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어서 건너지 못한 세체니 다리
-윤동재
지난겨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갔다가
내가 한국인이어서 세체니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부다페스트 세체니 다리를 건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나를 불러 뒤돌아보니
헝가리 정치가 이스트반 세체니*였다
나를 보고 대뜸 한국인이 아니냐고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돌아가 다리 입구에서 보안 검색을 받고 건너라고 했다
나는 기분이 나빴지만 할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랐다
그의 말로는 그가 어느 날 그의 영지를 방문했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오는데
부다와 페스트를 갈라놓는 다뉴브강을 건널 수 없었다고 했다
배가 여러 날 다닐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그 뒤 그는 자기 돈을 먼저 내놓고 다뉴브강에 다리를 놓아
누구든 언제라도 건너다닐 수 있게 하자고 하여
국민과 함께 만든 다리가 세체니 다리라고 했다
한국인인 나만 보안 검색을 받아야 하느냐
이건 명백한 차별 아니냐고 했더니
한국인은 한국전쟁 때 한강철교와 인도교를 폭파하지 않았느냐고
국민이 죽건 말건 특권층 일부 정치 지도자만 도망가고 나면
그까짓 다리가 무슨 소용이냐고
얼른 폭파해버리지 않았느냐고 했다
한국인인 나도 이 다리를 다 건너면
다리를 폭파할까 봐 그러는 거라고
여러 말 말고 보안 검색부터 철저히 받으라고 했다
나는 보안 검색을 여러 번 받고서도 결국
세체니 다리를 건너지 못했다
보안 검색은 이상이 없었으나
그들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보안 검색 요원에게 사정을 해 보고
이스트반 세체니에게까지 매달려보았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나는 그날 내가 한국인이라는 게 너무 부끄럽고 원망스러웠다
*이슈트반 세체니 : 헝가리의 정치가(1791~1860). 헝가리의 경제적 자립과 점진적인 사회 개혁을 주장하여 지지를 받음.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과 세체니 다리
낮에 본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 다리
가까이서 본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체니 다리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야경
첫댓글 한국인 거의 전부 다리 폭파 가해자가 아니고 피해자임을 알려야
설파 선생님 말씀대로 표현을 다듬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