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산융마」(關山戎馬)의 미학적 고찰
윤 경 수
목 차
Ⅰ. 머리말
「관산융마」(關山戎馬)는 석북(石北) 신광수(申光洙1712~1775)가 35세 때 영
조(英祖) 22년 병인(丙寅1747) 가을 한성시(漢城試)에서 이등으로 합격한 과시
(科詩)이다.
과거시(科擧詩) 제목이 「등악양루탄관산융마」(登岳陽樓歎關山戎馬)(두보가 동정
호 악양루에 올라 관산의 전쟁을 한탄함)인 관계로 그 규칙상 두시(杜詩) 「등악양
루」(登岳陽樓)의 운(韻)과 내용을 체(體)로 하여 지었다.
「등악양루」는 두보(712~770)가 안녹산의 난리를 겪으면서 장안(長安)에서 동
정호까지 피난 생활 중 영양실조에다 병을 얻어 죽게 되는 운명 앞에 천하의 절경
악양루에 올라 사방을 조망(眺望)하고 관군과 반군의 전쟁을 슬퍼한 내용이다. 따
라서 「관산융마」(關山戎馬)란 관산(關山)지방의 전쟁(戎馬)이란 뜻이니, 북쪽지방
에서의 전쟁을 의미한다.
석북은 「관산융마」에서 두보의 행적을 시(詩)에서 취해 한민족이 겪어온 내력과
당쟁으로 얼룩진 18세기 영조 때 사회상을 우국연민(憂國憐民) 사상을 비유시킨
것으로 인해 널리 애창되었다.
2 石北 申光洙의 삶과 문학
특히 우국과 연민의 비장미(悲壯美)는 18세기인들 뿐만 아니라 한민족의 슬픈
역사의 정서와 부합되어 서도창(西道唱)으로 교방(敎坊) 및 홍루계(紅樓界)에 오르
게 되어 널리 퍼져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었다.
「관산융마」는 한시(漢詩) 중에서 200여년(餘年) 동안 전국에서 애창되었다. 한
시(漢詩) 작품이 2세기 동안 전국에서 애창된 일은 한국문학사상(韓國文學史上)
없는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석북의 후손들을 ‘융마지손’(戎馬之孫)이라고 이르는
것도 「관산융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라 본다.
석북은 두보가 동정호의 초록의 물결이 흰 파도를 일으키며 푸른 하늘과 맞닿아
구름과 조화를 이루는 광경을 ‘파시추’(波始秋)로 나타냈다.
이 ‘파시추’(波始秋)의 내면의식은 현실의 고난 많은 현실세계를 떠나 하늘나라에
올라 천궁(天宮)에서 안주하는 것으로 되었으니, 천부경(天符經)의 ‘인중천지일’
(人中天地一)(사람 가운데 천지가 있어 하나 됨)인 삼위일체(三位一體)의 경지로
나타냈다고 할 수 있다.
석북은 ‘파시추’(波始秋)란 시구(詩句)로 인해 ‘파시추’선생이라 일컬어졌고, 「관
산융마」를 ‘파시추곡’(波始秋曲)이라 불리었다. 이 ‘파시추’란 ‘파도가 가을을 비롯한
다.’는 뜻인데, ‘맑은 녹색의 파도는 가을의 푸른 하늘과 같다’는 뜻으로 풀이되어
회화적(繪畵的) 요소(要素)가 잘 반영되어 있다.
동정호는 양자강의 흐르는 물이 유입되어 그 면적이 3천100~5천200㎢이르는
것으로 인해 중국인들이 7백리호수라고 일컫는다. 여름에는 누런 황토색의 탁류(濁
流)가 흐르지만 가을에 이르러 다소 맑은 녹색 빛을 띤다. 따라서 동정호는 양자강
의 흐름을 조절하여 완화하는 구실을 한다.
