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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로 분석한 ‘한국인의 마음’ 상태는?
한국인이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다양한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실제로 외국인을 만날 때마다 한국인들이 전체적으로 불만이 많다는 걸 느낍니다.
영국 BBC방송이 발행하는 잡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정욕(lust)이 많은 나라’ 1위에 꼽혔다고 합
니다.
국민 1인당 포르노산업에 대한 지출액을 기준으로 삼았다고 하는데, 이것만으로 정욕(情欲)이 많은 것
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욕망의 분출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분위기인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한국인의 심성이 원래 그렇다기보다는 유교적 이데올로기 때문에 억압되었던 욕망의 고삐가 갑자기
풀린 면이 없잖아 있습니다.
최근의 실험에 의하면 도덕성이 높은 사람들이 오히려 생활의 만족도가 높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고 있
다고 합니다.
비교적 부패하지 않았던 세종·영조·정조 시대에 문화가 발흥했고, 엄격한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했던 개척
시대의 미국이나 캘빈의 종교개혁 이후 국민에게 높은 윤리의식을 요구해온 스위스, 또 유교윤리국가인
싱가포르가 훌륭한 발전을 이뤘던 것도 그 증거가 될 것입니다.
거짓말과 허언, 공사(公私)를 구별 못하는 행동을 죄의식 없이 일삼는 지도자들이 많은 사회일수록 일반
인들의 불만과 소외감은 당연히 커질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혼란으로 인한 낮은 자존감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동양적인 신체에 대한 불만족감은 그만큼 우리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는 내적인 불만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서구지향적인 상업주의에 물든 매스미디어에 현혹되어 몸과 마음을
학대하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지 못하므로 불행감도 커질 수 있습니다.
서열과 줄서기를 강요하는 문화도 한 원인입니다.
통일신라시대의 과거제도부터 지금까지 한국인들이 치르는 엄청난 시험들은 맨 앞에 선 사람이나 통과
한 사람을 빼고는 모두 실패감을 느끼게 합니다.
오죽하면 개그맨이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 하겠는가.
물론 적당한 경쟁은 사회를 발전시키는 약이 되지만 지나친 시험 중심의 서열 매기기나 정신노동과 신체
노동을 차별하는 전통은 고학력자의 과잉이나 무한 경쟁 같은 각종 사회적 부작용과 신경증을 유발합니다.
서로에 대한 공감 부족도 한 요인이 될 것입니다.
내란이 일어난 나라에서는 피아가 서로를 잔인하게 강간·폭행·살해를 해도 상대의 아픔은 공감하지 못한다.
나와 다른 상대를 서로 보듬어야 하는 ‘사람’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물리쳐야 할 ‘악’으로 보는 사회는 지옥
이나 다름없습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한국에서는 극우와 극좌뿐만 아니라 세대와 계층 간의 대립이 전시
처럼 폭력적으로 변질되는 것을 관찰하게 됩니다.
심지어는 강자와 약자로 나뉘어 아이들도 언제든 먹을 것을 갖다 바친다는 빵셔틀이니, 왕따니, 진따니
하면서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며 조폭 흉내를 내고 있습니다.
사회지도자들의 역량과 성숙한 교육이 이와 같은 한국인들의 불편한 현상에 대해 처방을 해 주어야겠지만, 윤리나 나눔에는 별 관심이 없고 돈과 경쟁에만 모든 가치를 두는 개인과 집단을 만날 때마다 과연 한국인
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걱정될 때가 많습니다.
‘메르스 공포’, 세월호 슬픔보다 2배 강했다
‘메르스의 두려움’이 ‘세월호 슬픔’을 압도했습니다.
<중앙일보>가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2008년 1월1일부터 2015년 6월9일까지 트위터·블로
그에 올라온 70억4279만 건의 글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은 지난 7년 6개월간 한국인의 마음을 가장 크게 요동치게한 사건
으로 나타났습니다.
3차 감염이 확인된 지난 6월2일 메르스 관련 freq(프리퀀시·frequency, 트위터·블로그에서 특정 단어가
하루 동안 언급된 건수)는 39만596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전 최고치였던 세월호 침몰 다음 날(2014년 4월17일)의 세월호 관련 freq(20만5020건)의 약 2배에
가까운 것이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한국인의 감정이 세월호 때보다 더 격렬하게 반응했다는 의미입니다.
