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히어로의 매력적인 나이테, 해리슨 포드 A to Z
Air Force One [에어 포스 원]
'미국 대통령'을 연기한 배우는 많다. 하지만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 한 명의 '대통령'을 꼽으라면? [할리우드 리포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
딥 임팩트](1998)에서 지구 멸망의 순간 의연한 카리스마를 보여줬던 모건 프리먼을 2위로 밀어낸, [에어 포스 원](1997)의 해리슨 포드가 1위다. [에어 포스 원]은 러시아의 테러리스트 집단이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 포스 원'을 납치하자, 대통령이 테러리스트를 상대로 혈투를 벌인다는 액션 영화. 해리슨 포드는 '알고 보니 공군 출신'의 마셜 대통령 역을 맡아 긴장감 넘치는 맨손 액션을 펼친다.
그는 가족에게는 자상한 아버지, 동료들에게는 믿음직한 보스이자, 테러리스트에겐 일말의 자비도 베풀지 않는 단호한 통치자인 '이상적인 대통령'을 그려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냉전 이데올로기로 장사하는 얄팍한 액션"이라는 평단의 비아냥을 피하진 못했다.
Blade Runner [블레이드 러너]
"나는 이 영화가 일반적인 '컬트' 영화를 넘어서는 위대한 영화가 될 것을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SF 영화의 전설 [블레이드 러너]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부터, 해리슨 포드는 확신했다. 2019년 미래의 LA를 배경으로 하는 [블레이드 러너]는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간과 복제인간 '리플리컨트'가 공존하는 세계를 그린다. 겉보기에는 인간과 전혀 구분할 수 없는 리플리컨트는 주인으로부터 주어진 4년의 수명을 다 하면 자동으로 제거된다. 하지만 이에 반기를 든 리플리컨트들이 탈출하자, 달아난 복제인간을 찾아 제거하는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가 그들의 뒤를 쫓는다.
영화는 디스토피아의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블레이드 러너]는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많은 수수께끼를 품고 있는 영화다. 그 중에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의문은 과연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데커드가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의 문제. 리들리 스코트 감독은 의도적으로 데커드가 리플리컨트라는 단서를 영화 곳곳에 숨겨놓고 있는데, 25년 간 매번 인터뷰에서 이 질문을 받아 온 해리슨 포드는 "감독이 내게 말해 준 것은 없다. 나는 그저 데커드를 연기 했을 뿐이다. 그가 인간인지 리플리컨트인지, 나도 여전히 궁금하다"는 말로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Carpenter 목수
해리슨 포드의 취미는 '가구 만들기'다. 실력은 프로급. 그의 취미에는 이유가 있는데, 무명 시절 오디션에서 번번이 미끄러지고 캐스팅 담당자들에게 "당신은 배우가 될 자질이 없다"는 혹평을 들었던 그는 배우의 꿈을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목수 일을 시작했다. LA의 작은 목공소에 취직한 그는 금세 실력을 인정받아 인테리어 리모델링 업계에서 명성을 날렸다.
3년의 목수 생활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했던 해리슨 포드를 눈 여겨 본 조지 루카스 감독 덕분. 그는 [
청춘 낙서](1973)에 조연으로 해리슨 포드를 캐스팅 했고, 이 작품은 해리슨 포드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Debut 데뷔 시절
조지 루카스 감독의 [청춘 낙서]는 1960년대 캘리포니아 북부의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4명의 열혈 청춘들의 하룻밤 해프닝을 그린 청춘 드라마다. 당시 미국에 유행하던 '복고 열풍'과 맞물려 엄청난 흥행을 기록한 이 작품에서 해리슨 포드는 주인공 4인방에 끼진 못하고 조연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청춘 낙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조지 루카스라는 젊은 감독의 재능을 세상에 알렸고, 더불어 루카스와 포드 콤비의 걸작 SF [
스타 워즈](1997)를 만들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마련해 준 작품이다. 해리슨 포드에겐 고마운 선물이었을 듯.
