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산천 여정旅情 / 김두환

[최양순]

가을 산천 여정旅情
                          김 두 환

늦가을 해질 녘.
벌겋게 타고 있는 단풍빛
덩달아 더 세게 휘돌리는
노을빛 그 빨강 불보라 종종種種

서로 시새우는 듯 시새우는 듯 겨루다
자허하여 부추기며 터수 불리는
의합 열기는 사방을 일깨우면서 어차에
나이는 많이 들었지만
아직도 드레는 한지 엷어서 흐느적대는
채동지蔡同知 허풍선도 은근히 꾹꾹
다잡아 충전시키고 쇠디우느라
손길 길게도 멀리 뻗쳐 휘어박네

저 먼빛 색색 채도彩度야 차차로
잔잔히 맑게 색즉시공色卽是空 나지만
뒷맛이야 영원한 계시啓示 아니겠는가
뒷소리야 끊임 없는 후원 아니겠는가
뒷눈질은 바르게 가는 지도 아니겠는가

자, 해변에 이냥 철썩대며
을씨년스레 울부짖다 울부짖다 달려와
나그네 가슴속을 헤집고 찢고 헝클어대다
다시 봉합하다 또 찢고 찢어 압도하는
파도 소리는 옛 한센병 주검들 원혼들
하소연인가 시퍼렇게 너울너울 둘러싸네
해당화 꽃빛 비빚비빚하네, 불현듯
낮달로 둔갑해 끈끈히 손 흔드네

멀리 방파제에 우뚝이 부릅뜬
등대燈臺는 양쪽에 문수文殊 거느리고
섟 안녕을 빌고 있네 방호하고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