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특별시 살기(주소변경신고)

[유광현]

 궁벽한 산촌에서 태어나 우물 안 개구리처럼 안온하게 살던 촌놈이 대처에 처음 발을 들여 놓았을 때만 해도 서울에서 이토록 반세기나 살줄은 미처 몰랐다. 가평에서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12년, 수원의 중학교 입학 후 1년, 대전의 군대생활 2년여를 빼고는 줄기차게 서울에서 코를 박고 살았으니 처음부터 금의환향은 포기한 셈이다.

 어차피 부평초 같은 인생이지만 그래도 서울특별시를 조강지처처럼 끼고 살던 내가 얼마 전에

행복특별시로 이사를 왔다. 서울 집을 전세 놓고 이곳에 전세를 왔기에 2년 후 슬그머니 돌아가

시치미를 뗄까 엉거주춤하던 차에 최근 강 총무가 공지한 최신 버전 주소록의 참뜻을 욕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의무감(?)과 함께 우체국의 주소이전서비스 기간도 만료되어 자의반타의반 신고를 하게 되었다.

 40여 년 전 아카시아 꽃이 흐드러지게 핀 5월 논산훈련소로 가는 입영열차를 여기에서 탔다는

인연 외에는 특별한 연고도 없는 이곳으로 어느 날 갑자기 온 이유는 순전히 막내의 직장 때문이었다. 속내를 조금 아는 사람들은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에 빗대어 유모삼천지교(柳母三遷之敎)라든가 수구초심(首丘初心)이 아니냐고 빈정대는데 사실인즉슨 경제적 이유가 8할이요 정신적 이유가 2할쯤이다.

 아직 미혼인 막내가 홀로 객지에서 집을 얻어 두 집 살림을 하느니 어차피 서울에서 딱히 하릴 없이 빈둥대는 내가 옮겨가서 한집 살림을 하는 게 낫겠다는 얄팍한 계산이 우선이었고, 천만 명 속에서의 외로움, 구우일모(九牛一毛)같은 미미한 존재감보다는 5십만 명의 일원이 되면 행여나 내 값어치가 스무 배 쯤 올라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작용했다.

 이곳에 와보니 마침 시(市)의 브랜드 슬로건이 행복특별시이다.

행복의 결정요소는 유전 50%, 의지 40%, 환경 10% 라고 한다. 결국 시(市)가 세금을 거두어 시민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10%밖에 안 되지만 난 벌써 이곳 환경에 만족하여 행복지수가 20%쯤은 상승한 것 같다.

 우선 경쟁이 별로 없다. 이사를 오자마자 신문을 구독하려고 지국에 밤낮으로 여러 날 전화를

해도 불통이라 결국 본사를 거쳐 겨우 지국과 통화를 하고 보름 만에 신문을 보게 되었다.

알고 보니 한 지국에서 여러 신문사를 통합해서 운영을 하니 경쟁이 애당초 존재할 여지가 없다. 바로 몇 달 전 서울 살 때 아파트 정문에서 각종 경품을 내걸며 무료 구독을 권하던 일상적인 풍경이 마치 몇 십 년 전의 빛바랜 흑백 스틸 사진 같다.

 길이 한가하다. 자동차가 인구 비례대로 서울의 20분의 1인 것 같아 운전하기가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 굳이 앞질러 가려고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고 당연히 끼어드는 차도 없다. 운전 중 딴 짓 하는 게 취미인 사람, 예컨대 코털을 뽑거나 귀를 후비는 사람은 1분 정도 맘 놓고 취미를 즐겨도 될 것 같고 30초 정도는 오수(午睡)를 즐겨도 될 성 싶다.

 철저한 은닉성이다. 알게 모르게, 얽히고설켜서 마치 거미줄 같은 질기고 오랜 인연으로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 속에 살았던 서울에 비해 이곳은 그야말로 해방구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고 무슨 짓을 해도 알아볼 사람도 없다. 일탈(逸脫)을 꿈꾸고 일상(日常)을 탈출할 수 있는 가능성, 잠재력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

 오로지 시민의 행복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행복특별시 시장에겐 이러한 나의견강부회(牽强附會)식 행복론이 약간은 생뚱맞게 보일런지 모르겠다.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 모든 게 예뻐 보이고 좋아 보이듯이 이곳 생활이 다소 불편하고,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아전인수(我田引水)를 잘하는 나는 현재 행복하다.

나는 의정부 행복특별시 시민이다.

*주소 :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로 18번길 30 104동 1808호

[박영우]

우덜은 남겨두고 혼자만 행복하면 그만인가유?

[유재성]

근자에 나도 시집간 딸네미 집 인근인 일산 주엽역으로 이사를 했는데 더행복? 아직은 글쎄올시다지만 변화에 대한기대가 크니 아직은 젊은듯

[오춘식]

도봉산에 가기는 더 가까와 진듯하니 뫼두열 도봉산 산행에서 봅시다.

[류영철]

행복 도시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으시다니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주자주 소개하여 주십시요.

[정종선]

갑자기 술기가 확 오르네.......
자전거 타고 가다 어느 집이 원조여하며 들어가던 바로 부대찌게 동네.......
Anyway someday, we'll be together.......

[김남원]

겨우 그동네 그동네 살면서 무슨 달나라에나 간 것처럼 요들갑들은... 나는 일찌감치 수원에서 대전 지금은 층북 영동에 살고 있는데, 요즘 아들, 딸이 살고있난 대전에만 가도 정신이 없어요. 어제도 아들집에 갔다가 저녁식사 하는데 동네를 두리번 거리니까, 아들이 시골 할아버지가 서울구경하느라 정신없어 하는 것 같다더군..

[유광현]

벌써 정신줄을 놓았나보네. 주소도 틀리게 적어 놓고 104동 1808호가 아니고 104동 1801호가 맞습니다.
반가운 친구들! 이름들! Out of sight, out of mind 안되도록 적당히 긴장하고 바지런해야 한다고 다짐!!!!

[최남훈]

다음에 서울 나가면 행복특별시 방문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들게 하네요. 부대찌게의 냄새도 나고...
Hope you enjoy your city every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