Endurable Action Hero 맷집 좋은 액션 히어로
해리슨 포드가 '액션 히어로'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지만, 그가 과연 '잘 싸우는 액션 히어로'인지 묻는다면 답을 바로 내놓진 못할 것이다. [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존스 박사, [
도망자](1993)의 킴블 박사, [
긴급 명령](1994)의 잭 라이언 박사 등에서 볼 수 있듯, 그는 항상 엉겁결에 위험에 노출된 '고학력자' 역할을 맡아왔다.
이 영화들에서 해리슨 포드는 항상 적들에게 죽을 만큼 얻어맞고 도망치기에 바쁜 인물을 연기한다. 결국은 '한 방'으로 적들을 제압하긴 하지만, 이미 온 몸은 녹초가 되어 버린 상황. 인터넷무비데이터베이스(www.imdb.com)에서 해리슨 포드의 트레이드 마크를 "인내력 강한 고학력자"라고 설명한 것은 아주 적절한 표현이다.
Fugitive [도망자]
시카고의 유명한 의사 리처드 킴블은 어느 날 한 남자의 습격을 받는다. 이 사건으로 그는 아내를 잃지만, 여러 정황과 증거 때문에 아내를 죽인 살인범으로 몰리게 된다. 결국 사형선고를 받고 호송되는 과정에서 버스가 전복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는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탈주를 감행한다. 하지만 노련한 연방 경찰 샘(토미 리 존스)이 그의 뒤를 쫓으면서, 숨막히는 추격전이 시작된다. [도망자]는 탄탄한 시나리오와 해리슨 포드와 토미 리 존스의 명연기를 바탕으로 미국 박스오피스에서 4주 연속 흥행 1위를 기록하며 대대적인 성공을 기록했다.
George Lucas 조지 루카스
조지 루카스와 해리슨 포드(좌). [인디아나 존스] 현장에서(우).
조지 루카스와의 인연은 197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해리슨 포드는 근근이 TV 시리즈에 단역으로 출연하는 신인이었고, 조지 루카스는 풍운의 꿈을 품고 할리우드로 나선 젊은 신인 감독이었다. 조지 루카스는 [
청춘 낙서]의 오디션에서 해리슨 포드를 보고 "당시 남자 배우들과 다른 유머 감각"을 발견했고 조연을 맡겼다. [청춘 낙서]를 통해 가까워진 두 사람은 [
스타 워즈]의 '허황된' 기획을 이야기하며 킬킬대는 친구 사이로 발전했다.
조지 루카스는 해리슨 포드가 [스타 워즈]의 '한 솔로' 역을 탐내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오디션 기회를 주지 않았다. 대신 오디션에서 신인 배우들에게 대본을 읽어주는 멘토 역할을 주문했다. 하지만 '한 솔로' 역의 대본을 읽는 해리슨 포드가 "너무나 완벽하게 대사를 소화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캐스팅 했다고. 후에 해리슨 포드는 "사실 처음부터 솔로 역을 맡을 생각으로, 캐릭터를 분석하고 오디션 장에 나갔다"고 실토했다.
Han Solo 한 솔로
해리슨 포드를 대표하는 두 개의 이름이 있다. 바로 인디아나 존스와 한 솔로다. 영웅이라기엔 한없이 껄렁거리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도 서슴지 않는 이 '한량' 캐릭터는 서부극의 악동 카우보이를 우주 세계로 옮겨 놓은 듯한 신선한 캐릭터였다. 해리슨 포드 스스로도 "이 사랑스러운 녀석은 우주 최강의 악당"이라고 한 솔로를 표현한다.
1999년 [
스타 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 시리즈가 부활했을 때 많은 관객들은(아마 루카스 감독도) 한 솔로가 어떤 방식으로든 부활하길 원했겠지만, 해리슨 포드는 한 솔로를 과거에 묻어두고 싶었다고 전한다.
