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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사는 이야기 스크랩 국민 신뢰 못 받는 검찰, 특별검사제 도입과 선거가 해법이다
권종상 추천 0 조회 17 11.06.07 20:55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나라에서 '검찰 중수부 철폐'에 관한 논란이 점입가경이군요. 그것은 어쩌면 지금의 저축은행 사태가 정치권으로 점점 조여오는데 대한 방탄입법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만, 아무튼 이 정부 들어 스스로를  '권력의 개'로 스스로 만들어 버린 검찰이 정작 자기들의 입지를 조이는 법안이 발효되자 여기에 대해 사상 초유의 '수사 태업'으로 맞섰다는 소리를 듣고 한숨이 나오기보다는 씁쓸한 웃음이 나오더군요. 이것은 정치권이나 검찰이나, 모두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쌓아 왔다는 것의 충분한 반증이 될 테니까요. 


우리나라의 검찰은 국민에겐 '권력의 개'로 찍힌 지 오래지만, 제가 살고 있는 이곳 검찰은 그래도 주민들의 존경을 받는다는 점에서 한국 검찰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듯 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이뤄진 것도 아닐 것입니다. 검찰이 국민의 존경을 받으려면 스스로 존경받도록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처럼 대부분 특정 대학 출신의, 특정 계층 출신의 교육 메리트 높은 곳에서 딱 '끼리끼리 놀기에 좋은' 그런 '엘리트 검찰'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검찰이 국민의 존경을 받긴 힘들 겁니다. 그것은 검찰 자체가 '그들만의 리그'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고, 이런 상황을 종식시키려면 오히려 특별검사제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 부정부패 많고 시끄러운 이태리에서도 '마니 폴리테', 즉 '깨끗한 손'이라는 이름으로 존경받는 이태리의 특별검사들을 생각해본다면, 이것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싶네요. 


또 하나는 검찰 고위직을 선출직으로 하자는 겁니다. 제가 사는 미국에서 일어난 일 하나를 볼까요. 2007년 5월, 제가 살고 있는 행정구역인 '킹 카운티'의 주민들이 슬픔으로 오열했습니다. '카운티'는, 우리나라로 치면 군 단위의 행정구역에 비견할 수 있는데, 이 킹 카운티는 시애틀, 벨뷰, 레드몬드 등 굵직굵직한 도시들을 관내에 품고 있어 워싱턴주를 구성하고 있는 총 39개의 카운티중 명실상부한 최대의 카운티입니다.


당시, 이 킹 카운티의 검사장, 그러니까 우리나라로 치면 지방검찰의 총수라 할 수 있는 사람이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모금행사장에서 쓰러져서 갑자기 불귀의 객이 되어버린 겁니다. 놈 말렝이라는 이름의 이 검사장은 1978년부터 검사장으로, 그러니 무려 30년 가까이 근무하고 있었고, 숨질 당시 그는 8번째 임기를 맞아 같은 자리에 봉직하고 있었습니다. 나이도 겨우 68세여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는 공화당 소속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세가 훨씬 강한 시애틀에서, 민주당이 낸 후보를 번번이 이기고 여덟 번이나 재선됐습니다. 그의 일 처리가 공정하고, 실제로 당파를 초월해 공정한 수사를 이끌어내고, 굵직굵직한 범죄들을 최선을 다해 수사를 했고, 범죄자들을 법과 정의앞에 세웠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그의 공정성을 믿었고, 무조건 민주당의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시애틀 일원의 선거에서도 그는 의연히 공화당 이름을 달고서도 주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의 신념도 신념이었겠지만, 주민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그의 신념도 빛을 발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역시 자신의 처신에 조심을 해 왔을 것입니다. 자칫하면 민주당세가 거의 장악하고 있는 이 지역에서 그는 쉽게 물러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검찰 뿐 아니라 경찰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애틀 시나 킹 카운티 등 주요 행정구역에서 경찰국장 역시 선거를 통해 선출됩니다. 이 때문에 검찰과 경찰의 총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단 그 해당 커뮤니티에서 그들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소통하지 못하면 그들의 꿈을 이룰 수 없습니다. 또 일단 당선됐다고 해도 일처리가 공정하지 못했거나 잘못될 경우 주민들로부터 소환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에겐 정치와는 전혀 독립된 자기들만의 수사가 가능합니다. 그들의 공정성은 결국 주민들로부터 평가됩니다. 이들은 결국 '선거로 선출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만큼 주민들의 의견 수렴에 더 민감하고, 무리한 수사를 할 수 없습니다.

 

한가지 더 말하자면, 카운티의 수피리어 코트, 즉 고등법원 판사도 선출직입니다. 이 때문에 지방법원에서 경력을 쌓은 판사들 역시 승진을 원한다면 일반의 민심을 읽어야 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린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합니다. 따라서 법 정신에 충실한 사람들이 고위 판사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우리나라보다는 높습니다.

 

미국에 살면서도, 이 나라에 대해 실망을 할 때도 있고, 또 이 나라가 좋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무엇보다 부러운 것은 공권력 집행의 공정성입니다. 1999년 이곳에서 WTO 반대 데모가 일어났을 때, 이들은 결국 참가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진압에 나섰으나, 이에 대한 자체조사 끝에 결국 그 때의 폭력진압이 지나쳤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리고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 물론 여론의 힘도 있었지만, 그것은 일반 주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없다면 이뤄질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미국의 시애틀이라 해도 유럽국가들보다는 사회정의보다 질서를 앞세우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기본 권리인 시위가 질서를 해친다는 이유로 무조건 공권력을 휘두르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도, 판검사의 고위직은 국민들이 직접 뽑는 선출직으로 만들어야 현재의 폐단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진정한 사법 개혁이 일어나야 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일제서부터 내려오는 잘못된 조직 구조의 폐단부터 없애야 하고, '상명하복'의 구조 자체가 뒤집어져야만 합니다. 그런 것들이 검.경과 사법부 자체를 '시민을 억누르는 기구'로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만일 이들 기관들이 진정 국민의 공복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면, 그 임명부터 선거를 통해, 그 지역사회의 시민들이 직접 뽑아 임명하는 것으로 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들이 국민의 눈치라도 조금 더 보게 될 것입니다.

 

검찰과 사법부가 진정으로 국민들에게 존경받는 기구가 되려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자명한 일입니다. 그리고 그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그들은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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