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출혈(腦出血)
지난 8월 1일 새벽 서울 온누리교회(1985년 창립, 등록교인 7만6천명) 하용조 담임목사(1946년 평안남도 진남포 출생, 장로회신학대학 졸업)가 뇌출혈(腦出血)로 쓰러져 급히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되어 수술을 받았으나 수술 후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8월 2일 오전에 향년(享年) 65세로 소천(召天)하였다. 고(故) 하용조 목사님은 뇌출혈 발병 하루 전인 7월 31일 주일(主日)예배에서 설교(說敎)를 했다.
지난 9월 23일에는 제주도에 수학여행을 온 충남 모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숙소에서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숨졌다. 이 학생은 전날 밤 숙소 부근 족구장(足球場) 네트에 걸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바닥에 부딪쳤다고 한다. 이와 같이 뇌출혈은 갑자기 나타나며 나이, 장소, 계절에 상관없이 발생하여 사망에 이를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뇌혈관(腦血管) 질환이다.
인간의 뇌(腦)는 140억 개의 세포로 이뤄진 컴퓨터시스템에 비유되며, 무게는 약 1.5kg이다. 뇌는 대뇌, 소뇌, 간뇌(숨골, brain stem), 연수 등으로 나눠지며 연막, 지주막, 경막 등 세 겹의 뇌막(腦膜)이 보호하고 있다. 또한 두께 6mm내외의 단단한 두개골(頭蓋骨)에 싸여있다.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대뇌(大腦)는 좌우반구로 나눠져 왼쪽 반구(半球)는 주로 신체의 오른쪽 절반을, 오른쪽 반구는 신체의 왼쪽 절반을 지배한다.
뇌는 목 앞쪽으로 올라가는 두 개의 경동맥(頸動脈)과 목 뒤로 올라가는 두 개의 척추(脊椎)동맥으로 혈액공급을 받는다. 만약 이 동맥이 막히면 뇌경색(腦梗塞), 터지면 뇌출혈(腦出血)이 된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맞는 바람도 산들바람, 태풍이 있듯이 예로부터 몸속에서 ‘바람을 맞았다’는 뜻으로 불리어지는 중풍(中風)이라는 병도 역시 산들바람과 같은 가벼운 풍이 있는가하면 태풍과 같은 강한 풍도 있는 것이다. 뇌출혈이라면 태풍에 해당된다.
뇌출혈(腦出血ㆍCerebral Hemorrhage) 또는 뇌일혈(腦溢血)이란 두개골 안에 있는 혈관에 있는 피가 흘러 출혈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뇌혈관이 터져서 뇌 속에 피가 고이고, 이로 인해 뇌가 손상된다. 뇌출혈이 발생하면 뇌의 압력인 뇌압(腦壓)이 증가하여 출혈된 부위 주위의 정상적인 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거나 혈액순환 장애에 의한 이차적인 뇌경색으로 뇌손상의 후유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뇌출혈은 크게 뇌내출혈(腦內出血)과 지주막하출혈(蜘蛛膜下出血)로 나눈다. 뇌내출혈은 갑자기 뇌혈관이 터지면서 뇌 안에 피가 고이는 것이다. 지주막하출혈(거미막밑출혈)은 혈관벽이 약해져서 혈관이 혹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인 동맥류(動脈瘤)가 터지면서 뇌를 싸고 있는 지주막(거미막) 밑에 피가 고이는 것이다.
뇌출혈 원인은 외상(外傷)에 의한 출혈과 자발성(自發性) 출혈로 구분힌다. 외상에 의한 뇌출혈은 외부의 충격이나 압력에 의해 뇌 공간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출혈증세를 보이거나, 교통사고나 구타 등에 의한 외상으로 뇌출혈이 나타나기도 한다. 외상에 의한 뇌출혈은 급성경막(硬膜)출혈, 만성경막하출혈, 경막외출혈, 부두(頭部)외상 등이 해당된다.
자발성 뇌출혈은 인체의 신체활동이나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들이 뇌혈관을 돌면서 뇌혈관에 출혈을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자발성 뇌출혈에는 고혈압성(高血壓性)뇌출혈, 뇌동맥류(腦動脈瘤), 뇌동정맥(腦動靜脈)기형, 모야모야병(소아뇌졸중), 뇌종양(腦腫瘍)출혈 등이 해당된다. 백혈병, 혈우병 등 전신질환 환자에서도 뇌출혈이 일어날 수 있다. 뇌출혈의 대부분은 고혈압성 뇌출혈(약 60%)과 뇌동맥류 파열(약 20%)로 인하여 생긴다.
일본 오사카대학 코이치로 와다 교수가 뇌출혈 환자 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결과 ‘k S. mutans’라는 충치균(蟲齒菌)이 전체의 27%에서 발견됐으며, 건강한 사람 35명 중 9%에서 감염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들을 비교분석한 결과, 이 균에 감염되면 뇌출혈 위험성이 4배나 높아진다고 밝혔다.