그는 이미 [
제다이의 귀환](1983)에서 루카스 감독에게 "한 솔로를 죽이자"고 권한 적이 있다. 해리슨 포드는 "나는 영화가 끝날 때 한 솔로가 장렬히 죽기를 원했다. 그게 이 캐릭터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엔딩이라고 생각했다. 한 솔로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슬픈 일이겠지만, 한 솔로라는 캐릭터를 영원히 남기기엔 좋은 방법 아닌가? 하지만 조지 루카스는 영화가 감동적으로 흐르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Indiana Jones 인디아나 존스
[레이더스](좌)와 [인디아나 존스])(우)의 고고학자 인디아나 존스.
한 배우가 '할리우드 영화사상 가장 위대한 두 편의 시리즈'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다는 것.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지만, 해리슨 포드는 이 기적을 이뤄낸다. 한 솔로와 함께 '해리슨 포드'라는 이름을 들으면 자동으로 떠오르는 캐릭터는 인디아나 존스. 스티븐 스필버그는 "채찍을 휘두르는 정글의 제임스 본드"가 주인공인 어드벤처 영화를 구상하고 있었고, [
스타 워즈]를 통해 '우주의 매력적인 카우보이'로 입지를 굳힌 해리슨 포드는 최적의 캐스팅이었다.
영화의 성공을 반신반의하던 제작사에 의해 "일단 한 편만 만들어보자"고 제안 받은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 콤비는 [레이더스](1981)로 흥행 대박을 터뜨렸다. 해리슨 포드는 [레이더스] 촬영장의 추억을 이렇게 회고한다. "젊고 지독한 감독은 내가 실제로 채찍을 휘두르며 트럭 사이를 뛰어다니길 원했다. 매번 액션을 찍고 나면 온 몸이 상처투성이가 됐지만, 내 액션을 보고 아이처럼 기뻐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얼굴을 보면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해리슨 포드는 예순이 훌쩍 넘은 나이에 [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2008)에 다시 '존스 박사'로 돌아와 스필버그 감독과 팬들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
Journal Loves Him 저널이 사랑하는 스타
매해 잡지들은 스타를 대상으로 '순위 놀이'를 실시한다. 가장 섹시한 배우, 가장 아름다운 얼굴,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1990년대, 거의 모든 순위에서 해리슨 포드의 이름을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는 연예 주간지 [피플]의 '가장 섹시한 남자' 10위 안에 항상 이름을 올렸고, 영화 월간지 [엠파이어]의 '동시대 최고의 무비 스타' 순위에선 5번이나 1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가장 매력적인 액션 영웅' 순위에선 한 솔로와 존스 박사, [
에어 포스 원]의 마셜 대통령이 항상 50위 안에 머물러 있다. 매체의 순위 놀이가, 대중이 그에게 바치는 '사랑 고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해리슨 포드는 가장 '사랑스러운 스타' 중 한 명임은 분명하다.
Kin 가족 관계
아내인 캘리스터 플록하트와 함께(좌). 딸을 안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파파라치 사진.
해리슨 포드는 1942년 일리노이 주 시카고에서 태어났다. 아일랜드계 아버지와 러시아계 어머니를 둔 그는 자신을 "아이리시의 뜨거움과 러시안의 차가움을 부모님에게서 물려받았다"고 표현한다. 연예계와 큰 연관은 없는 집안이었지만, 영화와 음악을 사랑하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그는 "어린 시절부터 문화적인 분위기에서 자랐다"고 말한다. 그의 형 테렌스 포드 역시 잠시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해리슨 포드의 가족 관계는 평범한 편이지만, 할리우드 스타답게(!) 결혼 생활은 파란만장하다. 그는 1964년 매리 마커트와 결혼해 2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1979년에 이혼하고, 1983년 멜리사 매티슨과 두 번째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멜리사는 스필버그 감독의 [
E.T](1982)의 시나리오 작가로, 두 사람은 2명의 자녀를 낳으면서 잉꼬 부부로 소문이 났지만 2004년 21년의 결혼 생활을 정리했다.
