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출석방에는 'Smoke On The Water’가 올라와 있네요.
예전에 제가 활동하던 카페에 이 노래에 대해 올린 글이 있어요.
여기에다가 다시 올려봅니다.
내용을 보니 분당 공연이 끝난 뒤인 듯해요.
2013년 여름쯤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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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아시다시피 들국화 공연의 엔딩곡은 팝송입니다. 6월의 동탄 공연과 분당 파크 공연 때에는 딥퍼플의 ‘Smoke On The Water’(이하 SOW)가 선곡이 되었네요. 인터파크 공연 때 선곡된 'The House of Rising Sun'에 관해 은근한 추억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딥퍼플의 ‘SOW' 또한 남다른 소회를 갖고 있어서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이 노래는 1972에 발표되었고 이듬 해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지요.
당시는 제가 고등학교 때입니다. 그때에는 ‘야전’이 중고생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습니다.
‘야전’은 야외전축의 준말로서 일종의 휴대용 전축입니다. 노트북만한 크기로서 배터리로 작동합니다. 소풍이나 수학 여행 때엔 학급원 중에 한 놈이 갖고 오기 마련이지요. 자유시간이 되면 야전을 중심으로 애들이 커다랗게 둘러 서게 됩니다.
빽판이라고도 하는 해적판 LP 레코드 몇 장을 야전 위에 올려 놓습니다. 주로 딥퍼플이지요.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밴드니까요.
첫곡은 대체로 ‘하이웨이 스타’로 분위기를 잡습니다. 다음으로는 인트로 부분이 가장 유명한 ‘봥! 봥! 봐앙!! 봥, 봥, 봐방!!’으로 시작되는 ‘Smoke On The Water’입니다.
그러면 소위 좀 ‘논다'는 놈이 모자를 거꾸로 쓰고 개다리 춤부터 시작해서 다이아몬드 스텝(예전에 개그 프로그램 '추억의 책가방‘에서 임하룡이 췄던 춤입니다.)을 밟게 됩니다.
용기있는 몇몇이 같이 추게 되고요. 노래깨나 한다는 놈은 'You mean everything to me'를 멋들어지게 부르기도 하지요. 그러면 인근에 있는 여학교에서 소풍 온 여학생들이 주위를 둘러 싸며 손뼉을 치며 괴성을 지르게 되지요. 이쯤 되면 몰래 감추어 왔던 쏘주를 꺼내 과감하게 병나발을 불게 됩니다. 담배도 한 대 꼬나물고 말이지요. 이때는 선생님들도 눈을 감아줍니다. 일종의 ’술과 담배의 해방구‘가 되는거지요.
사실 저는 그때 ‘Smoke On The Water’를 ‘Smoke And The Water’로 알았습니다. 여기서 스모크란 담배(좀더 과격하게 말하자면 대마초), 워터란 알콜. 그러니 술과 담배를 즐기며 인생을 살자.. 사춘기를 갓 넘어선 까까머리 중고생들에겐 딥퍼플이야말로 참된 멋진 형님들의 모습이었지요.
원어를 제대로 모르니깐, 뭣 같은 인생! 그저 쏘주 한잔에 대마초를 피우면 인생 그만이지. 대충 이런 식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니 이 음반을 들으며 담배 한 대를 안 꼬나 물을 수 없었죠.
근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노래 가사는 참으로 황당하네요.
