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517
천자문134
동봉
0457오를 승陞
0458섬돌 계階
0459들일 납納
0460섬돌 폐陛
Sheng升 jie阶 na纳 bi陛
-섬돌위로 폐하전에 오르는이들-
(관에박힌 구슬일랑 반짝이는별)
오를 승陞과 들일 납納은 움직씨이고
섬돌 계階와 섬돌 폐陛는 이름씨입니다
중국 조정의 품계라고 다를 게 없겠습니다만
조선 조정의 품계는 문관 무관으로 나누고
이를 다시 정正과 종從으로 나누었으며
여기서 다시 9품계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상관 당하관이 있고
별정직이 있었기 때문에 매우 복잡했지요
오늘날 대한민국의 공무원 품계도
1급으로부터 9급까지입니다
지방공무원과 중앙공무원이 있고
지방공무원에도 인구의 비례에 따라
급수와 예우가 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가령 15만 명 이하의 지자체장은 4급이지만
15만 명 이상 50만 명 이하의 지자체장은
한 급수가 올라가 3급이 되지요
50만 명 이상 100만 명 이하의 지자체장은
다시 한 등급 위인 2급이 되고
100만 명 이상 800만 명 이하의 지자체장은
1급 공무원입니다
광역시도단체장은 인구에 상관없이 차관급이고
서울특별시장은 장관급입니다
그런데 실제 서울특별시장은 장관보다 세지요
중앙공무원에 대해서요?
"-----!"
공무원 품계가 9급까지임은
이미 누구나 다 아는 사실입니다
섬돌 계階 자와 섬돌 폐陛 자
다 같은 '섬돌' 인데 담긴 의미가 다를까요
으레 두 글자의 새김은 같습니다
'섬돌'이란 '서다'라는 움직씨와
'돌'이라는 이름씨가 만나
'섬돌'이라는 하나의 이름씨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섬돌'은 '앉음돌'이 아닙니다
'섬돌'은 서서 오르는 돌계단 섬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섬돌 계階 자는
일반 가정집에서도 쓸 수 있고
빌딩에서 아파트에서도 쓸 수 있습니다
좌부방阝오른쪽의 소릿값이기는 하지만
다 개皆 자가 '모두'란 뜻을 지닌 까닭입니다
다 개皆 자를 분석해 보면
비할 비比에 흰 백白 자를 두었는데
이는 벼슬을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위계가 없는 맨머리白頭,
위계가 없는 맨옷白衣 등은 품계가 없습니다
품계가 없다는 것은 초월이 아닙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 조직에는 분명 힘이 실립니다
그러기에 섬돌 폐陛 자가 등장하지요
섬돌 폐陛는 섬돌 계階와 다릅니다
섬돌과 관련된 한자가 더 있는데 보겠습니까
섬돌 계階/堦/阶
섬돌 체砌/矵/磜
섬돌 비坒/㘩
섬돌 내, 섬돌 래䧒
섬돌 폐陛/㙄 등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서 10자는 거기서 거기지만
섬돌 폐陛 자는 '대궐 섬돌 페'로 새깁니다
좌부방阝은 천자의 자리고
스승의 자리고
임금의 자리고
부모의 자리고
아내의 자리 등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 중에서도 폐陛는 천자의 자리이기에
폐하陛下라고 하면 천자를 칭함이고
전하殿下라고 하면 왕과 제후를 뜻합니다
각하閣下는 총리 등 고급 관리이고
저하底下/邸下라고 한다면
왕세자를 높여서 부르는 칭호입니다
폐陛는아홉 개의 돌계단입니다
'아홉' 곧 9라는 숫자는
