inside
On that starry, starry night
You took your life as lovers often do.
But I could've told you, Vincent: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Starry, starry night:
Portraits hung in empty halls:
Frameless heads on nameless walls
With eyes that watch the world and can't forget;
Like the strangers that you've met:
The ragged men in ragged clothes.
The silver thorn, a bloody rose
Lie crushed and broken on the virgin snow.
Now I think I know
What you tried to say to me,
how you suffered for your sanity
how you tried to set them free.
They would not listen; they're not listening still.
Perhaps they never will.
별이 빛나는 밤입니다.
파렛트에 파란색과 회색을 칠하세요.
내 영혼에 깃들인 어둠을 알고 있는 눈으로
여름날에 바깥을 바라보아요.
언덕 위의 그림자들
나무와 수선화를 그리세요.
미풍과 겨울의 찬 공기도 화폭에 담으세요.
눈처럼 하얀 캔버스 위에 색을 입히세요.
당신이 이제 무얼 말하려 했는지 나는 이해합니다.
당신의 광기로 당신이 얼마나 고통 받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자유로워지려 노력했는지
사람들은 알지도 못했고 들으려고 하지도 않았지만
아마 그들은 이제는 듣고 있을 거예요.
이렇게 일절로 시작한 노래는 길지만 지루하지가 않아서 좋다.
특히 This world was never meant for one as beautiful as you.
-이 세상은 당신같이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곳입니다-하고 외치는 가수의 애절한 모습이 마음에 든다. 감미로운 선율에 빈센트에 대한 사랑과 추모가 어우러져 팝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까지도 널리 알려졌든 1970년대의 팝의 클래식이라 할 수가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박물관에서는 한때 이 노래가 매일 연주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괴짜 천재화가와 지성파 가수가 잘 어울리는 노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