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길을 걸으며 16개 공식코스를 포함한 19개 구간 중 가장 걷고 싶었던 길이 아름답고 이야기를 품은 헌화로이었다. 우리나라에 해변을 에돌아 가며 아름다운 풍광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어디 한 두 군데랴. 삼척의 새천년도로, 포항의 호미곶, 울산의 간절곶, 부안의 곰소만과 내소사 가는 길, 강화의 함허동천 가는 길 등등, 하지만 푸르름의 고장 내고향 강원도 이 곳 강릉에서 만난『한국의 아름다운 도로 100선』에 포함될 뿐 아니라 시원한 풍광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헌화로는 바우꾼의 한 사람으로서 남다른 의미와 경험을 맛보게 하는 뜻깊은 길이었다.
집을 나설 때 쨍쨍 내려쬐던 둔내의 뜨거운 햇살은 대관령에 가까이 오자 자취를 감추고 서늘한 바람과 흐린 하늘로 바뀌었다. 혹시 비가 올 수 있다는 우려는 간데없고 오히려 걷기에 편하게 시원한 바람과 흐린 하늘로 인해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이 만들어졌다.
태어나 처음으로 가보는 강릉역에는 이미 많은 바우님들이 와 있었다. 더욱이 1박2일에 소개된 후에 부쩍 회원이 늘어난지라 처음 보는 새로운 회원들이 많이 있었다.(위)
나 같이 아날로그시대와 디지털시대를 모두 맛 본 사람들은 기차여행의 남다른 추억을 가지고 있다. 내가 좀있어 보이는 분위기라 설마 기차를 탔으랴 생각하겠지만(ㅋㅋㅋ) 고등학교시절에는 친구들과 기타를 메고 원주역에서 지금은 사라진 완행열차를 타고 간현역이나 용문역으로 놀러다녔다.(그 때 공부좀 열심히 했으면 얼굴상이 이러잔 않았을텐데...) 기차 안에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러도 누가 제지하지 않았다. 조금은 불편했지만 유년시절의 기행처럼 진한 페이소스를 느끼곤 하였다. 더벅머리 대학시절엔(아슬아슬하게 턱거리로 들어갔다.) 서울 성북역에서 춘천행 기차를 타고 강촌이나 청평, 가평으로 MT도 많이 갔다. 공부하기가 싫어 놀러가는 곳에는 빠짐없이 참가한 기억이 난다. 그런 추억이 있는데 오랜만에 강릉발 완행열차를 타니 옛추억이 새록새록 났다. 나이를 이렇게 먹지만 않았다면 옆에 앉은 중국(정확히 홍콩)에서 온 아가씨들은 꼬실 수도 있었다. 그 놈의 나이 때문에..... (하지만 결정적인 이유... 영어가 안된다.)
정동진역에 내렸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 파고가 높았다. 서울에 정동(正東)쪽에 있는 역이었지만 그리 이름도 없었던 조그마한 간이역이 갑자기 유명해졌다. 1995년 SBS에서 방영된 최민수, 고현정, 박상원 주연의 '모래시계' 때문이었다. 80년대의 시대상과 세 청춘남녀의 아픔과 고뇌를 그린 드라마였다.
80년대 초반부터 대학생활을 한 나는 그 시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고 체험하였다. 그리고 극이 시작된 95년은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여행에 맛을 드리기 시작하던 때였다. 그래서 당연히 정동진역을 와 보았다.
그 당시 정동진역은 지금처럼 자는 곳, 먹는 곳이 별로 없었다. 정말 정막감과 바닷가에 쓸쓸히 서있는 소나무처럼 외로움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관광지가 되어버렸다.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금 걸으니 모래시계공원을 만났고 그 안에 정동진기차박물관이 있었다. 지난 6월 혼자 이곳을 왔었다. 나름 카페를 운영하는 게 있어 자료를 싣기 위해 사진기를 들고 왔다. 지금은 방치된 카페지만 그 당시에는 무엇인가를 실어야하겠기에 건방지게 취재(?)차 이곳을 왔었다. 그래서 조금 비싼 입장료 오천원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볼 만한 곳이었다. 시계의 역사와 다양한 시계들은 전시해 놓았다.
