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타(155) 제3권 일본 민족이 아닌 타민족은 모두가 마루타였다.
제13장. 원주민마을에 세균살포후 방역작업 명목으로
11절. 미요코, 드디어 후미코와의 만남
벽은 온통 하얗게 채색되어 있었고 기구는 깨끗했다. 옆에 있는 수도 세면대는 온탕과 냉탕으로 구분되어 있는 콜크 마개가 있었다.
깨끗하고 정돈이 잘 되어 있었으며, 남방 전선의 육군병원과는 달리 모두 의료기구가 반짝거리는 새 제품이었고, 독일제가 많았다.
깨끗하고 약품이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느꼈다.
통화를 마친 에이몬은 미요코와 함께 복도로 나가다가 의사와 함께 입원실 회진을 돌고 들어오던 후미코와 마주쳤다.
간호원실로 걸어오는 간호원을 보며 미요코는 그녀가 후미코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녀는 몸매가 아름답고, 얼굴이 부드럽고 예뻤다. 단번에 눈에 들어올 만큼 세련된 모습이었다. 무엇보다 눈이 크고 서글서글했다.
요시다 대위가 호수같다고 표현한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에이몬은 앞서 밖으로 나가려다가 걸음을 멈추고 뒤쪽에서 걸어오는 후미코를 보고 있는 미요코를 쳐다보았다.
"서로 인사 나눠요. 이번에 새로 온 가네스기 미요코 양이에요."
"안녕하세요?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미요코가 인사하자 후미코가 대답했다.
"731부대에 온 걸 환영해요."
미요코는 독신자 숙소 쪽으로 가면서 자신이 만난 요시다 대위의 애인에 대해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 그녀는 당혹스러웠다.
요시다 대위의 애인이 어떻든 그렇게 신경 쓸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자신이 마치 요시다
집안사람처럼 선을 보는 기분으로 그녀를 살펴봤던 것이다.
에이몬과 미요코는 트렁크를 함께 들고 식물연구소 앞을 지나 동향촌 11동으로 갔다.
그 앞길로 해서 독신자 관사로 향했다.
그쪽으로 가는 동안 판임관(判任官)과 고등관(高等官) 상급자에게 경례를 하다가 두 번씩이나 트렁크를 떨어뜨렸다.
"계급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간호원도 다른 군속 상급자에게 경례해야 하나요?"
미요코가 물었다.
"제9육군병원에서는 어떻게 했어요?"
"병동의 직속상관 장교에게만 경례를 해요."
"여긴 731부대 상급자에겐 모두 경례를 해야 해요. 간호원은 고원(雇員)에 해당해요. 하사관 정도의 계급이에요.
위관급 장교나 기술전문가, 초급의사, 수련의, 이 사람들은 판임관이라고 해요.
그리고 전문의사와 좌관급 이상 장교는 고등관이라고 해요. 우리는 판임관과 군속을 보면 경례를 해야 해요.
직속상관이 아니면 걸어가면서 하고, 직속상관은 걸음을 멈추고 해야 해요.
군인은 계급이 있어 분간하지만 군속은 가슴에 달린 별의 빛깔을 보고 계급을 알 수 있어요.
백색 별은 고원, 황색은 판임관, 자색은 고등관이에요.
이쪽 길 저 끝에 고등관 관사가 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가다보면 고등관을 많이 만나요."
"우리가 경례를 받을 계급은 없나요?" 하고 미요코가 웃으며 물었다.
"하하하, 우리는 쫄병은 아니예요. 우리 밑에 용인(傭人)이라고 있는데, 고원 수보다 더 많아요.
그 사람들은 일반 노동자, 기능공, 일반 사무원, 초급자, 견습자, 관리직 직원 등인데 가슴에 별을 붙이는 사람은 3백여 명의 소년대 대원이에요. 견습자이기도 하고 학생이기도 한 소년들이죠. 그 애들은 우렁차게 ‘안녕하십니까. 간호원님--,’ 하고 경례를 하며 지나가요."
그녀들은 독신자 관사 앞쪽에 있는 아파트로 들어갔다.
입구에 관리 군속이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관리과장이 두 개의 방을 비워 놓은 게 있는데, 그건 모두 한 달 후에 올 여의사를 위한 것이래요.
그래서 내가 한 달 후면 한 달 후에 생각할 일이지 왜 방을 비워 놓을 수 있느냐고 떼를 써서 얻었어요."
"고마워요, 주임님."
"날 주임이라고 부르지 말고 그냥 에이몬이라고 불러요."
2층으로 올라갔다.
아파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이 나왔다.
방은 하나였지만 주방과 욕실, 거실로 구분되어 있었고 혼자 사용하기에는 알맞았다.
방 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었는데 욕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하얀 타일로 바닥과 벽이며 천장이 덮여 있고, 샤워시설과 욕조가 있었다.
물은 냉탕과 온탕으로 나누어져 있고 변기는 좌변기였다. 언젠가 여행 중에 호텔에 한 번 묵은 일이 있었는데 그곳의 시설과 다름없었다.
그래서 731부대를 만주에서 가장 깨끗한 부대라고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숙소가 마음에 들어요."