해리슨 포드의 마지막 여인은 미국 유명 시트콤 [
앨리의 사랑 만들기](1997~2002) 시리즈로 한국 팬들에게 잘 알려진 캘리스터 플록하트. 2002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장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사이에서 솔솔 열애설이 흘러나왔다. 당시 유부남 신분이었던 해리슨 포드 측은 열애설을 부인했지만, 결국 2004년 해리슨 포드가 이혼하면서 공식 연인으로 발전했다. "사랑하고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굳이 결혼할 필요는 없다"던 해리슨 포드는 2009년 발렌타인 데이에 캘리스타 플록하트에게 청혼했고, 2010년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22살의 나이가 무색하게 알콩달콩 신혼을 만끽하는 중이다.
Love Story 로맨스 영화들
[사브리나](좌)와 [식스 데이 세븐 나잇](우).
인물 준수하고, 허우대 훤칠하고, 유머 감각까지 풍부한데다, 위험에 빠진 여자를 구해내는 영웅이 분명한데도! 해리슨 포드의 캐릭터들은 이상하게도 '연애'에선 허당이다. 한 솔로도 레이아 공주에게 은근히 눈독만 들이다가 놓쳤고, 인디아나 존스 박사마저 옛사랑에게 차이고, 여자 스파이에게 농락당하고, 심지어 아버지 숀 코너리에게 밀렸다.
액션이라는 메인 요리에 '양념'처럼 로맨스를 끼워 넣는 경우는 많지만, 대놓고 '사랑'에 빠질 기회가 없었던 해리슨 포드에게도 '멜로'가 찾아왔으니! 그 영화가 바로 시드니 폴락 감독의 [사브리나](1995)다. 영화 제목이 익숙하다고? 맞다. 빌리 와일더 감독과 험프리 보가트 그리고 오드리 헵번이 만났던 '신데렐라 멜로'의 걸작 [
사브리나](1954)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아기자기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이긴 하지만, 원작의 아우라가 너무 거대한 탓에 해리슨 포드의 [사브리나]는 "세상에 나오지 말아야 했을 리메이크"라는 혹평을 감수해야 했다.
엄밀히 말하면 포드의 탓은 아니다. 그는 험프리 보가트와 동등하게 경쟁할 만하다. 대신 오드리 헵번을 대신할 카드로 줄리아 오몬드를 내세운 게 패착이었을 뿐. 해리슨 포드의 '사랑 영화' 징크스를 깬 작품은 [식스 데이 세븐 나잇](1998)이다. 영화는 평범하다. 무인도에 떨어진, 까칠한 경비행기 조종사와 뉴욕 잡지사 편집장이 우여곡절 끝에 사랑에 빠지는 어드벤처 로맨스. 사랑 앞에선 우물쭈물했던 과거의 캐릭터와 달리 [식스 데이 세븐 나잇]의 포드는 도도한 중년 남자의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이 영화는 그의 첫 흥행 로맨스 영화가 됐다.
Morning Glory [굿모닝 에브리원]
종종 나이든 배우들이 '망가지는 캐릭터'로 돌파구를 찾는 경우가 있다. [굿모닝 에브리원]의 해리슨 포드의 캐릭터도 얼핏 보면 그런 의심을 낳을 수 있다. 왕년에 시사 프로그램을 주름잡았던 전설의 앵커 마이크 포메로이. '왕년에' 황금 시간대 뉴스를 진행하던 마이크는 시시콜콜한 가십을 전하는 아침 프로그램의 앵커 자리가 도통 마음에 들지 않는다. 여기에 앙숙 베키(다이안 키튼)을 만나면서 사사건건 으르렁대는데, 두 사람의 티격태격 다툼이 [굿모닝 에브리원]의 웃음 포인트가 된다.
