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찍는 기술도 사진기도 시원치 않아 영상은 별로지만 그날을 되새긴다는 의미로 가볍게 보아주시면……
올림픽 아리바우길 1코스. 보통은 정선 5일장에서 출발하여 나전역으로 가는 것이 원래의 코스라는데 오늘은 역으로 나전역에서 출발하여 정선 5일장으로 가는 코스로 걷는답니다. 바우길에 참가한 지 일천하여 어떤 코스를 어떤 식으로 걷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강릉시 의회 주차장에서 버스를 타고 나전(羅田)역에 도착한 것이 09:14경. 다소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역 앞은 한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글을 쓰면서 알게 된 것이지만, 1993년 간이역이 되었다가 2011년에는 사람이 타고 내릴 수 없는 역이 되었다니까요. 하루에 4번인가 선다는 아리랑 열차에서 잠시 내리는 손님만이 사용한다고.
나전역은 역의 북쪽 항골계곡에 있던 나전 광업소에서 비롯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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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기 전에 역 부근을 둘러봅니다. 불 꺼진 난로를 가운데 둔 간이역. 왠지 추억이 깃든 곳, 소박하지만 그리운 풍경입니다. 이제는 온기가 사라진 지 오래겠지만 그래도 아련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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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客)은 없고 앉은뱅이 향나무(?) 등만 자리하고 있는 역 뒤편의 철길. 온갖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있었을 애환과 그리움도 함께 실어 날랐을 철길은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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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오신 분들(서울, 인천, 분당 등 먼 곳에서 오신 분들도 몇몇 계셨지요)을 소개하고 얼마간 쉬었다가 09:35경 출발합니다.
오가는 이가 아무도 없는 거리, 아리랑 다방의 낡은 간판이 거리의 적막감을 더합니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사이에 두고 노닥거리던 레지 미스 김은 있기나 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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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게이트볼장도 있네요. 이렇게 실내 게이트볼장을 이용할 어르신들도 그다지 없을 듯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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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큰길로 들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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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교(?)를 지나기 전에 마을을 휘돌아 감싸고 있는 산줄기를 배경으로 한 컷. 이때부터 ‘휘닉스님’은 모델로 활약하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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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위에서 본 조양강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멀지 않은 북면 여량리(아우라지?)에서 시작된다는 조양강(朝陽江)은 꽁꽁 얼어붙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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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우회전을 하니 저 멀리 운무(雲霧)에 가린 큰 산괴(山塊)가 나타납니다. 국장님께 물었더니 가리왕산이라고 하네요. 뒤편이 산객(山客)들이 오르내리는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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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거리를 한 참 걸어 다시 왼편으로 꺾어져 마을길로 들어섭니다. 시멘트 콘크리트의 단조로운 길이지만 주변의 한가한 풍경을 감상하면서 가니 전혀 단조로운 느낌은 없습니다. 첩첩한 산중이라고만 생각했던 이곳 정선에 이렇게 넓은 평야가 있을 줄이야(정선의 북쪽에 있는 넓은 들판이라 하여 이 마을 이름이 북평리가 되었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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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숲, 그리고 소나무 숲 곁을 지나는 바우님들의 모습이 한가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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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마을 굴뚝에서는 아침 짓는 연기(?)도 솟고 있는 조용한 마을에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립니다. “야 저기 고라니 봐” 고라니의 색이 들판의 색깔과 비슷하여 잘 찾지 못하고 있던 사이에 고라니가 밭 사이와 둔덕을 뛰어 저편 밭으로 건너갑니다. 하여 고라니의 모습을 잡지는 못했지요. 잘 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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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농원(農園) 앞에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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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을 취하는 막간을 이용하여 다시 모델로 나서시는 ‘휘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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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면서 못내 아쉬운 듯이 다리 양쪽 옆의 갈대밭을 배경으로 다시 한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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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전역에서 꼭 4km 되는 지점에서. 어느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자그마한, 그림같은 성당(천주교 정선 교회)도 자리 잡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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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후미로 처진 듯하여 급히 찍다 보니 초점이 다소 흐려지고 말았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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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를 벗어나는 곳에 등산로 이정표가 서 있습니다. 상정바위산(??. 1,006m)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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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귀에서 등산로 이정표를 따라 얼마간 오르다가 돌아본 정선 평야(?)의 모습. 누가 이곳을 산골이라고 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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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위의 하얀집(White hill) 굴뚝에서는 가느다란 연기가 솟고 있고……누가 향긋한 차 한잔 하고 있을 것 같은 장면이 상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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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등산로(이곳은 등산로라기보다는 林路라고 하는 편이 맞을지 모르겠다)를 따라 걷습니다. 겨울 가뭄이 잔뜩 든 강릉에서 보지 못하던 눈 덮인 길, 눈을 밟는 감촉이 참 좋네요. 마치 가로수로 심은 듯한 자작나무도 보기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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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정표가 나타나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할 지를 몰라 대장님이 오시기를 잠깐 기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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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불꾸불 몇 굽이로 접힌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간혹 나타나는 조망은, 자연이 빚어낸 수묵산수화(水墨山水畵) 바로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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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백야님ㅋ~아침 눈 뜨자 멋진 글 작품~
한참을 웃었습니다 아리바우길 1구간을
멋지게 작품으로 담으셨네요 한컷 두컷
작품도 감사하고요 왠지 감사 더 하고
싶은 분인것 같아요 감사합니다ㅋㅋ^^
여행책 한 꼭지 읽은 기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와 사진이 같은 길을 두번 걸은 기분이네요. 글도 사진도 즐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