이 강은 여름철이면 물이 불고 가을이 되면 여름과는 달리 녹색의 파도가 일기
시작한다. 물론 두보가 생존한 8세기는 이미 1230여년 세월이 흘러 21세기 오늘
과 같이 공해가 없었으니, 가을이 되면 아름답게 맑은 물결이 파도를 일구며 장관
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 ‘동정여천파시추’(洞庭如天波始秋)(동정호는 하늘같아 물결이 가을을 이룬다)
란 여름철에 양자강의 흐르는 물결이 대체로 누런 황토색이 동정호로 흘러든다. 그
러나 가을철에 이르면 맑은 녹색의 물결을 띤다. 이 구절은 해석하는 이에 따라 약
간 다르나 대체로 뜻이 같은 의미다.
3 관산융마」(關山戎馬)의 미학적 고찰
가을철에는 동정호의 가을철 물결이 녹색을 띠는 관계로 하늘의 푸른색이 혼연일
체를 이루어 수천일색(水天一色)을 이룬다.
석북은 두보가 맑은 날씨에 악양루에 올라 7백리에 걸친 동정호를 바라볼 때 절
경에 도취되어 악양루 호를 타고 하늘나라에 이르는 신비체험을 하는 것으로 나타
냈다. 그는 그 감정을 ‘동정여천파시추’(洞庭如天波始秋)로 표출한 것이다.
시적화자는 두보지만 실상은 석북 자신의 감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석
북은 18세기와 같은 탁류에서 벗어나 신선이 된 기분에서 연광정(練光亭)에서 미
인(美人) 모란이 이 구절을 창할 때 춤을 춘 것이다.
이 수천일색(水天一色)을 이룬 하늘은 마치 용(龍)이 맑고 푸른 하늘에 승천하여
여의주를 물고 비룡재천(飛龍在天)하는 그 넓고 맑은 하늘이라 할 수 있다. 이 하
늘은 시간성과 공간성이 합치된 시공간인 것이다. 용은 이 시공간에 이르러서야 비
로소 비바람을 자유자재로 주관하는 용다운 면모를 보이게 된다.
석북은 용이 여의주를 물고 맑은 하늘을 나는 기분으로 평양감사가 참석한 연회
장에서 춤을 춘 것이다.
4 石北 申光洙의 삶과 문학
호상 박사의 영역)이념은 개인의 양적 질적 공리에 의한 만족이 아니라 다수인의
삶을 추구하여 하나(H)의 길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단군이 고조선을
세운 ‘H’의 이념은 전 인류의 공존공영을 추구하는 공리주의 평화의 정치사상이라
할 수 있다.
석북은 단군에 대해 관서악부(關西樂府) 제17곡(曲)에서 ‘단군이 태백산 신단
수에서 신시(神市)를 열어 동방의 풍기(風氣)가 이 때부터 열렸다’고 했으니, 우리
의 문화 사상은 모두 단군신화에서 연원되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단군정신에 입각하여 홍익인간을 실천하면 최대다수 최대행복(the
greatest happiness the greatest number) 추구의 목표로써 ‘H’의 삶으로 살
아갈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사람들이 홍익인간의 정신으로 살아가면 개인의 공리의
만족만을 추구하지 않게 되며 사회전체의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하는 ‘H’의 정신으로
살아갈 것이다.
「관산융마」는 한민족이 노래를 불러온 한시(漢詩) 창(唱) 중 의미연관의 내용이
민족과 나라를 사랑하는 ‘H’정신으로 이상향인 이상미(理想美)로 살아가자는 의식
이 담겨진 노래이니, 그 의미는 중차대(重且大)한 것이다.
한민족은 오랜 옛날로부터 진선미(眞善美)로써 이상미를 이루는 ‘H’의 이념으로
살아온 관계로 이를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본고는 태고로부터 동이족이 창안한 비서(秘書)로 전해오는 천부경(天符經)․
지부경(地符經)․인부경(人符經)과 미학으로써 「관산융마」를 조명하여 보기로 한다.
비고 :
이 글은 윤경수의 <關山戎馬(관산융마)의 미학적 고찰>에서 극히 일부분을 발췌하였습니다. 거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