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선지식은 곧 진여로부터 오신 진여자성 그 자체인 여래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모든 진리의 가르침을 설하여 일체 중생들에게
번뇌의 열기를 식혀주는 여름날의 시원한 비구름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한량없는 공덕을 닦아서 수미산보다 더 높이 쌓아 모으게 하는 창고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백천만겁에도 만나기 어려운 너무나도 귀하신 분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여래가 갖추신 열 가지 힘[十力]을 갖추게 하는 더없는 보배의 원인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어리석은 세상의 캄캄한 어둠을 환하게 밝히는 다함없는 지혜의 횃불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한량없는 복덕을 길러내는 복덕의 뿌리이며 그 새싹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일체 지혜를 갖추게 하는 그 첫 문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험난하고 막막한 인생바다를 바른 길로 잘 안내하는 지혜로운 안내자이십니다.
또 선지식은 일체 지혜에 이르는 길을 낱낱이 살펴주시고 도와주시는 시설물이며 도구이십니다.
이와 같은 선지식은 곧 우리들이 읽고 있는 이 화엄경이십니다.
26, 바수밀다녀(婆須蜜多女)
- 제 5무진공덕장(無盡功德藏)회향 선지식 -
(1) 바수밀다녀를 뵙고 법을 묻다
<1> 가르침에 의지하여 이익 이룸을 밝히다
그 때에 선재동자는 큰 지혜의 광명이 그의 마음을 비추어서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법의 성품을 보았습니다.
일체 음성을 아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일체 법륜을 받아 지니는 다라니문을 얻었으며,
일체 중생들의 돌아가 의지할 데가 되는 가엾이 여기는 힘을 얻었으며,
일체 법의 이치를 관찰하는 광명의 문을 얻었습니다.
법계에 가득한 청정한 서원을 얻었으며,
시방의 모든 법을 두루 비추는 지혜의 광명을 얻었으며,
모든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자유자재한 힘을 얻었으며,
모든 보살의 업을 널리 발하여 일으키는
원만한 서원을 얻고 점점 나아갔습니다.
강설 ; 그동안 선재동자가 선지식을 친견하여 법을 배우고 법의 이익을 얻은 것에 대하여 밝혔다.
모든 보살행은 지혜의 광명으로부터 시작한다. 선재동자가 지혜의 광명으로 그 마음을 비추어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법의 성품을 보았다. 그것으로 일체 음성을 아는 다라니문과 일체 법륜을 받아 지니는 다라니문 등을 얻었다.
<2> 선지식을 찾으므로 의심을 사다
험난국(險難國)의 보배로 장엄된 성에 이르러 곳곳에서 바수밀다 여인을 찾았더니,
성중(城中)의 어떤 사람은 이 여인의 공덕과 지혜를 알지 못하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지금 이 동자는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지혜가 명료하며,
미혹하지도 않고 산란하지도 않으며,
한 길까지만 자세히 보고 게으르지도 않고 집착함도 없으며,
눈을 깜박이지 않고 마음이 흔들리지도 않으며,
매우 깊고 넓은 것이 큰 바다 같았습니다.
응당 이 바수밀다 여인에게 탐하고 애착하는 마음이나 뒤바뀐 마음이 없을 것이며,
청정하다는 생각을 내거나 욕심을 내어서 이 여인에게 포섭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동자는 마(魔)의 행을 행하지도 않고,
마의 경계에 들어가지도 않고,
탐욕의 수렁에 빠지지도 않고,
마의 속박을 받지도 아니하여
응당 하지 아니할 것은
이미 능히 하지 않을 것이거늘
무슨 뜻으로 이 여인을 구하는가?’라고 하였습니다.
강설 ; 바수밀다 선지식은 아주 특별한 선지식이다.
밖으로는 소위 기생인 듯 하지만 안으로는 아주 훌륭한 보살이다.
그래서 바수밀다 여인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그와 같은
여인을 찾아가는 선재동자를 의심하는 생각을 밝혔다.
<3> 선재동자를 찬탄하다
그 사람들 중에는 먼저 이 여인이 지혜가 있는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말하였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여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이 바수밀다 여인을 찾으니
그대는 이미 광대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응당 결정코 부처님의 과위(果位)를 구할 것이며,
결정코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의지가 될 것이며,
결정코 일체 중생의 탐애의 화살을 뽑을 것이며,
결정코 일체 중생이 여색(女色)에 대하여 가지는
깨끗하다는 생각을 깨뜨리게 할 것입니다.”
강설 ; 바수밀다 여인을 잘 아는 사람들은 그를 찾아가는 선재동자에 대해서
결정코부처님의 과위(果位)를 구할 것이며,
결정코 일체 중생을 위하여 의지가 될 것이며,
결정코 일체 중생의 탐애의 화살을 뽑을 것이라고 찬탄하였다
.“선남자여, 바수밀다 여인은 이 성 안의 저자 북쪽에 있는 자기 집에 있습니다.”
(2) 공경을 나타내고 법을 묻다
<1> 바수밀다 선지식의 의보(依報)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즐거워 뛰놀면서 그녀의 집 문 앞에 이르렀습니다.
그 집을 살펴보니, 크고 넓고 화려하여 보배 담과 보배나무와 보배해자[壍]가
각각 열 겹으로 둘러있고, 그 해자에는 향수가 가득하고 금모래가 깔려있었습니다.
모든 하늘의 보배 꽃과 우발라꽃과 파두마꽃과 구물두꽃과 분다리꽃들이 물 위에 가득 피어 있었습니다.