Smoke on the water 호수 위의 연기
We all came out to Montreux 우린 모두 ‘몽트뢰’로 갔어
On the Lake Geneva shoreline 제네바 호숫가에 있는 ('몽트뢰'로 갔어)
To make records with a mobile 이동식 스튜디오에서 앨범을 만들려고 말야
We didn't have much time 우린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어
Frank Zappa and the Mothers ‘ 프랭크 자파’와 그의 밴드 ‘머더스’ 는
Were at the best place around 근처에서 가장 멋진 무대에서 공연하고 있었어
But some stupid with a flare gun 그런데 조명탄 권총을 가진 어떤 멍청이가
Burned the place to the ground 그 무대(舞臺)를 완전 잿더미로 만들었어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A fire in the sky 하늘엔 불이 !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They burned down the gambling house 그 카지노는 잿더미로 변했어
It died with an awful sound 그 카지노는 엄청 큰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어
Funky Claude was running in and out 멋진 ‘크로드’씨가 그 카지노를 황급히 들락거리며
Pulling kids out the ground 젊은이들을 밖으로 끌어냈어
When it all was over 상황이 모두 종료되고 나서
We had to find another place 우린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어
Swiss time was running out 스위스에서 시간은 다 되어 가고 있었고
It seemed that we would lose the race 우린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만 같았어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A fire in the sky 하늘엔 불이 !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We ended up at the Grand Hotel 결국 우린 ‘그랜드 호텔’ 에 묵게 되었어
It was empty, cold and bare 그 호텔은 텅 비고, 춥고, 썰렁했어
With the Rolling Truck Stones thing just outside 바로 밖에 ‘롤링트럭 스톤’이라는 녀석이 세워져 있는데
Making our music there 우린 거기에서 음악을 만들지
With a few red lights and a few old beds 우린 빨간 조명등 몇 개와 낡은 침대 몇 개뿐이지만
We make a place to sweat 공연장을 땀에 젖게 만들지
No matter what we get out of this 이렇게 해서 우리가 얻는 게 무엇이든
I know, I know we'll never forget 우린 알지, 우린 결코 잊지 못할 거라는 걸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A fire in the sky 하늘엔 불이 !
Smoke on the water 호수엔 연기가 !
이 노래의 가사는 멤버들이 스위스의 어느 호텔에 녹음하러 갔는데 호숫가에서 커다란 화재가 일어났답니다.
건물들이 불타 무너지고 그 연기가 수면에 쫘악 깔리는 상황을 묘사한 거라고 합니다. 화자는 별로 심각한 메시지가 없이 그저 자신에게 닥친 일상적 상황과 느낌만을 전하고 있네요.
이러한 노래 가사는 산울림의 '아니 벌써'나 '어머니와 고등어'를 연상케 합니다. ‘(밤새 술을 먹다가) 문득 창문 밖을 보니 벌써 해가 솟아있었다’. 라거나 ‘한밤중에 목이 말라(아마 전날 밤 술을 먹었겠지요..ㅋ) 냉장고를 열어 보니 엄마가 사다 놓은 고등어가 있었다.’라는 식으로, 메시지 자체보다는 일상에 대한 인식을 중요시 하는 가사들이지요. 진지한 주제 전달을 거부하고 일상의 소소함을 그대로 가사에 담아내는 것입니다. 자신에겐 진지하지만 다른 사람에겐 사소한 일들을 화제로 삼음으로써 화자의 일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청중(독자)들은 가수(화자)의 '사소한 일상'(일종의 ‘내면 풍경’)을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효과를 얻게 됩니다. 예컨대 친구들과 화제로 삼는 이야기들이 사소한 것들일 수록 가까운 사이인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일상’을 화제로 삼는 방식은 대체로 시대가 엄혹할 때에 흔히 등장하곤 합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30년대에 ‘이상’이 그랬고, 60년대에는 ‘김수영’이 그랬습니다.
딥퍼플의 ‘SOW'가 월남전의 끝자락에 발표되었던 것이나 산울림의 가사들이 유신 말기와 5공 때에 나온 것도 이와 동일한 맥락인 듯합니다.
성님들의 신곡에 ‘SOW'도 한 곡 들어 있으면 좋을 성싶어서 끄적거려 봤습니다.
첫댓글 와우~! 이렇게 또 Smoke On The Water에 대한 이야기를 더해주시니 감사합니다~
상상하기님
좋은 음악을 찾아주시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올려주신 글을 읽고 다시 음악을 들어보고
생각나는 ....
전주부터 꿈틀거리는
‘ 어때? 한판 붙어 볼까?’
48 만 아니었다면 ㅜㅜㅜㅜ
48 내 모습 두글을 친구들과 모아 보니
광땡
두급
부자
혼족
ㅎㅎㅎㅎ
저는?
시간
어려워요..시간이 부족하다는 의미는 알겠는데..
@상상하기[김중신] 자신들의 희망사항 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