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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4기 100인원정대 가양에서 구파발까지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오늘은 서울의 서쪽으로 왔다
14년 전의 흥분이 남아 있는 곳
도전하는 자에게
준비하는 자에게
꿈은 이루어진다
2002년 월드컵이 시작되던 날에
개통된 1천 700미터의 가양대교
다리 위의 좁은 인도로 들어서면서
오늘도 40리길의 여정을 시작한다
머얼리 서쪽으로 행주산성이 보이고
외로운 갈매기의 나래짓 사이로
난지도의 쓰레기 산이 보인다
난초같은 수초들로 우거진
아름다운 우리들의 섬이었건만
인간의 욕심들이 버려져 쌓이고
쓰다말고 버린 수많은 잔해들이
모여서 산이 되어 버린 곳
지금도 안으로 안으로 썩어가면서
깊은 한숨 뿜어내는 곳이건만
푸른 숲으로 부끄러움을 감추었다
그 아픔과 한이 맺힌 길에
살구 열매 알알이 열리고
메타세콰이어길에 사랑이 흘러간다
난지도의 인공산을 지나니
꿈이 이루어 진 월드컵경기장이다
월드컵 4강 그것은 신화였다
우승보다 더 큰 꿈이었다
아련하게 남아 있는 흥분을 되새기며
다시 불광천으로 접어든다
삶의 번뇌와 불행을 부처님의 법으로 이겨내니
이 불광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광명이 있음이요
아래로 내려가면 무명의 난지도가 있음이라
청둥오리 토닥토닥, 잉어 한 쌍의 사랑싸움
어린갈대들의 불광천 봄맞이 소풍놀이 뒤로하고
증산동으로 접어들어 작은 언덕길을 오르니
인증스템프 찍는 증산체육공원이다
다시 수색산을 지나 봉산으로 걸어간다
한양을 지키기 위해 만들었다는 봉수대
그 봉수대도 4개에서 2개로,
다시 5개로 발전했다는데
여기 봉산엔 2개만이 복원되어
서쪽으로는 머얼리 일산, 김포로
동쪽으로는 안산, 인왕산으로
연기없는 무언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봉산 해맞이공원에 서니
독도까지는 442km이지만
평양까지는 187km밖에 되지 아니하는데
언제쯤에 저 평양까지 자유롭게 가보려나
봉산의 봉수대에 연기를 피우면 가능할까
왼쪽으로는 고양시, 오른쪽으로는 서울의 은평구
그 능선을 따라 봉산을 내려오니 서오릉이다
얼마나 좋은 땅이었기에
얼마나 자손만대 부귀영화를 꿈꾸었기에
왕릉이 무리지어 터를 잡았을까
명당의 터를 잡은 지관은
그 터의 벌에 의하여 죽음을 맞이 했다니
그의 무덤은 어디에 있을까
지관이 죽은 벌고개를 지나서
다시 앵봉산으로 오른다
오늘은 100인원정대의 맨 끝에서 걷는다
후미에서의 걸음은 느긋함이 있어 좋다
그러나 우리가 마지막에 가야만 끝이 나니
그 책임 또한 가볍지 아니하다
앞서 빨리가는 이에겐 보이지 아니하는
수풀 속에서 향기피우는 더덕도 보이고
계절의 느긋함을 즐기며 이제야 잎 튀우는
키 큰 아카시나무 아래에서
생존의 경쟁을 위해 이른 새봄부터 잎을 피운
어린 아카시나무의 치열함
소나무도 꽃을 피우고
산딸기 꽃봉우리 맺어예는 앵봉산
앵무새는 보이지 않지만
이름모를 산새 한 쌍이
데이트를 즐기다가 후다닥 몸을 숨기고
한 뿌리에서 11개를 낳은 팥배나무에
나의 마음을 보태니 한 다스가 된다
팥배나무 아래로 펼쳐지는 애기나리 군락지
후미에서 즐기는 느긋함으로
앵봉산을 내려오니 마지막
세 번째 스템프 찍는 곳이다
아파트촌으로 이루어진 뉴타운
북한산 자락의 구파발역으로 다시 걸어간다
봉산에서의 봉수대 통신이
파발마로 대신하면서 말이 쉬어가던 곳
다음 북한산 코스를 걷기 위해 다시 오리라
비가 내린다던 기상청의 빗나간 예보를 뒤로하고
구파발역 3호선 지하철에 지친 몸을 싣는다
먼저간 대원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그들이 남긴 행복의 향기만이 코끝을 스치운다
2016.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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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침일찍성당으로..친정아버지병원으로 바쁘게서두르면서오늘은어떤글을쓰셨나궁금했다.그림을그리면서어릴적추억에잠겼다..서대문..북가좌초등학교.증산동..나의초등시절동네였던곳이었다~~잘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증산동에서 어린시절을 보냈군요. 그땐 꽤 시골풍경이었겠지요. 추억이 그리웠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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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밤의 느긋함이 깊어가는 남쪽에 와 있습니다. 행복한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