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
오월의 마지막 목요일, 지난 오월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다가올 유월도 아름다울 것이지만, 오월엔 연두와 신록이 교차하는 달, 모란과 작약이 피었다가 정상의 자리에서 물러날 무렵, 선물처럼 줄장미가 탐스럽게 피어나고, 꽃양귀비도 화려한 자태로 시선을 끌고 있습니다.
오늘, 본래대로라면 유정의 벗님들 함께 실레이야기길 걷기로 했었는데, 세상 일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아주 좋았습니다.
새벽에는 부슬비가 내리더니 아침부터 비 그치고, 개이기 시작, 함께 하기로 했었던 유정의 벗님들은 현장에서 근무해야하는, 게다가 춘천지역 시내버스의 전면파업으로 근무 일정 미리 조정해놓았던 이들 조차 취소 사태, 오후에만 소수 인원 참석이 가능하다는 연락 받았습니다.
날이 너무 좋아서, 금병산 신록의 유혹이 은근해서, 혼자만의 산행, 실레이야기길을 걷기로 하였습니다. 비 그친 아침, 실레이야기길의 신록이 싱그러워서 가슴이 터질 듯 하였습니다. 산록으로 접어들기 전에 거쳐야 하는 실레마을 집들, 마당이나 담장 옆에 잘 가꾸어놓은 꽃밭들, 아주 고왔습니다. 저마다 '아름다운 꽃길 경연'에 참석하듯 정성들여 가꾼, 드물게 보는 아름다운 마을 길이었습니다.
산뽕나무 아래에서 까맣게 익은 오디 따 먹었습니다. 딸기덩굴 헤치고 산딸기 따먹으며 걸었습니다. 비온 뒤라 산행온 이들 대여섯 명 엇갈리며 보았을 뿐, 금병산은 듬직한 적요속에 있었습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걸었는데 첫 출발지로 돌아와 보니 2시간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오후 2시의 김유정문학열차, 에어컨으로 실내는 쾌적했습니다. 김유정의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 돌아가며 읽었고, 카톡으로 보냈던 오월의 시들 10편, 역시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시낭송가들 보다 더 멋있게, 감정 잡아가며 읽었습니다. 향기롭고 맛난 음식을 음미하듯, 한 편의 시를 서너명이 반복해서 읽으며, 그 느낌들 이야기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도 돌아가며 읽었습니다.
문학열차 차창 바깥으로는 투명한 햇살이 신록 위로 쏟아져 내리는데, 수필을, 시작품을, 그리고 소설작품을 읽으면서, 가슴 속에서 천천히 스며나오는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감동.........
다음 모임은 6월11일 두번째 목요일 오후 6시에 만납니다 (장소는 추후 알려드리겠습니다). 다음 모임에서는 김유정의 수필 < 강원도 여성>,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함께 읽을 것입니다.
초록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초록은 대개 초목의 색채이기에, 김유정식의 표현을 빌리면 개운한 그리고 졸음을 청하는 듯한 '나른한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초록을, 나른한 향기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유월에 뵙겠습니다.
2026. 5.28 강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