아래 사진 두 장은 당시 찍은 기차 내부 사진이다. 아, 그리고 들어가면 입장료 안에 커피값이 포함되어 있어
맛있는 커피도 준다. 먹는 것을 준다는 것이 어찌 아름답지 않는가.... (나같은 비만족의 사적 견해)
모래시계공원에서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오랜만에 보는 피글렛님(왼쪽 세번째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린 분). 나하고 나이차이도 별도 나지 않는데 누나라고 주장한다. 얼굴상태로 보면 내가 삼촌뻘은 될텐데.....ㅋㅋㅋ
처음 뵙는 어느 횐님들... 네 분다 닉을 모른다.(위)
지난 번 학이시습지길에서 뵌 두 친자매님(맨 왼쪽과 그 옆) 그리고 바우길의 새로운 분위기메이커(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 온누리님(오른쪽에서 두번째)과 딸내미. (아래)
하늘비님(오른쪽)과 친구분 (위)
예쁘고 착하게 생긴 따님과 같이 온 도현이님(가운데). 항상 입가에 미소를 띤 모습이 아름다운 도현님.... 반가습니다.(위)
산길을 오르니 정상 즈음인가에서 시원한 풍광이 나타났다. 밑에 펼쳐진 동해바다. 아름다고 신비롭기까지 하였다. (위)
(위) 걷는 도중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우리가 걷는 도중에 뜨거운 여름을 지나면서 바짝 약이 오른 땡벌들과 맞닥트리고 말았다. 몇몇 바우님들이 물렸다. 그 중 온누리님의 따님이 정수리 부분에 물렸는데 피가 날 정도였다. 긴급히 바람의노래님이 119를 불렀다. (당연히 이상이 없기를 빌고 이상이 없어야 하지만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니까 온누리님께서 이 글을 읽으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힘들고 무거울 수 있던 분위기는 역시 식사시간에 다다르자 밝아졌다. 식당 마루에 앉은 횐님들.. 앙증맞고 끔찍한 표정을 짓는 산두꺼비님(오른쪽에서 첫번째)과 파안대소를 짓는 수바리75님(오른쪽에서 다섯번째)
내가 걷기에 참여한 이후 뵈었던 바우님 가운데 가장 젊으신 바우님들. 아마 처음 참여한 것으로 판단되는데 멀리 인천인가에서 온 두 분의 어머니(닉을 모름)와 함께 온 공주님들은 전혀 다리 아픈 기색도 없이 꿋꿋이 걸었다. 복장도 깜찍하지만 걷는 내내 밝은 표정과 미소를 지으며 걸었다. (위)
무척 다정스런 두 자매(위, 닉을 모름)와 더 다정스런 두 친구분(아래, 오른쪽은 하늘비님)
현호(우)에게 이끌려 카메라 앞에 선 지누대장님(좌)... 현호야 너 무슨 짓을 했냐?(위)
오랫만에 뵙는 그래그래님(아래)
위, 지난 강릉수목원 가는 길에서 뵌 하늘바다님(좌)과 친구분
위, 이번 길에 처음 온 커플.(닉을 모름).. 보기 좋아요....
금진항 입구로 들어섰다. 심곡항에서 금진항까지의 길은 시원하고 아름다운 길이었다. 이런 길을 품고 있는 강릉 또한 아름다운 도시이리라. 바우길에서 만난 많은 아름다운 사람들과 아름다운 길을 걷노라면 아름다운 삶이 펼쳐지지 않겠는가.
멀리서 눈에 띠는 장면이 들어왔다. 쫒는 자와 쫒기는 자. 누군인지 확인은 안되었지만 영화의 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땅의 끝과 바다의 끝이 한 곳에 펼쳐졌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나름 멋있는 풍광에 셔터를 눌렀다.
하늘바다님(좌)과 친구분. 제한된 공간 탓에 같은 분을 두번 싣지는 않는데 부지불식간에 싣고 말았다.
하늘바다님 사진값은 주셔야 됩니다. 우리은행 111-00-123XXX...... 밝은달아래시원한바람... 컷당 150원입니다....
지난 번 국민의 숲길을 걸을 때 뵈었던 어머니.. 산수(80세, 傘數)가 넘으신 연세에도 이런 긴 길을 걸으신단다. 한편으론 존경스럽고 한편으로 걱정이 된다. 어머니,,, 건강에 유의하시고 항상 건강하십시요.