이제까지 해리슨 포드의 코미디가 '껄렁거림과 빈정거림'이었다면 [굿모닝 에브리원]에선 '꼬장꼬장함과 귀여움'이 더해졌다. 그가 근엄한 얼굴과 중후한 목소리로 시종일관 독설을 퍼붓고, 다이앤 키튼에게 엔딩 멘트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굿 바이"를 미친 듯이 반복하는 장면에서는 도무지 웃지 않을 수가 없다. 해리슨 포드에게 '코미디'는 어떻게든 영화에 출연해야 하는 나이 든 배우의 안타까운 몸부림이 아니라, 아직도 보여주지 않은 얼굴을 가진 노장의 근사한 영역 확장으로 여겨진다.
Next Project 차기작
[특별 조치](좌)와 [카우보이 & 에이리언](우).
한국 나이로 올해 일흔 살인 해리슨 포드. 하지만 차기작을 향한 도전은 여느 때 못지않게 왕성하다. 최근 개봉한 [
굿모닝 에브리원] 외에 의학 드라마 [특별 조치]에서는 똑똑하지만 괴팍한 성격 탓에 의학계에서 '왕따' 당하는 생명 공학자 로버트 스톤힐 박사를 연기했다. [특별 조치]는 월 스트리트 저널 기자인 지타 아난드의 실화 소설 [치료: 한 아버지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1억불을 모으는 방법]을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자녀들이 현대 의학으로는 고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브렌든 프레이저)가 로버트 박사와 함께 치료약을 개발하는 과정을 다룬 휴먼 드라마다.
다음 영화는 '제임스 본드' 대니얼 크레이그와 함께 한 특이한 SF [카우보이 & 에이리언]이다.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인디언과 싸우던 카우보이 앞에 갑자기 외계인이 나타난다는 독특한 상상력이 매력적인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크레이그를 괴롭히는 '독재자 보안관' 우드로우를 연기한다.
존 파브로 감독은 "이 영화는 진정한 서부극의 혈통에 외계인 침략 영화의 스릴을 뒤섞은 작품으로, 두 명의 '진짜 남자' 해리슨 포드와 대니얼 크레이그가 '남자 영화'의 진수를 선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리슨 포드가 '존스 박사'로 돌아오는 [
인디아나 존스 5]가 기다리고 있다. 2012년 개봉 예정인 이 영화에서 해리슨 포드는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채찍을 휘두르고 있다"며 의욕을 불태우는 중이다.
Opinion Leader 오피니언 리더
환경 문제를 역설하는 포드(좌)와 '가슴 털 퍼포먼스' 장면(우).
해리슨 포드는 '할 말은 하는 스타'로 유명하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환경 문제. 그는 1990년대부터 전세계 환경 보호를 위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2001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서 "교토 의정서 탈퇴를 심각하게 재결정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 서한에서 그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미국 대통령 부시와 세계 지도자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달려 있다. 미국이 온실 가스 배출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2009년 LA에서 열린 '주지사 글로벌 기후 정상회의'에 개회식 연설을 맡아 미국이 기후 대책에 앞장서야 한다고 연설했다. 이 연설회에서는 특별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해리슨 포드가 가슴 털을 제거하면서 "열대림이 사라질 때마다 내 마음에도 고통의 흔적이 생긴다. 열대림이 벌목될 때마다 많은 탄소가 공기 중에 발산되어 온도가 변화하고, 결국은 전 세계가 피해를 입는다."고 연설했다. 산림 파괴의 고통을 몸으로 표현한 해리슨 포드의 퍼포먼스에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Patriot Games [패트리어트 게임]
[패트리어트 게임](좌)과 [긴급 명령](우)의 잭 라이언 역을 맡은 해리슨 포드.
