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통영 수우도를 가느라 6시30분 출발이다. 지난밤 대한민국의 관심인 국회위원 선거 개표로 인해 자다깨다 하다보니 비몽사몽이지만... 아침대용으로 준비해준 따끈따근한 마구설기와 달콤한 커피 한잔으로 길벗과 삶속에 이야기를 꺼내본다.
남쪽을 향해 달리는 차창밖은 계절의 순환으로 어김없이 봄. 온통 봄빛이다. 아름다운 한폭의 유화그림들이 보라. 분홍.노랑.핑크.연두.하양빛의 꽃들로 그 향연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맑고 순한 연두빛은 연분홍 봄꽃이 지고난뒤 초록이 짙어지기전 찰라의 봄으로 산자락을 타고 올라가는데 그 빛깔이 너무 아름답고 좋다. 바라만보고 있어도 세파에 찌든 장기들이 깨끗이 순화되는 상쾌함으로 그 싱그러움의 빛깔에 황홀하다. 한주일마다 다르게 자연이 베푸는 전시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린 행복한 사람들이다.
삼천포항 10시10분 도착. 수우도가는 배는 10시 30분. 승선하러 가는 길에서 수산물 경매하는 소리가 요란하다. 이곳이 남파랑길 34코스 코끼리 길이란다. 흐린 하늘가에 올망졸망 작은섬들이 푸른 바다에 둥실 기대어 있다. 섬으로 가는 길은 애틋함이 묻어있다. 특별한 추억이나 삶의 흔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그곳은 생면부지의 초행길이라도 뱃전에 펄럭이는 깃발처럼 셀렘이다. 달리는 배를 따라 날으는 갈매기들의 비행은 더없이 평화롭고 잔잔한 바람의 숨결은 민트향처럼 청량스럽다. 소처럼 생겼다는 수우도(樹牛島)는 사랑도 면에 속해있는 약20여가구의 작은 섬이다.
선착장에서 마을 어귀길을 왼쪽으로 돌아가니 테크 계단이 가파르게 등산로로 안내한다. 손을 내밀면 닿을듯 가깝게 펼쳐진 오른쪽의 사량도 지리망산은 우리 산악회에서도 몇번갔던 곳이기도 하다. 발바닥에 편안하게 전해오는 흙길의 촉감과 싱그러움이 묻어나는 숲길엔 아직도 빨간 동백꽃 몇송이가 화사하게 산객을 맞아주고 있다. 좁은 등산로에서 가뿐 숨 몰아쉬며 바위길로 올라서니 확 터진 바다의 조망이 장쾌하다. 그 아래 작은 고래 바위도 앙증맞고. 와....좋다....좋다. 푸른 물결위로 멀게 가깝게 자리잡은 많은 섬들이 한폭의 그림이다. 바위 아래로 아찔한 절벽에 아찔. 움찔...오금이 절인다. 그래도 집 나오면 동심인 우리들 기념샷으로 추억도 만들고 ㅎㅎㅎ.. 전망 좋은 최고의 뷰를 자랑하는 고래바위에서 풍성한 식탁도 차려놓고..후식까지 금사과로 한입 밀어 넣으니 어찌 꿀맛이 아닐까?
섬 둘레 능선을 따라 또 한번 무거워진 다리로 가파르게 오르는 신선봉 그리고 은박산 정상을 향해 한발한발 옮겨본다. 젊은 회원들은 급 비알길 아래 해안선에 있다는 해골바위가 못내 궁금한가부다.. 건너편 뽀족 바위 급비알길에 위험하게 놓여진 밧줄이 겁을 준다. 몇일전 큰사고가 있었다고 하는 두려움에 호기심을 만류하고... 흐렸던 하늘도 말끔히 올라간 섬 둘레길. 발 아래서 들려오는 파도들의 하모니에 꽃보다 예쁜 연두빛 길을 걷노라니 오래된 나무에서 뿜어져 나오는 향기에 매료가 된다. 섬 한바퀴 걷는 은박산 능선 둘레길은 곳곳에 마련된 널직한 평상들도 정겹고... 오래된 동백나무들의 매끄러운 몸통들도 연륜이 묻어나고 사나운 태풍에 일그러진 소나무들도 이 섬의 주인답다. 가볍게 오르내림으로 은박산 정상에 도착하니 노박사님께서 무거운 막걸리를 지고와 행복한 웃음을 안겨준다. 산행으로 땀을 한바탕 흘린뒤 마시는 막걸리 한잔의 묘미는 최고다. 은박산 정상에서 지그재그로 내려서는 하산길은 만만치 않았지만 곧 이어지는 푸른 푸른 바다 모래 해변길이 또 행복 만땅이다.
부회장님을 따라 쉽게 도착한 1시30분. 하산 완료. 선착장에서 족발을 곁드린 하산주와 누군가의 손길에서 나온 멍게의 쌉싸름 산뜻한 맛이 입맛을 사로잡는다. 파라솔 하나에 의지해 파는 섬주민들의 실한 고사리도 두룹도 조개살도 모두들 구입하고... 허지만 작은 섬이다보니 선착장에서 기다림은 딱히 갈 곳이 마땅치 않았고 간간히 빗방울도 지나가고 춥기도하고 까만 모기도 ... 근처 섬들을 돌아 돌아 도착한 오후3시45분 배가 반갑기만 했다.
다시 삼천포항에서 기다려준 노란 우리버스에 올라 7시20분 함안 식당으로 이동. 최고의 산악회답게 풍성한 돼지고기 김치찌게에 따스운 산촌나물로 차려진 저녁 만찬에 우리들의 입이 한아름 맛있게 더없이 행복한 하루를 마감하게 했다. 청주도착 오후9시 늘 고맙고 감사한 우리 산악회 대한민국 최고의 명품 산악회로 이끌어가는 회장님 총무님. 홧팅~~ 그저 또 한번 우리들 복이유^^~
첫댓글 눈에 선하게 느낄 수 있는 잼나는 일지 . 감사합니다.
회원님들 모두모두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건강하게 담주에 뵙겠습니다.
예쁜 글에서 싱그러운 푸른 봄이 잔뜩 묻어나는 하루의 기록...밤늦게 도착하셨는데 다시 한 번 하루를 밟아가는 수고로움에 감사드립니다. 댓글은 늘 단골손님들이 도맡아 쓰시지만 조회수를 보면 제법 많은 분들이 읽어 보시는 것 같네요. 멋진 봄날 누리시고 다음에 봬요~~♡
고향와서 비쁘게 지내느나 이제야 봅니다.
너무 멋진 산행기! 섬으로 향하는 설렘을 뱃전에 펄럭이는 깃발이라고 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표현이 아니지요. 길고 자세하고 정겨운 산행기 산행보다 더 멋진 산행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