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홈 자립 일기
선임 생활재활교사 신정교
체험홈 요리하기 <스테이크>
22년 06월
그동안 체험홈에서 독립적으로 살던 이용자들이 야간과 주말에 교사 없이 생활하는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10년 넘게 체험홈 전담으로 근무하던 설미영교사가 퇴직하면서 교사들의 근무 변경으로 중증이용자에게 좀 더 집중하기 위해 많은 회의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하였습니다. 주중에는 야간근무교사가 없고 주말에도 일요일만 12시 출근하여 22시에 퇴근합니다. 이를 위해 체험홈 가족회의를 통해 사전에 전달하여 충분하게 교육하였고 101호 남자방에는 김0환, 102호 여자방에는 박0지를 실장으로 정하여 교사가 없을 때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에게 전화하기로 하였습니다.
22년 07월
퇴근 후 체험홈 이용자들과 야간산책을 다녀옵니다. 1시간의 산책 후 체험홈에 도착하면 교사의 손이 필요한 이용자들의 샤워를 도와줍니다. 22시 퇴근 전까지 일을 마쳐야 하기에 각방의 청소와 목욕 뒷정리, 입은 옷의 세탁과 속옷 삶기· 빨아서 널기까지 부지런히 움직입니다. 틈틈이 체험홈의 문서작업을 하고 이용자들이 필요한 것이 있는지를 챙기다보면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취침 준비를 하는 이용자들을 도와주고, 늦게까지 핸드폰 하지 않고 일찍 자도록 다독인 뒤에 퇴근합니다.
야간에 교사가 없을 때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으로 새벽에 출근합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평소 잠이 많은 0은, 0예는 여전히 꿈속에 있고, 부지런한 0지, 0순 언니는 일찍부터 일어나 청소하고 씻으면서 교사를 기다리고 있으며 예민한 0희는 밤새 위층에서 시끄럽게 해서 잠을 못 잤다고 교사를 보자마자 하소연을 합니다. 자고 있는 이용자들을 깨워 출근 준비를 하고, 0희의 하소연을 들어주며 달래주며, 날씨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이용자들은 다시 이야기하여 옷을 갈아입습니다.
22년 08월
주말 아침 전화가 옵니다. 102호 실장인 0지씨 입니다. 0희언니가 아침에 학원에 올라올 때 소리 지르면서 다른 쪽으로 뛰어갔다고 합니다. 그래도 0지, 0환씨가 각방의 실장이라 책임감을 가지고 달래어 학원에 왔다고 이야기해줍니다.
위와 같은 갑작스런 돌발 상황도 있지만 좋은 일도 있습니다. 한 달에 두 번하는 요리하기가 일요일 오후에 체험홈 교사가 출근하면서, 매주 주말 저녁마다 이용자들과 시장을 보고 함께 요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용자들에게는 눈도 배도 즐거운 시간이지만 아직 결혼하지 않은 혹은 결혼한 남자 선생님들에게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평소 집에서 가사일을 잘 도와준 남자 선생님들은 뜻밖의 요리로 이용자들과 여자 선생님들의 큰 호응을 얻기도 하고 요리가 서툰 선생님들은 선생님들대로 새로운 요리로 큰 격려를 받기도 합니다. 한마음 요리하기의 든든한 지원군은 밀키트와 마트의 반조리 식품들인 것 같습니다.
22년 09월
한밤중에 학원으로 0예씨가 울면서 전화가 옵니다. 0예씨와는 의사소통이 어려워 0지씨와 통화하니 0희가 손가락이 아프다고 합니다. 야간 근무자가 체험홈에 가보니 여자이용자들은 다 깨어 일어나있고, 0희씨가 화내고 짜증내며 손으로 벽을 쳐 다쳤다는 것입니다. 이용자들을 달래어 다시 재우고 학원으로 돌아옵니다.
교사들이 있을 때는 0희씨가 돌발행동을 하면 바로 지원이 가능하였으나, 이용자들만 있으니, 0희씨가 화를 내면 달래기도 어렵고 함께 지내기 힘들어 합니다. 0희씨도 함께 지내는 이용자들이 싫다고 말하고 이용자들도 힘들어하니 직원 회의와 이용자들과 상담하고 본인의 동의를 얻어 학원에서 생활하기로 하였습니다. 평소 공주로 불리는 0희씨와 외출하여 예쁜 공주풍의 가구와 침대를 구매하고, 차도 한잔 마시니 혼자 지내게 될 방에 대한 기대로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이 놓입니다.
교사의 지원 없이 체험홈 이용자들만 지내는 시간들이 있다 보니 소소한 문제들이 있지만 서로 의논하고 이해하며 생활하니 새로운 체험홈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