조금 이상한 그림이 그려졌다. 상큼한 꽃 가운데 날파리 한마리가 날아들었다. 그럼에도 천연덕스럽게 선한 미소를 짓는 이 녀석은 내 친구이다. 평소 수줍고 부끄럼을 많이 타는 녀석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자리가 잡혀졌다.... 이 눔아,, 거긴 내자리인데......(위)
이번 길여행의 종착점인 옥계해수욕장. 도착하니 아직 버스가 오질 않았다. 오랜만에 이렇게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고 생각하고 손전화를 보는 시간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은근히 버스가 천천히 오길 기대했다. (아래)
오늘의 공식구간을 다 걷고 나와 친구들은 옥계시장까지 걷기로 했다. (혹시 내가 전(前) 직장 걷기모임을 헌화로로 하고 싶은 생각이 있어 전(全)구간을 알고자 하는 마음에 우겨서 성사되었다.) 옥계시장까지의 길은 우리가 잘못 걸었는지 몰라도 위험한 도로구간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구간을 포함하지 않는 것이 안전상 당연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옥계시장엘 도착하였다. 내가 생각한 모습과는 조금 달랐다. 나는 상설시장이 있어 그곳에서 파전에 막걸리 한 잔 하고자 했지만 5일장 외에는 그러한 곳이 없었다. 1970년대 조금 나아가 1980년대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분위기가 펼쳐졌다.
우리는 인도 위에 놓여진 호프집 탁자에 앉아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 했다. 걸어서 생긴 갈증이 눈 녹듯 풀렸다. 아무리 맥주라 하지만 조금 마셔기에 음주운전은 절대금지란 원칙에 따라 술을 깨기 위한 한 게임을 위해 인근 당구장으로 우리는 자리를 옮겼다.
첫댓글 역시 이번 후기도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재밌게 읽고 갑니다.즐거운 9월되시구요~ 호호^^
감사합니다. 아마 전 코스를 한바퀴 돌면 글 쓰는 것을 안해도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그마한 이유가 있거든요.
경희언니 화이팅!!!!
글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네요. 사진도 좋고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아,,, 그런지 않습니다. 정말 겸손한 척이 아니고요... 동네에서 볼 조금 차는 정도입니다. 잼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차 타던 시간이 넘 짧았던 것 같아요..
항상 재미있게 후기 읽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미국에 계신 것 아닌가요? 멀리서 댓글 달아주시니 감사합니다.
내 예감엔 복 많이 받으실 것이 확실합니다.
하루의 여정이 그대로 느ㄲㅕ지는 글입니다. 감탄합니다.~~
감사합니다. 달가듯님의 열정과 모습도 보기 좋아요. 글구 감탄은 정말 아니구요......
벌에 쏘인 분이 있었군요. 괜찮아야 할 터인데...
맛갈스런 후기 잘 보았습니다.^^
다행히 아래 온누리님께서 괘안타고 하니 다행이네요... 개인적으로 바븐 신 것 같은데 바우길을 위한 열심과
열정이 좋습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바우길에서 가정 먼저 친해진 분이 피글렛님이 아닌가 합니다. 영의님과 함께 두 분이 편하고 좋습니다.
앞으로도 1년 선배로서 좋은 조언과 가르침 부탁드립니다.(진심)
일행중 의사 선생님이 계셔서 응급처치는 받았고
119에 실어 동인병원가서 소독하고 주사맞고
오늘까지도 통증은 있는것 같습니다.아마 똑똑해지던지.멍청해지던지
둘중에 하나가 될것 같구요.딸하나 보내야하나 했는데 걱정안해도 될것 같기도 하네요.
그놈의 벌이 어리고 이쁜것은 알아가지고 3방이나 쏘였더라구요. 아마 아침에 향기
삼푸로 머리를 감았던것이 벌이 달려들었던까닭이지 않나 쉽습니다.
날씨가 시원해 모자도 안썻던것도 머리에 쏘인 원인이구요.
많이 놀랬지만 지금은 안정을 찾아 학교도 같거든요.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마 영원히 잊지 못할 추억으로 기록되겠지요.
걱정을 많이했습니다
빨리회복되기를 빕니다..._()_
정말 다행입니다. 걱정을 했습니다. 멍청해질 것 같진 않구요.... 아마 더 똑독해질 것으로 확신합니다.