해리슨 포드의 '진지한 액션'을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이 영화에서 그는 테러범에게 복수를 당하는 해군사관학교 교수 라이언을 연기했다. 우연히 테러 현장을 목격한 라이언은 과거의 실력을 발휘해 테러를 진압하지만, 이 일로 생명을 위협받는다. 결국 라이언은 가족을 살리기 위해 정보부로 돌아가 테러 진압작전을 진두 지휘하고 가족과 사회를 구한다.
전형적인 '반테러 액션' 영화지만 [패트리어트 게임](1992)은 당시 IRA와 관련된 국제 정세를 영화 속에 녹여내며 '테러에 대한 미국의 공포'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젊은 해리스 포드의 다부진 액션 연기도 관전 포인트. [긴급 명령](1994)에서 한 번 더 잭 라이언 역을 이어갔다.
Quotes 해리슨 포드 어록
"포스는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안에 존재합니다. 포스과 당신과 함께 하기를." - [
스타 워즈]에 등장한 '포스'의 힘을 믿느냐는 질문에
"채찍을 휘두르는 영웅을 보고 싶은 사람이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그가 보고 싶은 걸?" -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에 [
인디아나 존스 4]로 돌아온 이유에 대해
"대중들은 내가 실제로 꽤 멋지고, 신사답고, 유머러스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아마 딱 한 번 정도는 그렇지 않았을까?" - 대중이 바라보는 해리슨 포드의 이미지에 대해
Rival 라이벌
[붉은 10월]의 알렉 볼드윈은 어부지리로 배역을 따냈다(좌). [에어 포스 원]의 대통령은 코스트너를 밀어내고 딴 역할이다(우).
해리슨 포드에게도 '라이벌'이 있었다. 바로 케빈 코스트너. 두 사람은 유독 캐스팅 경쟁에서 맞붙곤 했는데, [붉은 10월](1990)의 오디션 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주인공 잭 라이언 역을 놓고 끝까지 라이벌 전을 벌였는데, 제작사가 케빈 코스트너를 물망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안 해리슨 포드는 [
의혹](1990)으로 방향을 틀었다. 해리슨 포드가 배역을 포기했다는 말을 들은 케빈 코스트너도 이 캐릭터를 고사하고 [
늑대와 춤을](1990)로 옮겨가 버리자, 이 역할은 어부지리로 알렉 볼드윈이 맡았다.
두 사람이 또 한 번 캐스팅 경쟁을 벌인 영화는 [에어 포스 원]. 원래 케빈 코스트너가 마셜 대통령 역을 맡기로 내정되어 있었지만, 해리슨 포드가 관심을 보이자 제작사는 케빈 코스트너를 버리고 해리슨 포드를 선택했다.
Steven Spielberg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븐 스필버그와 해리슨 포드(좌). [레이더스] 현장의 스필버그와 포드(우).
해리슨 포드에게 가장 친한 친구를 '딱 세 명' 만 꼽으라고 한다면, 그는 주저 없이 "조지 루카스, 리들리 스코트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답한다. 조지 루카스가 격 없는 '친구'라면, 리들리 스코트는 존경하는 '감독'이고, 스티븐 스필버그는 존경하는 '인간'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해리슨 포드는 스필버그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만약 인간을 절대 성공할 수 없는 사람과 반드시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구분한다면, 후자의 목록 0순위에는 스필버그의 이름이 올라야 한다. 그는 가까이 있는 사람을 진심으로 아끼고, 그들로 하여금 자신의 역량을 200퍼센트 끌어올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다. 나는 그가 '성공한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기 때문에 존경한다. 그것은 어떤 '열정'이나 '재능'이 아니라, 그의 본질적인 사람됨의 힘이다."
Turn Down Rolls 거절한 배역들
[퍼펙트 스톰](좌)은 포드가 거절한 영화. 조지 클루니에게 돌아갔다. 한편 [시리아나](좌)에선 클루니가 승자가 되었다.