이 충치균은 피부나 뼈 등을 만드는 콜라겐과 결합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특수한 종류이며, 이 균에 감염된 사람이 고혈압이나 흡연 등으로 혈관내피가 약해지거나 다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뇌출혈 발병률이 더 높아진다고 와다 교수 연구진이 설명했다. 이 연구논문은 네이처ㆍ커뮤니케이션 최신호(2011년)에 발표됐다.
뇌출혈은 갑자기 일어나며 평소와 다른 심한 두통, 현기증, 안면홍조, 구토 등이 생긴다. 몸의 반신에 편마비(片痲痺)가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약 80%)이다. 마비된 쪽 볼이 붓고, 축 늘어지고 침을 흘리며 그 쪽 팔다리를 움직이지 못하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뇌출혈이 생기면 환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구토를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환자를 발견하는 즉시 입안의 이물질을 모두 제거하고 편안하게 옆으로 눕혀야 한다. 또한 호흡이 원활하도록 몸에 조이는 옷들은 풀어 주여야 한다. 환자는 절대 안정을 요한다.
한편, 의식을 깨우기 위해 뺨을 때린다든지 심하게 흔들어 깨우는 행동은 오히려 환자에게 해(害)가 될 수 있으므로 삼가야한다. 민간요법으로 손가락을 딸 경우 오히려 통증으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며, 억지로 약을 먹이는 것도 기도(氣道)를 막아 질식할 수 있다.
뇌출혈은 출혈 부위, 출혈 양, 출혈의 파급양상에 따라 임상증상이 다양하다.
뇌출혈의 진단은 뇌 CT(컴퓨터영상)로 쉽게 진단할 수 있다. MRI(자기공명영상)은 CT보다 해상도가 뛰어나서 혈종의 병태생리학적 변화를 알 수 있게 한다. 자발성 뇌출혈 환자에 있어 뇌혈관촬영은 뇌동맥류나 동정맥기형(畸形)을 감별하는 데 유용한 검사이다.
뇌출혈 예방을 위해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신장병 등 만성질환 관리와 더불어 금연, 절주, 규칙적인 운동, 정상 체중 유지, 스트레스 관리 등을 실천해야 한다. 또한 머리 부위에 외상(外傷)을 입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특히 고혈압은 뇌출혈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장기간의 고혈압으로 뇌혈관 중에서 작은 동맥인 관통 혈관이 초자성 변성을 하거나 미세 동맥류를 형성한 상태에서 수축기 혈압이 200mmHg 이상으로 오르는 환경에서 가장 약한 혈관 부위에 파열이 일어나 출혈이 생긴다.
치료는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보존적 치료는 우선 혈압을 적정수준으로 조절하고 출혈과 관련하여 뇌의 압력이 높아지는 데 대한 치료와 더 이상의 출혈을 방지하는 치료 등을 한다. 수술적 치료는 뇌를 열고 혈종을 제거하는 방법과 도관을 혈종이 있는 부위에 삽입하여 혈종을 녹여 빼내는 방법 등이 있다. 동맥에 생긴 주머니 모양의 동맥류(動脈瘤)가 터져 생기는 ‘지주막하출혈’인 경우 반드시 수술을 하여 동맥류를 없애야 재출혈의 위험이 없어진다.
뇌 조직은 한번 손상이 되면 재생이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 뇌기능이 재배치되어 신체 마비는 수개월에 걸쳐 어느 정도 회복될 수 있다. 이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해야 한다. 즉, 뇌졸중(腦卒中ㆍstroke) 후유증(後遺症)으로 인한 장애(障碍)는 완전한 회복은 불가능할지라도 장애를 감소시킬 수 있다.
재활치료(再活治療) 후 회복은 신경학적 회복과 기능적 회복으로 구분할 수 있다. 신경학적(神經學的) 회복은 출혈성 뇌졸중을 제외하고 약 90% 정도가 3개월 이내에 가능하다. 그러나 기능적(機能的) 회복은 여러 요인의 영향으로 6-12개월 정도 지나서 가능하다.
운동은 기능적 회복을 돕는데 상당히 중요하다. 뇌졸중 환자의 운동 재활을 위하여 근력, 관절운동 범위, 운동 패턴, 감각 및 지각능력을 평가한다. 운동의 목표는 마비된 쪽의 운동의 질을 개선하여 뇌손상의 한계 내에서 가능한 한 양쪽 팔다리가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 환자에게 권장되는 운동은 유산소 형태의 심폐기능 강화운동, 근력 강화운동, 불안전한 보행(步行)으로 인한 낙상(落傷)을 예방하기 위한 균형능력회복 및 기능운동 등이다.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위하여 스트레칭 운동을 반드시 하여야 한다. 일반적인 재활운동(再活運動)보다 더 많은 인내와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간혹 우울증(憂鬱症)에 노출되기도 한다. 이에 지속적인 동기부여와 개인의 목표의식 재확인, 가족의 지원 등이 중요하다.
글/ 靑松 朴明潤(한국보건영양연구소 이사장, 대한보건협회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