자연수에서는 최고의 정점에 있습니다
구태여 국가공무원의 9개 급만이 아니라
자연수로서도 가장 높은 수
이 수를 다 지나 올라간 자리에
천자天子가 있고 황제皇帝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구한말에 이르러서야
황제를 모셨는데 바로 고종高宗이었지요
중국은 천자, 황제를 내세웠고
일본은 천황天皇을 내세웠습니다
이에 우리나라에서는 고종황제가 등극합니다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일본과 맞서려는 의도가 있었겠지만
일본은 우리 조선의 황제를 무시했지요
최초로 황제 나라를 선포하였으나 약했습니다
'계단을 오르다'에서 '계단'과 '오르다'는
섬돌 층계를 하나하나 밟아 오르는
동작의 모습을 얘기할 수 있습니다
조정의 뜨락을 가득 채운 관료滿朝百官들이
조정 모임朝會에 참석하기 위해
대전의 계단을 오르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꽤나 장관이었을 듯싶습니다
그런데 '계단'을 관료의 조직 단계로 보고
'오르다'를 '승진'으로 놓고 보면
계단을 오르는 관료들의 모습이
얼마나 더욱 아름답게 보이겠습니까
내 해석은 저우씽스의 생각과는 상관없이
진급한 관료들이 임면권자任免權者인
황제, 임금을 배알하러 오르는 모습입니다
예나 이제나 승진은 좋은 것이고
조직사회에서 진급은 누구나 꿈꾸는 것인데
한 마디로 신나는 일 아니겠습니까
0457오를 승陞/升
오를 승陞, 섬돌 계階, 대궐 섬돌 폐陛는
모두 좌부방阝부수에 들어 있습니다
움직씨 첫글자 오를 승陞 자와
이름씨 마지막 자 섬돌 폐陛 자는
모두 좌부방임과 동시에
흙 토土 자를 바닥에 깔고 있습니다
황제, 임금陛으로부터 승진을 통보 받고
아홉 돌계단을 오르는 신나는 시간입니다
낮은 곳土으로부터 오른升 뒤
땅土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분陛을 찾아
황제, 임금을 같은 높이比에서 뵌다는 것은
관료로서는 영광일 수 밖에 없겠지요
오를 승陞 자의 승升이 되 승升 자입니다
'한 홉' '두 홉' 하고 세어서
10홉合이 되면 이를 1되라 하며
1되는 1말斗의 1할割에 해당합니다
1되의 1할인 '홉合'을 홉이라 한 것은
손으로 움켜 담은 한 줌을 뜻하기도 하지만
윗입(술)亼과 아랫입(술)口 을 닫았을 때
입술 밖으로 삐져나오지 않을 정도
곡물의 부피를 '홉'이라고 한 것입니다
'홉'이라 발음할 때 두 입술이 모아지지요
뽀뽀 합合 자도 윗입亼 아랫입口의 만남입니다
엉뚱한 얘기였습니다만
열十 홉千들이가 꽉 찬 기쁨 만큼이나
오름升이란 역시 기쁜 일입니다
0458섬돌 계階/阶
앞서 설명이 끝났기에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다만 같은 섬돌의 뜻을 지녔으면서도
나무 목변木을 쓰면 사다리의 뜻이지요
梯 사다리 제
棚 사다리 붕
棧 사다리 잔
桟 사다리 잔
栈 사다리 잔
榌 사다리 비 따위가
섬돌 계階 자처럼 오르내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며 계단의 의미입니다
0459들일 납納
받을 납納, 바칠 납納으로도 새기며
거두어들이다, 수확하다, 받다, 받아들이다
거두어들여 간직하다, 헌납하다, 주다
헤어진 곳을 깁다, 꿰매다, 떠들다, 고함치다
접수하다, 납부하다, 누리다, 즐기다, 신다
혜택을 누리다, 머리를 숙이다, 낮추다
채용하다, 끌어들이다, 장가들다, 씨뿌리다
파종하다, 물이 배어 축축하게 되다,눅눅하다
예비로 함께 끌고다니는 부마, 곁마 등입니다
