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 모텔
어제 거제도 와현 해수욕장에 다녀왔다. 대학생이 되어 주로 서울에서 생활하는 큰 아들이 끝나가는 여름 방학을 함께 보내기 위해 며칠 전 내려왔다가 올해 마지막 해수욕을 하러갔던 것이다.
고 3인 작은 아들이 토요일인데도 학교에 가야해서 같이 못 간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큰 딸, 막내딸은 오랜만에 큰 오빠와 노느라 물에서 나올 줄 몰랐다. 나와 아내는 벌써 서늘해진 날씨에 차마 들어갈 용기는 내지 못하고 그저 해변가 벤취에 앉아 아이들 노는 모습만 지켜보았다. 그러다가 나는 벤취 아래 풀밭에서 작은 개미 떼를 발견하고는 먹다 남은 빵부스러기를 뿌려주어 그 놈들이 영차영차 집으로 옮기는 것을 몇 시간 동안이나 계속 관찰하였다.
해가 저물 무렵이 되어서야 아이들이 물에서 나와 황혼의 아름다운 해변도로를 따라 집으로 돌아오는데 구조라 해수욕장 근처를 지날 때 큰 딸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저기 봐. 모텔 이름이 외도야. 외도 모텔. 깔깔깔”
막내 선린이만 빼고 모두 한 마디씩 보탠다.
“저긴 가족은 안 받나 봐.”
“그렇다고 어찌 저리 노골적으로 이름을 지었을까?”
선린이만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왜 그래? 왜 저 이름이 이상해? 외도 모텔이 어때서?”
하고 답답해하자, 언니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너 불륜 드라마, 그런 말 들어봤지? 외도라는 말은 불륜과 같은 뜻이거든. 그러니까 별로 좋은 게 아니잖아.”
그러게 말이다. 나도 저렇게 대놓고 제 사업 성격을 내붙인 모텔은 처음 본다.
(2012. 9. 2.)
(경남대 김원중)
첫댓글 엥? 조금 내용이 다른데?
재미있네요..^^
저도 남편하고 여행중에 모텔 가끔 가는데 외도모텔은 가면 안되겠군요..^^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외도 모텔의 '외도'는 '불륜'이 아니라
거제도 앞 바다의 아름다운 섬, 외도를 의미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면 모텔 이름을 '불륜 모텔'이라 지었겠습니까?
ㅋㅋㅋ 저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 근처에 내도와 외도가 있거든요....^^
저는 글 제목을 보고 교수님께서 외도에 1박2일 여행을 가신 줄 알았습니다~^^
잘 지내시죠?..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