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내적 시각화가 어떻게 이루어진다는 것인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됐습니다. 제가 현실적이고 이성적인 탓인 것 같은데, 실제로 제 MBTI 성격유형은 ‘ESTJ’로 ‘S, T, J’가 ‘N, F, P’ 성향보다 극단적으로 높게 나옵니다. 그래서 과거의 충격적인 경험을 내담자가 눈을 감고 다시 떠올릴 때, 새로운 상처 경험이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함이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잊고 있었던 상처를 자극해 기존의 상처가 벌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게 또 하나의 상처경험으로까지 작용할 수 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강의 말미에 교수님께서 시연해주신다는 내용을 듣고, 저는 최대한 생각 없이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이미지화하고자 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저를 떠올렸을 때, 초등학생인 저는 즐거워하고 있었습니다. 인지적으로 초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장애로 놀림받아 친구가 전학 간 사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왜 즐거워하는 모습이 떠오른 건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니 친구가 전학가기 전까지 그 친구과 있었던 수많은 추억과, 전학 후 좌절 경험 속에서도 저를 생각해주는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이미지 속의 내가 지금의 나로 성장한다고 하셨을 때, 저의 주변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도 지금의 모습으로 바뀌어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어린 시절에 힘든 경험이 있었지만, 결코 혼자였던 적은 없었음을 보고, 지금의 제가 내적 이미지 속의 저로부터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짧은 내적 시각화의 과정이었고, 지금의 제가 과거의 저를 보듬어주기보다는 반대의 방향으로 이루어졌지만, 내적 시각화는 그냥 과거를 회상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음은 확실히 체험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