명주실, 명주옷은 비를 맞거나
물에 젖게 되면 오그라들어버립니다
내가 이를 알게 된 것은 대가사 덕분입니다
조계종 스님네 대가사는 피륙이 명주입니다
언제가 법당에 다녀오는 길에
느닷없이 쏟아지는 빗줄기를 피하지 못해
수하고 있던 대가사를 흠뻑 적시고 말았지요
웬걸, 요사로 돌아와 나름대로 펴려 했지만
이미 오그라든 가사는 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가사원으로 전화를 한 뒤에야
조계종 가사는 비를 맞으면 오그라드는
명주로 만든 것임을 알았고
보내라 해서 보냈더니
가사원에서는 친절하게 다려 주었습니다
물론, 실사변糸이 다 명주는 아닙니다만
들일 납納 자 실사변糸의 사糸는
명주(비단)을 의미합니다
납폐納幣의 폐幣 자도 비단이지만
납폐의 납納 자도 명주明紬고, 비단입니다
명주糸는 젖으면 '오그라든다內'는 데서
두 글자가 합하여 '받아들이다'
'집어넣다' '줄어들다'의 뜻이 된 것입니다
0460섬돌 폐陛
위에서 이미 충분히 설명되었기에
여기서는 생략합니다
'관습慣習'은 익숙할 관慣에 익힐 습習입니다
한 마디로 관습은 지식을 뛰어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는
문법에는 맞지 않은 '먹거리'가 등장합니다
얼마전부터는 '유커遊客' 도 떠돌아다닙니다
'먹거리'는 문법상 도저히 있을 수 없지만
매스컴에서 시작하면서 마침내
국어사전에 족보를 올리고야 말았는데
유커란 말도 어쩌면 표준말이 될 것입니다
유커란 중국 관광객을 일컫는 말로
우리 발음으로는 '유객遊客'이 맞습니다
중국어로는 '여유커'라고 읽어야
13억이 넘는 중국인은 물론이려니와
한자 문화권에 있는 이들이 알아듣습니다
'유커'는 우리말 '유'와 중국어 '커'를
한데 버무려 만들어 낸 비빔밥 문화입니다
15살《천자문》을 읽을 무렵이었습니다
훈장님이 '구사九錫'를 말씀하셨지요
"우리나라가 아니고,
옛날 중국에서는 황제의 총애를 받고
특별히 공로가 있는 신하에게는
황제의 은전恩典이 내려졌단다
여기에는 9가지가 있었는데 기억해 두거라."
1. 수레와 말車馬
2. 겉옷衣服
2. 악기樂器
4. 붉은 색의 사립문朱戶
5. 대궐 계단에 깔았던 비단納陛
6. 황제의 의복 관리虎賁
7. 활과 화살弓矢
8. 도끼斧鉞
9. 수수와 향초를 섞어 빚은 술鬱金酒
여기 5번째 납폐納陛가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하고픈 말은 다른 것입니다
나는 당시에 '구사九錫'로 익혔는데
지금 어디에도 '구사'는 찾을 수 없습니다
어떤 책에도 '구석九錫'으로만 올라 있습니다
이들 '구사'는 '아홉 가지 하사품'입니다
쓰기는 분명 '주석 석錫' 자인데
이 주석 석錫자는 '다리 체錫'로도 새기고
'줄 사錫'로도 새깁니다
'다리'란 옛날 여성들이
머리숱이 많아 보이려고 따서 덧넣었던
그런 '다리 머리'를 가리킵니다.
그러니까 가발假髮에 해당하겠습니다
'줄 사賜' 자가 따로 있는데
왜 '주석 석錫' 자를 '줄 사錫'로 새겼을까요?
그런 게 많이 있습니다
하천 덮는 공사를 부개覆蓋라 하지 않고
복개覆蓋 공사로 읽고 발음한다든가
도량형度量衡을 '탁량형'이라 하지 않고
여전히 '도량형'으로 읽고 발음함입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으나
'구사九錫' 만큼은 되찾고 싶습니다
'주석 석' 새김에서 '줄 사' 새김으로 말입니다
05/31/2016
모든 걸 다 받아들인다 해서 '바다'인
'바다의 날'에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