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의 증명[아비센나]
Proof of the Truthful برهان الصديقين 真实性证明
진실(眞實)의 증명은 필연존재와 우연존재를 통해서 신 존재를 증명하는 아비센나의 논증이다. 이 논증의 핵심은 신의 실재가 진실이라는 것이다. 아비센나(Avicenna/Ibn Sina, 980~1037)는 신 존재 증명을 위해서 다양한 방법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아비센나가 신 존재를 위해서 기술한 내용은 [발언과 훈계(Al-Isharat wa’l-tanbihat)], [구원의 서(Kitab al-najat)], [치유의 서(Kitāb al-Shifā)]에 담겨 있다. 의사이기도 했던 아비센나는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정신/영혼은 물질/신체와 다른 독립적 실체라고 생각했다. 아비센나는 정신을 개별자가 아닌 보편자로 보고, 정신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고 믿었다. 초월적 정신의 진정한 고향, 그것은 신의 세계다. 중세 아랍의 철학자, 신학자, 의사였던 아비센나/이븐시나에게 신 존재 증명은 대단히 중요했다.
아비센나의 신 존재 증명 방법은 모든 존재를 우연존재와 필연존재로 나누는 것에서 시작한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알 파라비(Al-Farabi, 870?~950?)의 존재론을 계승한 아비센나는 먼저 초월적 실재(al-ḥaqīqa)와 현상적 실존(al-mawǧūd)을 구분한다. 그리고 초월적 실재는 필연존재인 신이고 현상적 실존은 우연존재인 신 이외의 모든 존재로 보았다. 첫째, 우연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 존재이며 인간이 감각으로 경험하는 모든 존재다. 우연존재는 일시적으로 존재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거나 변화한다. 따라서 우연존재는 필연존재를 근거로 일시적으로 실존한다. 둘째, 필연존재는 다른 원인에 의해서 존재하지 않고 자기 원인에 의해서만 존재한다. 필연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존재이며 인간이 감각으로 경험할 수 없는 존재다. 필연존재는 시간과 공간이 변하더라도 사라지거나 변하지 않는다. 따라서 필연존재는 영원불변한 실재다.
아비센나의 존재론에서 현상적 실존(實存, existence, al-mawǧūd)은 우연존재를 말하고 초월적 실재(al-ḥaqīqa)와 근원적 본질(本質, essence, al-ḏāt)은 필연존재를 말한다. 필연존재는 본질이자 실재인 신이다. 아비센나의 신 존재 증명은 세 단계를 거친다. 1단계는 필연존재의 유일성과 단순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아비센나는 우연존재와 필연존재를 분석적으로 해석한 후, 필연존재가 하나 이상이라는 것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필연존재는 무원인의 원인이자 결과이고 우연존재는 다른 원인의 결과다. 만약 필연존재가 둘 이상이 있다면 하나는 필연존재가 아니라 우연존재다. 필연존재가 둘 이상으로 보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별개의 필연존재가 아니라 하나의 필연존재가 여러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다. 따라서 필연존재는 하나일 수밖에 없고 단순할 수밖에 없다.
아비센나의 신 존재 증명 2단계는, 우연존재는 필연존재로부터 유출된 것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연존재의 근거는 필연존재다’라는 명제를 반대로 논증한 것이다. 우연존재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으며, 우연존재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필연존재를 만날 수 있다. 우연존재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의 원인’을 무한퇴행(infinite regress)하는 것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는 참이다. 따라서 필연존재의 ‘결과의 결과의 결과의 결과’가 모든 우연존재다. 아비센나는 이것을 근거로 본질이자 초월적 실재인 필연존재로부터 우연존재가 유출(Emanation)되었다는 이론에 동의했다. 아비센나는 신플라톤주의자 플로티노스의 단계적 유출설과 유사한 개념으로 유출의 생성론을 받아들였다. 시공간을 초월하여 모든 존재는 일자(一者)인 필연존재로부터 유출된 우연존재다.
3단계는 필연존재가 신(神)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필연존재는 논리적이어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필연존재가 신이라는 것을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아비센나도 이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했다. 그리고 [쿠란(Qur’an)]에 근거하여 신과 필연존재를 연결하는 방법을 택했다. 계시로 드러나거나 [쿠란]에서 묘사된 신은 유일성, 통일성, 단순성, 비물질성, 지성, 강한 권능, 관용, 최고선, 자유의지, 충만, 자립적 존재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신의 유일성, 통일성, 단순성 등은 필연존재 자체의 성격이며 비물질성, 지성, 권능 등은 형이상학적 해석이고, 관용, 최고선, 자유의지, 충만, 자립성 등은 [쿠란]의 묘사다. 필연존재로서의 신 존재 증명에 대하여 아베로스(Averros)는 과학적이 아닌 형이상학적 방법이라고 비판했으며, 알 가잘리(Al Ghazali)는 진실의 증명은 신의 계시와 병립할 수 없고 신의 자유의지와 모순된다고 비판했다.★(김승환)
*참고문헌 Ibn Sina, The Metaphysics of “The Healing”. A parallel English-Arabic text translated, introduced, and annotated by M.E. Marmura, (Brigham Young University Press, 2005).
*참조 <목적론[아리스토텔레스]>, <목적론적 논증>, <무한퇴행>, <본질>, <부동의 원동자>, <신>, <신 존재 증명>, <신 존재 증명의 의미>, <완전 존재>, <우주론적 논증>, <일자⦁하나>, <자유의지>, <제1동자>, <제1원인>, <존재[아비센나]>, <존재론적 논증>, <최종목적>, <필연⦁우연>, <필연존재[아비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