최고의 스타답게, 해리슨 포드를 찾아오는 시나리오는 엄청나다. 특히 중후한 액션 히어로가 필요한 영화의 시나리오는 대부분 해리슨 포드의 책상 위에 쌓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그는 "아이들과 함께 내 영화를 볼 때, 아이들의 눈을 가려야만 하는 폭력적인 영화에는 출연하고 싶지 않다"며 액션 영화를 고사한다고. 그렇다면 해리슨 포드가 거절한 영화의 목록들을 한 번 살펴보자. [
프루프 오브 라이프](2000)는 러셀 크로에게 돌아갔고, [퍼펙트 스톰](2000)은 조지 클루니에게 넘어갔다. [
패트리어트](2000)는 해리슨 포드가 거절하자, 멜 깁슨을 찾아간 경우.
반면 해리슨 포드를 거절한 통 큰 영화도 있다. [시리아나](2005)의 시나리오를 인상적으로 본 그는 주인공 역을 노렸지만, 스티븐 개건 감독은 조지 클루니를 선택했다. 해리슨 포드는 이후 "한 번도 영화에 캐스팅되기 위해 감독과 저녁 식사 약속을 잡은 적은 없었는데, [시리아나]는 너무 탐이 나서 스티븐 개건 감독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연락을 했다. 결국은 '저녁만 먹고' 말았다."(웃음) 해리슨 포드가 눈독을 들였던 영화 중 하나는 스필버그 감독의 [
쥬라기 공원](1993)이다.
Unfortunate of Awards 상 복 없는 배우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세실 B. 드밀 상을 수상하는 포드(좌). 프랑스의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수상하는 포드(우).
온갖 매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배우"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최고의 스타"라고 칭송해 마지않는 해리슨 포드도, 아카데미와는 별 인연이 없다. 단 한 번, 그는 [
위트니스](1985)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지만 역시나 낙방. [위트니스]에서 그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필라델피아로 이주한 여인을 지켜내는 우직한 형사 존을 연기했다.
아카데미에 비해 그나마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해리슨 포드의 체면을 세워 준 축에 속한다. 그는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위트니스]를 비롯해 [
모스키토 코스트](1986) [
도망자](1993) [
사브리나]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 수상엔 실패했지만 골든 글로브는 2002년 그에게 세실 B. 드밀 상(공로상)을 안기며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Valuable Movie 소중한 영화
영화의 한 장면(좌). 현장의 피터 위어 감독과 포드(우).
해리슨 포드가 자신의 영화 중 가장 사랑하는 작품은? 그가 "내 인생의 영화"로 선택한 작품은 피터 위어 감독의 [모스키토 코스트](1986)다. 천재 과학자 엘리 역을 맡았는데, 엘리는 자본주의 산업 사회에서 노예처럼 살아가는 삶을 거부하고, 가족과 함께 자신만의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불모지를 찾아간다. 그는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해 원주민들과 함께 이상적인 사회를 꾸리지만, 탐욕에 물든 침입자들로 인해 모든 것을 잃고 정신적인 분열을 겪는다.
이 영화에 대해 해리슨 포드는 "내가 꿈꾸는 삶이 이 영화 속에 녹아있다. 나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진 인간이 자멸하는 과정을 연기했는데, 그 경험은 내게 삶의 가치를 되묻게 하는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리버 피닉스가 그의 아들 역을 맡았다.
What Lies Beneath [왓 라이즈 비니스]
해리슨 포드의 필모그래피에서 공포 영화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 그렇다면 [왓 라이즈 비니스]는 그의 유일한 '정통 호러'이자 최고의 심리 스릴러라 부를 만하다. 해리슨 포드는 이 영화에서 완벽한 가장이자 성공한 과학자인 노먼 스펜서를 연기했다.
