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장 복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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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에게 이딴 일을 시키는 거야?"
나미는 투덜거리며 손에는 물통을 들고 걸어가고 있었다. 청소는 다 돌아가면서 하는 거지만 나미는 청소를
할때마다 언제나 불만이었다. 자신같이 고귀하고 빠르고 예쁜 존재에게 어떻게 이런 일을 시킬 수 있냐고 언
제나 퉁가리와 젠스에게 소리질렀지만 그들은 침묵으로 그녀의 요구를 물리칠 뿐이었다.
"에이~!"
나미는 신경질적으로 투덜거리며 매서운 눈으로 물통을 쏘아보았다. 나미의 얼굴이 사악한 표정이 깃들었으
나 곧 사라졌다. 그 일(?)을 하고 돌아올 복수전(?)이 무서웠기 때문이다. 나미는 한숨을 쉬고 걸음을 옮겼다.
"어~~~~~~이~~~~~!!"
"어?"
나미는 멍하니 서서 자신의 앞에 나타난 검은머리를 바라보았다. 검은머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 어린이 나미양, 잘 있었는가?"
검은머리는 미소를 짓고 있었고 뒤에 있는 검은머리는 킥킥댔다. 나미는 손에 들고 있던 물통을 결국 떨어뜨
리며 소리쳤다.
"마이샤! 라이샤!"
"이봐 왜 내가 두번째로 불리는 거야?"
킥킥대던 라이샤가 도끼눈을 하고 나미를 노려보았다. 도끼눈을 하는 라이샤에게 나미는 주먹을 날리지 않았
다. 갑자기 라이샤가 너무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다. 나미는 다시 소리 질렀다.
"라이샤! 마이샤!"
"들은대로 또 따라하네......"
이번에는 못말린다는 듯이 마이샤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가 뭐라하든 나미는 상관없었
다. 그저 달려가 마이샤의 목에 매달릴 뿐이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칼에 나미는 제자리에서 멈춰서
야 했다.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갑자기 날아온 칼에 험악히 변해버렸다. 나미는 식은땀을 흘리며 칼을 날린
존재를 바라보았다.
처음 인간세상에 나왔을때는 꼬맹이였을 뿐이었지만 그 동안 자라서 이제 어엿한 아가씨가 된 린화였다. 린
화는 길게 자란 푸른머리를 출렁거리며 마이샤에 달려들었다.
"마이샤!"
마이샤는 왠지 그 부름이 섬찟하기만 하였다. 칼을 날려 사람을 죽일뻔하고도 저렇게 멀쩡한 얼굴로 자신에
게 안기는 린화를 그저 마이샤는 바라만 보았다.
"마이샤, 마이샤......"
린화는 마이샤의 품에서 울고 있었다. 깜짝 놀란 마이샤가 허둥댔다.
"왜, 왜 그래? 울지마. 응?"
"흑...... 흑......"
"리, 린화야. 대체 왜 그래? 응? 왜? 응?"
"훌쩍, 훌쩍......"
"우, 울지마아~!"
라이샤가 한숨쉬며 말했다.
"몸은 아가씬데 정신연령은 여전하군. 저대로라면 평생 발전이 없겠어."
라이샤의 눈앞으로 식칼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라이샤는 덧붙였다.
"저 더러운 성격도."
그리고는 재빨리 자리를 떠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라이샤에게는 무수한 물건들이 날아오기 시작했
다. 린화는 마이샤의 품에 안긴채로 계속해서 여러 물건들을 날리고 있었고 마이샤는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와
자신의 형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미는 그저 그들의 장난(?)을 식은땀흘리며 바라볼 뿐이었다.
열씸히 린화가 던지는 물건을 피하던 라이샤에게 문이 열리며 무언가 거대한 것이 나타났다. 라이샤는 퉁가
리라 생각하도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날아오는 물건에게만 신경을 썼다. 퉁가리라 생각했던 거대한
것은 라이샤를 따라 요리조리 움직이며 물건들을 피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이상함을 느낀 라이샤는 그 거대
한 것을 제대로 바라보았다.
"엥? 너희들 이제는 마족몬스터도 사육하는 거야?"
"눈썰미 하나는 여전히 좋군요."
"퉁가리, 그거 칭찬으로 들을게, 으쌰."
라이샤는 가볍게 손을 들어 날아오는 의자를 잡아버렸다. 그러자 퉁가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여전하시군요. 하지만 장난이 좀 심하신 걸요? 나중에 정리 좀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어? 그건 내가 한게 아니라 린화가......"
"린화님은 마이샤님이 가신 후로 거의 아무것도 먹질 못하셨어요. 몸이 쇠약해지신 린화님이 무얼하겠습니까,
라이샤님이 치우십시오."
"어어?"
퉁가리는 엄한 얼굴로 말하고는 빙긋이 웃고는 소리질렀다.
"젠스, 자이커! 누가 왔는지 보아라!"
잠시후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옅은 하늘색 눈의 소유자 젠스가 후다닥 달려왔다.
"누가 왔다는...... 앗! 라이샤님! 마이샤님!"
린화를 안고 있던 마이샤는 뒷통수를 긁적이며 말했다.
"아하하...... 안녕하십니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했다. 라이샤와 마이샤는 지진인가 싶어 긴장하고 있었는데 젠스와 퉁가리는 오히려
웃고 있었다.
"왜 너희들 웃고 있는......"
"라이샤님, 놀라지 마십시오."
"응? 뭘 놀라는...... 헉!"