궁전과 누각이 여기저기 세워졌는데 문과 창호가 가는 곳마다 마주 서있고 모두 그물과 풍경을 베풀었으며,
번기와 당기를 세우고 한량없는 보배로 훌륭하게 꾸미었습니다
유리로 땅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가 사이사이 장식되었고,
여러 가지 침수향을 피우고 전단향을 발랐으며,
여러 개의 보배풍경은 바람에 흔들려 아름다운 소리를 내었습니다.
온갖 하늘 꽃을 흩어 땅에 깔았으니,
갖가지로 화려하고 아름다움을 이루 말할 수 없으며,
모든 보물창고들은 그 수가 백 천이나 되고,
열 군데의 큰 동산 숲으로 장엄하였습니다.
<2> 바수밀다 선지식의 정보(正報)
이 때에 선재동자가 그 여인을 보니 용모는 단정하고 모습이 원만하며 살갗은 금빛이요,
눈매와 머리카락이 검푸르러 길지도 짧지도 않고 크지도 작지도 않아서 욕심세계의 사람이나
천신들로는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음성이 미묘하여 범천보다도 뛰어나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알지 못함이 없었으며,
문자와 이치를 깊이 통달하여 담론과 설법이 매우 능란하였습니다.
환술과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의 문에 들어갔고,
온갖 보배영락과 모든 장엄거리로 그 몸을 장엄하고 여의주로 관을 만들어 그 머리에 썼습니다.
또 한량없는 권속들이 둘러 모였으니 그 선근이 같고 행과 소원이 같아서
복덕의 큰 갈무리가 구족하여 다함이 없었습니다.그 때에 바수밀다
여인의 몸에서 광대한 광명을 놓아 그 집의 모든 궁전에 널리 비추니,
이 광명을 받은 이는 모두 몸이 서늘하고 상쾌해졌습니다.
<3> 공경을 나타내고 법을 묻다
그 때에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합니다.
저가 들으니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치신다 하시니 원컨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주십시오.”
(2) 바수밀다 선지식이 법을 설하
<1> 탐욕 떠난 해탈의 작용을 밝히다
그가 곧 말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경계를 여읨’입니다.그들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냅니다.
“만약 천신들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형상이 되어 광명이 수승하여 비길 데 없으며,
이와 같이 내지 사람이나 사람 아닌 이가 볼 적에는
곧 나도 사람과 사람 아닌 이의 여인이 되어그들의 욕망을 따라 모두 나를 보게 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애욕에 얽매여 나에게 오면
내가 그에게 법을 설하여 그가 법을 듣고는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 없는 경계의 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아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환희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와 같이 말을 하여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 없는 음성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내 손을 잡으면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님 세계에 두루 가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와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해탈한 광명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살펴보아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의 기지개 펴는 것을 보아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외도를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내가 눈을 깜빡이는 것을 보기만 하여도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님 경계광명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나를 끌어안으면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고 항상 떠나지 않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나의 입술을 한 번만 맞추면
곧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이 일체 중생의 복덕을 증장하게 하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무릇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가까이 하면 모두 다 탐욕을 여의는 경계에
머물러 보살의 일체 지혜의 경지가 앞에 나타나는 걸림 없는 해탈에 들어가게 됩니다.”
“만약 어떤 중생이 잠깐만 나를 보거나,
잠깐만 나와 같이 말을 하거나,잠깐만 내 손을 잡거나,내 자리에 잠깐만 올라오거나,
잠깐만 나의 기지개 펴는 것을 보거나하는 등등에도 모두 그에 합당한 보살의 삼매를 얻게 된다.”고 하였다.
참으로 기이하고도 놀라운 선지식이 아닐 수 없다.
<2> 법을 얻은 인연을 밝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습니다.
“거룩하신 이께서는 어떠한 선근을 심고
무슨 복업을 지으셨기에 이와 같이 자재함을 성취하였습니까?”
바수밀다 여인이 대답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지난 세상에 부처님이 출현하셨으니
이름이 ‘고행(高行)’이었고, 그 나라의 도성은 ‘묘문(妙門)’이었습니다.”
“선남자여, 그 고행 여래께서 중생을 불쌍히 여기시고 도성에 들어오시어 성문(城門)의 턱을 밟으시니,
그 성 안에 있던 모든 것이 진동하며 홀연히 넓어지고 온갖 보배로 장엄하며,
한량없는 광명이 서로 비추고, 가지각색 보배 꽃을 땅에 흩으며 모든 하늘의 풍류를 한꺼번에 연주하고
일체 모든 천신들이 허공에 가득하였습니다.”
“선남자여, 저는 그때에 한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이름은 ‘선혜(善慧)’였습니다.
부처님의 신통을 보고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곧 남편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서
보배 돈 한 푼으로 공양하였더니, 그 때에 문수사리동자가 부처님의 시자가 되었다가
나를 위하여 법을 설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습니다.”
(3) 자기는 겸손하고 다른 이의 수승함을 추천하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탐욕의 경계를 여읜 해탈을 알지만
저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그지없이 교묘한 방편의 지혜를 성취하여
그 광대한 장(藏)의 경계가 비길 데 없습니다.
그러나 저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알며 말할 수 있겠습니까.”
(4) 다음의 선지식 찾기를 권유하다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성이 있으니 이름이 ‘선도(善度)’요,
그 성에 거사가 있는데 이름이 ‘비슬지라(鞞瑟胝羅)’입니다.
그는 항상 전단좌 부처님 탑에 공양합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습니까?’라고 물으십시오.”
이 때에 선재동자는 그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량없이 돌고 은근하게 앙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