많이 놀랐을터인데 시원한 맥주 한잔 하시고 기분 좋은 음악 들으면서 컨디션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다행입니다. 아파야 큰다지요? 큰성장과 추억을 남기라고 벌이
선물했나 봅니다. 벌침이 만병통치 면역주사니까요 ㅎㅎ
의미있는 경험이 될겁니다. ^0^
사진과 더불어 재밌는 글....
웃음 없는 요즘...보는 내내 미소를 머금었습니다...ㅎㅎ
감사합니다. 얼굴은 못 뵈었지만 항상 긍정적 마인드로 사시지 않나 생각됩니다.
바우길을 통해 건강과 즐거움 그리고 삶의 활력이 넘치시길 바랍니다.
언제나 처럼 기다림 뒤에 다가오는
멋진 사진과 재미있고 재치넘치는 글
오늘도 즐거운 맘으로 감사~~~
남자들이야 대단하게 감정표현을 하지는 않지만 오랜만에 뵈어서 좋았습니다. 건강하신 모습으로 자주 바우길에서
뵙겠습니다.
헌화로길 걷기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 하셨군요
84세 초고령이신 오한숙희 어머님 께서도 나오시고 ... 저는 해파랑길 걷기에 다녀오느라 참석치 못했습니다
선배님!! 잘 다녀오셨네요. 지난 주 글에서 말씀하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해파랑길을 좋았으리라 생각됩니다.
날씨가 많이 시원해졌습니다. 밝은달이 뜨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어느 가을 날 얼굴 한번 뵙겠습니다.
재미있는 글 잘읽고 갑니다
태생이 강원도 분이시군요..
청풍명월이 더욱 운치있게 빛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저는 강원도에서 태어났고 어머니 고향은 평창, 아버지 고향은 평안도로 강원도 핏줄이 맞습니다. 건강하신 모습 자주 뵙겠습니다.
이 졸린 밤에 눈을 비비고 웃으면서 보았습니다.^*^
온누리님 따님이 괜찮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저도 벌에 한 방 쏘여 봤는데 정말 아프더라고요.
하도 오래 전이라 잊었는데 며칠 아팠던 것 같아요.
읽는 동안 행복하게 해주시는 밝은달아래시원한바람님~
깊은 밤, 좋은 꿈 꾸세요~^*^
저도 이제부터 손전화라고 해야겠어요~ㅎ
지솔님!! 즐겁게 읽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아주 작은 내용이지만 누군에게 즐거움이 있다면 정말 만족합니다. 바우길의 발전과 회원들의 안부에 관심을 가져주시어 감사드리고요,,, 건강진 얘기 같지만 아직도 소녀의 순수한 마음을 갖고 계신 것 같아요. 건강하세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렇네요... 하긴 회원수가 7000명이 넘으니,,,, 말띠들이 제일 많은 줄 알았는데 회랑이띠들도 만만치 않네요....
반갑습니다. 무심님.
밝은아래시원한바람 닉네임에 마음이 담겨있네요. 아니 여럿이라도 수고하셨습니다.
사진과 후기 상세히 더듬을 수 있어 행복합니다. ^^
다음엔 제 독사진하나 부탁
그래요.. 즐겁게 걸으신 것 같네요. 근데 누구신지 모르니 다음에 걸을 때 말씀을 해 주세요. 그래야 단체사진 뿐만 아니라 독사진도 실어드릴께요.... 다음에 봐요.
첨으로 참석했던 커플^^입니다
산골소녀&희빈 앞으로도 자주 함께걷고 싶어요
아, 위에 (커플)사진에 있는 분인가요? 그래요. 반가와요. 짝꿍이랑 자주 와요.. 걷는 재미를 느끼면 건강에도 좋고
정서에도 참 좋지요.. 자주 봐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바우길을 못나가고 있어요
밝은달 아래 시원한 바람님의 사진과 글로 대리만족합니다
담에 뵙기를 ~~
착하신 가야트리님!!1 정말 오랫만에 댓글에 답글 다네요...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러저러한 사정을 잘 알고있지요.
드릴 말씀은 오직 "화이팅!!!!!!!!!!!!!!!!!!!!!!!"입니다.
스크랩 합니다. 누구냐구요? 글쓴이 바로 밝은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