라이샤의 입은 쩍 벌어졌다. 지진이라 생각했던 것이 지진이 아니라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달려오는 소리라
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라이샤는 벌어진 입을 제대로 닫지도 못하고 있었고 마이샤는 그저 눈을 둥그렇게 뜨
고 있을 뿐이었다. 달려오던 여러 생물중 말에 타고 있던 누군가가 말에서 내렸다. 나미와 퉁가리는 웃으며 말
에서 내린자를 맞았다.
"잘왔어, 자이커."
"자이커?"
"자, 자이커?
마이샤와 라이샤의 눈은 동시에 휘둥그레 졌다. 말에서 내린자가 자이커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휘둥그
레진 라이샤와 마이샤의 얼굴에 비해 자이커는 예전의 어두운 표정이 아닌 밝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 형들 왔네요?"
"어...... 어버버......."
라이샤는 턱이 벌어져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어버버란 소리만 반복할 뿐이었다. 마이샤는 그저 품에 안긴 린
화때문에 눈만 휘둥그레 뜰 뿐이었다. 자이커는 웃으며 말했다.
"왜 그런 표정들을 짓고 있어요? 제 모습이 그렇게 놀라워요?"
"어버...... 어버버 어버버."
"라이샤님...... 턱은 제대로 바로잡으십시오. 그대로 있다간 다시는 안닫힐 것 같군요."
"어버어버버."
라이샤는 손으로 자신의 턱을 가르킬 뿐이었다. 옆에 보고 있던 퉁가리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손을 들
어 라이샤의 턱을 잡고 가볍게 힘을 주었다. 딱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라이샤의 이빨과 이빨이 부딪혔다. 라
이샤가 아프다는 표정을 하며 퉁가리에게 대드는 태도를 취하고 퉁가리는 가볍게 라이샤를 무시했다. 자이커
는 그 행동을 보고 웃었다.
"아하하하하!!"
자이커가 밝게 웃었다. 햇빛이 그들이 머리위로 따갑게 내리쬐었다.
"라이샤님과 마이샤님이 떠나신지 벌써 1년이 지났군요."
"어? 그렇게 됐나......"
"천상계와 인간계의 시간이 다른가 보내요. 우리는 한달으로 알고 있었는데. 단지...... 하루 시간이 길뿐인데
그런 차이가 날리라고는 생각못했는 걸요?"
1년...... 라이샤와 마이샤가 인간계에서 더욱 강해진다며 천상계로 간 이후 흐른 시간이었다. 그들은 이 시간
동안 사색을 하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렇게 더욱 강해졌다.
그들만 강해진 것이 아니었다. 린화가 마이샤가 간후 많이 먹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지만 퉁가리, 나미, 젠
스도 여전히 강해지기 위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지켜야하는 샘을 지키면서 그것을 노리는 몬스터들
을 상대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더욱 강해지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라이샤는 시선을 자이커에게로 돌렸다. 자이커는 그저 웃고만 있었다.
"이 1년동안 제일 많이 변한것은 너 같다. 린화도 많이 성숙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정신상태가 어리니 여전하
고. 음...... 무슨 일이 있었나보지?"
"네?"
자이커는 그저 웃으며 라이샤의 물음에 답할뿐이었다. 답을 해주리라 믿고 바라보고 있던 라이샤는 그저 웃
는 자이커의 얼굴을 바라보며 땀을 흘릴뿐이었다.
"무, 무슨 일이 있긴 있었니?"
"네?"
여전히 자이커는 웃을 뿐이었다. 결국 자이커에게 답을 들으려던 라이샤는 포기하고 린화의 얼굴을 바라보았
다. 하지만 린화의 시선은 여전히 마이샤의 얼굴만을 향해 있었고 마이샤는 린화의 시선이 약간 부담스러운
듯이 있었다.
"얼씨구, 잘한다 잘해."
"리, 린화......"
"......"
린화는 답도 없이 마이샤의 얼굴만을 바라보았다. 라이샤는 결국 린화도 포기하였다.
"퉁가리."
"네?"
"1년동안 별일 없었겠지? 마족몬스터도 이렇게 사육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렇게 큰일은 없었나 보지?"
"큰일이라뇨, 별 일은 없었습니다. 단지 가이샤님이 불필요한 일을 하셔서 저희들이 좀 피곤해졌을 뿐이죠."
"또 아버지가 무슨 일을 저지르긴 저질렀나 보네. 그때 세라핌한테 잔소리 많이 듣고 있던데."
"하핫, 역시 세라핌님은 그 권위로운 천사라기 보다는 보모에 더욱 가깝군요."
"그렇지."
라이샤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퉁가리와 나미는 웃을 뿐이었다.
부담스런 린화의 시선을 애써 무시하던 마이샤가 갑자기 표정을 무섭게 하고 목소리까지 낮게하고는 말했다.
"이건 뭐야?"
"네?"
자이커가 여전히 웃으며 마이샤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마이샤는 어둡고 화난 표정으로 자이커에게 말했다.
"지금 여기서 느껴지는 이 느낌은 뭐야?"
린화도 마이샤의 몸에서 떨어졌다.
"네? 대체 무슨......"
"복수심만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힘이 있군. 너의 힘에 비해 보잘것 없지만 보통 인간에 비하면 거대하군."
"아...... 그 녀석 말인가요?"
"그 녀석?"
자이커가 그제서야 안심한 듯이 말했다.
"아, 그 자존심버린 드래곤 말이군요."
쨍그랑!
유리물건이 부숴지는 소리가 들려왔고 시선은 모두 그곳으로 돌아갔다. 그 곳에는 금발머리의 작은 소년이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저 녀석이죠. 저에게 죽는 것이 두려워 자존심을 버리고 저의 시종이 되었지요."
마이샤는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은채 그 소년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표정을 보여주지 않
았다.
그렇게 그 밤은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