"여긴 마음에 드는 것도 많고 마음에 안 드는 것도 많을 거예요. 그럼 쉬세요. 한 시간 후에 진료소로 들러요. 같이 식당에 가요."
"네, 고맙습니다, 주임님. 아니 에이몬--."
마사오카 에이몬이 나가자 미요코는 트렁크를 열고 옷이며 간단한 가구를 꺼냈다.
그리고 그녀는 욕실로 들어가 샤워 콕크를 틀어 보았다.
뜨겁고 차가운 물이 조종하는대로 흘러 나왔다.
그녀는 옷을 모두 벗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였다.
욕실 벽에 커다란 거울이 있어서 발가벗고 샤워를 하는 그녀의 알몸이 비쳤다.
미요코는 자신도 모르게 놀라며 두 팔로 가슴을 가렸다.
그러나 욕실 안에 자신만이 혼자 있으며 보고 있는 사람도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팔을 내리며 빙긋이 웃었다.
둥글게 부풀어 있었고, 젖꼭지는 빨갛게 돌출되어 있었다. 마치 욕망을 잔뜩 품고 분출할 곳을 찾아 부풀어 있는 것 같았다.
그 위로 샤워 물이 쏟아져 내렸다. 샤워를 마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며 미요코는 자신의 알몸을 거울에 비쳤다.
따뜻한 물로 적시어진 몸은 발그레하게 상기되어 있었고 피부는 통통하게 윤기를 내고 있었다.
키는 작았으나 허리는 잘록하고 둔부는 무척 컸다.
그녀는 스스로 자신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자기 몸에 반하는 것을 일컬어 나르시시즘(Narcissism)이라고 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았지만, 역시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다.
그 아름다운 몸과 순결은 꼭 사랑하는 사람에게 바쳐야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동료들이 병원장 오카다 대좌에게 유린되고 있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오카다를 생각하면 소름이 끼쳤다.
고운 피부에 소름이 끼치며 뻣뻣해지는 기분이었다.
오카다 대좌의 생각을 지우고 그녀는 요시다 대위를 생각했다.
그의 온화한 웃음이 떠올랐다.
수마트라 팔렘방 네덜란드식 성곽 아래를 산책할 때 무시 강에서 불어오는 강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가 병원장의 관사에서 자신이 손을 베었을 때 손수건을 꺼내 싸매 주었던 일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제 그는 생사를 알 수 없이 실종되었다.
처음이며 마지막이 될 것 같은 사랑의 감정을 느꼈던 남자에게 감정을 느꼈던 순간 그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그녀에게는 슬픈 일이었다.
그녀는 욕실에서 나와 옷을 입었다.
간호원으로 군속의 신분이 되었지만, 그녀에게는 아직 군속복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평복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부대를 둘러보고 싶어서였다.
왼쪽 길 건너 숲이 있고, 숲속에 신사(神社) 건물이 보였다.
관사 옆에 물이 있는 연못이 있고, 고등관 관사로 향한 길 앞에 그릴이 보였다.
미요코는 그릴 안으로 들어갔다.
근무시간이어서 그런지 그릴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모차르트의 교향곡이 흘러나오고 푹신한 의자에 고급 탁자며 샨데리아 등이 아름다웠다.
얼굴이 동그란 여자 군속이 미요코에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오늘 왔어요. 간호원 군속으로."
"어서 오세요. 앞으로 자주 뵙겠네요. 차를 드릴까요?"
"커피가 있으면--."
"기다리세요."
미요코는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았다.
말을 탄 장교 한명이 숲속으로 달려가더니 그 저편에 있는 넓은 연병장으로 빠져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고등관 관사로 향한 곧게 뻗은 길 양쪽으로는 측백나무와 상수리나무, 그리고 은행나무로 가득 차 있었다.
나뭇잎이 수마트라의 팔렘방처럼 숲이 우거지지는 않았으나, 나무들이며 넓은 벌판, 진흙과 마른땅들이 미요코의 의식에 새로운 감흥으로 느껴졌다.
부대는 어수선함과 공허함이 함께 느껴지는 듯했다.
대원들은 모두 바쁜 모습이었고, 비밀을 간직한 듯 했으며, 어떤 의미에서는 음모를 지닌 사람들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선의 긴장감 대신 무엇인가 신비에 싸인 모략의 위기감을 느끼게 하고 있었다.
미요코는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가 급전소(給電所) 뒤쪽으로 돌아 동향촌 관사 사잇길로 들어갔다.
관사의 앞마당에는 상추며 채소를 심어 놓았고, 그것은 파랗게 싹이 올라 와 있었다.
그 아래쪽 뜰에서 아이들 여러 명이 있었고 미요코가 지나는 집 마루의 기둥에 걸친 거울을 들여다보며 한 소녀가 긴 머리카락을 빗고 있었다.
열대여섯 살로 보이는 그 소녀는 머리를 감은 후인지 물기어린 긴 머리카락을 열심히 빗으며 거울을 쳐다보았다.
그 마당에 한 마리의 개가 앉아서 소녀를 바라보다가 길을 지나가는 미요코를 보고 짖어대었다.
그러나 개는 달려들지 않고 짖기만 하였다.
첫댓글 후미코 그리고 미요코 !
잘 봤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