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수 2.5짜리 돋보기안경은 대단한 투시력을 갖추고 있었다 책 속의 개미 같은 활자들이 또렷하게 내 눈에 파고들었다 그 순간 책 모서리를 잡고 있던 좌우측 손이 돋보기안경 안으로 들어왔다 검으투득한 피부 위에 잔 주름이 흉측하게 물결치고 손등으로는 핏줄이 불거져 징그러운 지도를 그리고 있었다 군데군데 이끼 낀 모양으로 검버섯도 피어있다 돋보기가 아니었으면 알지 못했을 老手를 처음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오, 오호통재(嗚呼痛哉)라! 아, 끝나가는구나! 오호통재는 무슨ᆢ 세월이 가면 당연히 手足도 늙어가는 거지
노화로 시력이 쇠퇴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노안은 나의 모습이 징그럽게 늙어가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치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다 잘 보이지 않으니 실상을 못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볼 줄만 알지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허상인 줄을 몰랐다
흉측하게 늙어버린 손을 돋보기에 의해 발견하고 화들짝 놀라 버렸다 잘 보지 못하니 세월도 모르고 살았구나 노안 덕분에 물정도 모르고 내가 천방지축으로 산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손등이 늙어 흉측하게 변해버렸다 돋보기안경을 벗으니 매끈한 손이 다시 나타났다 안경 없이는 실체를 보지 못하고 사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