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 그릇의 행복
이헌 조미경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해 주는 고마운 음식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라면이다
대형 마트에 가면 다양한 맛으로 무장한 라면이, 주부들을 고민에 빠지게 한다
오늘도 나는 혼자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라면이 건강에 해롭다는데도
가끔은 별식을 먹듯이 한 끼 먹는 것은, 간단하면서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그릇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것은 라면이 아닐까 한다.
가끔 텔레비전을 틀면 라면을 맛있게 먹고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후루룩 먹는 모습을 보는데
그럴 때는 시장하지도 않은데, 왠지 얼큰한 국물의 라면이 당기는 것은 라면이 주는 특유의 맛과 향에서
어린 시절 추억이 함께 감자를 뽑듯이 주르륵 딸려 나온다.
내가 태어난 1960년대에는 먹고살기가 무척 팍팍했던 시절이었다
지금처럼 먹거리가 넘쳐나는 시절이 아니었기에, 점심은 밥이 아닌 고구마나 감자로
대충 끼니를 때우는 집도 있었다.
동네에서 작은 방앗간을 운영하시던 아버지는 여름에 보리와 밀을 수확을 할 때면
건장한 청년을 조수로 삼아서, 매일 남의 집 보리며 밀을 타작을 해 주셨다.
그때에 새참으로 엄마가 끓여 주시던 것이 라면이었다
우리들은 아버지와 아저씨가 먹는 라면을 보며 침을 꼴깍 삼키던 일도 있었다.
엄마는 우리들에게는 라면만을 넣어서 끓여 주시는 것이 아니라, 양을 많게 하느라 꼭 라면과 국수를 함께
삶아서 우리들에게 주셨다. 우리들은 서로 형제들의 국그릇을 보며 누구 그릇에 라면이 더 많이 들었나
견주어 보면서, 라면과 국수가 섞인 것을 먹었다.
나는 항상 냄비에 보글보글 끓인 라면을 혼자서 먹고 싶었다
국수가 섞이지 않은 라면을 후루룩 거리며 드시는 아버지 밥상을 보면서
그리고 남동생이 라면을 먹던 것을 부럽게 바라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오늘은 라면을 혼자 먹으면서 옛 추억에 잠겨 보았다.
지금은 라면이 너무 흔하기도 하지만, 싼값에 한 끼를 해결을 하니
늘 용돈이 궁한 학생들이 자주 찾는 라면이 예전에는 귀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예전의 입맛을 잃어버린 그래서, 귀한 대접을 받던 라면의 가치를 잃어버린
요즘의 나를 되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