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 그 백설의 찬가
시/정건철
눈 내리는 소리의 침묵은
마음결에 흐르는 천상의 노래,
아름다운 풍경일수록 때로는
애절하게 피어나는 추억들까지 신의 입김으로 서리네
첫눈 펄펄 날릴 때
마음엔 소용돌이치는 황홀, 그
내안의 파열음 같은 것
나도 한 잎 눈꽃 송이로 태어나
무한으로 나풀대는
아찔한 혼돈의 춤사위고 싶어라
흔들려 나부끼는 눈발은 곧
생명감을 뒤흔드는 소요다. 아!
살아 있음에서 느끼는 파장들의 격간
높고 낮음의 아우라 속에서 바람들만이 흰 눈의 살결 헤집고
도도한 공중을 펼쳐내며 현련한 악장을 켠다
저 신기루 같은 침묵의 너울 속에 깃들어
몸 내던지고 달려드는 흰 살결들의 아우성
세상을 뜨겁고 환하게 새로 잉태 시키고 있다
스스로 가부좌를 튼 묵언 수행이라야
내 안의 고요를 더 고요하게 해서
가장 아름다운 순수로 저들의 진경을 포옹할 것이니
백설의 꽃잎 사위는 몸짓 속으로
속으로, 내 불타는 의식의 수신호가
고스란히 타전될 것이다.
눈보라... 혼란한 천지를 쓰다듬 듯
흩날리는 것 속에서의 장광들
저 침묵의 소요야말로 내 안에서 증폭되는 언어의 목마름
내 숨은 비밀들을 장쾌하게 폭로하고 있구나
아, 아, 첫눈!
저 백설의 희디 흰
숨가쁜 살결 위로 녹초 되고 싶어라
2015, 11,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