호숫가의 전원 주택에서 남부러울 것 없이 사는 노먼 부부에게 어느 날부터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겪은 노먼의 아내 클레어(미셀 파이퍼)는 불안감을 호소하지만, 노먼은 그녀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하지만 클레어는 일련의 사건들이 노먼 박사의 비밀과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부부의 평온한 일상은 파국을 맞는다. 귀신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미스터리 호러를 표방하고 있지만, [왓 라이즈 비니스]의 핵심은 부유한 중산층 부부의 곪아 버린 내면에 있다. '악역 아닌 악역'을 연기하며 세밀한 심리 변화를 표현하는 해리슨 포드의 연기 변신이 인상적이다.
(e)Xtra 엑스트라
엔딩 크레디트에서 '해리슨 포드'의 이름을 보고 깜짝 놀란 영화가 있다. 그가 [
이티](1982)에 출연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관객이 있을까? 해리슨 포드는 [이티]에서 주인공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교장으로 우정 출연을 했다. 절친 스필버그와 그의 아내이자 [이티]의 시나리오 작가인 멜리사 매티슨 때문. 하지만 이 영화에서 포드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건 당연하다. 그 장면이 통째로 잘려나갔기 때문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아쉽게도 잘라냈다. 해리슨 포드의 얼굴이 나타나면, 모든 사람들이 [
스타 워즈]를 떠올릴 것 만 같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Youth 젊은 시절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해리슨 포드는 우연히 교내 연극을 보고 불현듯 "배우가 되어야 겠다"고 결심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연극 오디션을 전전하던 그는 1963년 처음 연극 무대에 단역으로 출연했고, 난생 처음 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해리슨 포드가 처음으로 출연한 영화는 [
대탈주](1963)로, 이 영화에서 그는 열차 안의 젊은 나치 대원 중 하나로 출연했는데 크레디트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한 단역이었다.
이런 무명 단역 생활은 1960년대 후반까지 계속됐고 꽤 혹독했다. 그가 처음 스크린 테스트를 받았을 때, 오디션 담당자는 그에게 "어이, 꼬마. 너는 아무래도 이쪽 일로는 미래가 없는 것 같다"라며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고. 현장에서 그의 일이라고는 여배우들에게 커피를 타주는 것이 전부인 때도 있었다. 하지만 [
스타 워즈]에 출연하면서, 그의 모든 것은 뒤바뀌었다.
Zillionaire 억만장자
해리슨 포드는 엄청난 재산의 소유자다. 2001년 [기네스 북]에는 "할리우드 최고의 부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그가 출연한 영화가 북미 시장에서 벌어들인 돈은 34억 5,558만 달러.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의 평균 흥행 성적은 1억471만 달러다. 이것은 할리우드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며, 평균 흥행 성적이 1억 달러를 넘긴다는 건 더욱 대단하다.
그가 받았던 몸값의 변천사를 보면 더욱 놀랍다. 그가 1966년 [LA 현금 탈취 작전 Dead Heat on a Merry-Go-Round]에 단역으로 출연했을 때 받았던 돈은 150달러. [
청춘 낙서]에서 주급으로 500달러를 받았다. 1977년 [
스타 워즈]로 1만 달러 개런티를 돌파(!)한 그는, 1983년 [
제다이의 귀환]에서는 50만 달러로 5년 만에 50배의 몸값 상승을 경험했다.
그가 '1천만 달러 클럽'에 가입한 건 1990년 [
의혹]부터. 그 뒤 [
데블스 오운](1997)으로 해리슨 포드의 몸값은 2천만 달러에 돌입했고, [
K-19 위도우메이커](2002)에서는 2천 5백만 달러에 총 수익의 20퍼센트를 러닝 개런티로 가져가, 명실상부 할리우드 최고 몸값의 배우로 자리를 굳혔다. 해리슨 포드가 더 멋져 보이는 이유는 그가 돈을 제대로 쓸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 그는 '1천만 달러 클럽' 일원이 된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 환경 운동과 동물 보호 단체에 꾸준히 거액을 기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