고려대 현택수(사회학) 교수는 “세월호가 타인의 비극에 대해 슬퍼하는 사건이었다면 메르스는 본인이나
가족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많은 반응이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위터·블로그 글의 감성 연관어를 분석한 결과, 메르스는 ‘두려움’(48.3%), 세월호는 ‘슬픔’(23.7%)과
연관된 말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특히 메르스의 경우 두려움 연관어의 비중이 2008년 광우병 파동
(22.7%), 2011년 김정일 사망(20.9%) 때보다 2 배 이상 높았습니다.
이처럼 한국사회는 메르스 확산과 같은 특정 사건에 대해 함께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이를 공유하는 ‘감정
공동체’의 특성을 보였습니다.
한국인의 마음은 특정 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크게 일곱 가지 감정으로 요동쳤습니다. '
7년6개월간 온라인 공간을 통해 표출된 감정의 비중은 △슬픔(22%) △기쁨(18%) △바람(16%) △분노
(13%) △사랑(13%) △두려움(10%) △수치심(8%)의 순이었다.
다음소프트 권미경 이사는 “한국 사회에 슬픈 감정이 많았던 것은 세월호·용산 참사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 죽음과 관련된 사건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땐 타인 슬픔에 공감…메르스는 본인 피해 두려움”
“며칠 전까지만 해도 메르스가 나와 상관없는 일 같았는데… 메르스 확진자와 의심환자가 늘어나니까
안전불감증이었던 저도 무섭네요.”(네이버 블로그, 아이디 jali***)
“감기 기운 때문에 병원에 가는 것도 무섭네요.
다들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손 잘 씻고 건강관리 잘하세요.”(트위터, 아이디 daju***)
메르스 확산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터넷 블로그와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가 온통 메르스
얘기로 가득 찼습니다.
혹시나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언제쯤 사태가 진정될지에 관한 물음들입니다.
메르스 사태가 한국인의 마음을 ‘두려움’이란 감정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 것입니다.
<중앙일보>가 다음소프트와 함께 트위터·블로그에 나타난 메르스 관련 감정들을 분석한 결과 두려움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르스 관련 감정은 △두려움(48.3%) △바람(16.8%) △분노(12.3%) △슬픔(8.0%) △기쁨(7.1%) △수치
심(4.8%) △사랑(2.7%)의 순으로 분포돼 있었다. 메르스에 대한 두려움의 감정 비중(48%)은 분석 시점인
2008년 이후 최대치를 나타냈습니다.
지난 7년6개월간 벌어졌던 주요 사건에서 두려움의 평균 비중은 10%에 불과했습니다.
메르스 사태를 빼면 해당 기간에 한국인이 두려움을 가장 크게 느꼈던 사건은 2008년 광우병 파동이었습
니다.
하지만 광우병 파동 당시 두려움의 비중은 22.7%로 이번 메르스 사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도 두려움의 비중은 20.1% 수준이었다. 김정일 사망(20.9%), 연평도 포격(18.8%), 천안함 침몰(15.8%) 등 북한 관련 이슈도 두려움의 비중이 메르스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처럼 메르스 사태는 역대 주요 사건을 압도할 정도로 두려움이 큰 사건으로 분석됐다.
회사원 K(31)씨는 “광우병이나 북한 관련 이슈는 나 자신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느낌이 덜했다”며
“메르스의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나와 내 가족이 언제든 위험에 노출될 수 있지 않느냐”고 했습니다.
트위터·블로그(5월20일~6월5일)에 언급된 메르스 연관 키워드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중에 가장 많이 언급된 연관 키워드는 ‘의심’(3만2250건)이었다. ‘공포’(1만 2275건), ‘위험’(1만
2013건), ‘조심’(1만 774건), ‘거부’(1만 366건), ‘심각’(6115건)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대부분 두려움과 관련된 단어입니다.
메르스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메르스 발생 후 훈련을 연기하는 예비군이 급증해 전국 예비군 훈련장은 한산한 상태입니다.
서울 강남의 어학원이나 보습학원에는 학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빗발치면서 일시적으로 문을 닫는 곳까지
생겼습니다.
이나미 심리분석연구원장은 “메르스에 대한 불안심리와 정부 대처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사태가
진정되지 않으면서 현실적인 두려움으로 다가온 것”이라며 “‘나와 연관된 일’이란 인식이 강한 것이 과거
사건들과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습니다.
◆ 두려움 해마다 증가=
한국인의 감정 중 두려움과 관련된 단어의 언급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블로그·트위터 상에 나타난 감성 연관어를 조사한 결과 두려움 연관어는 2008년 10만 건당 2056건 수준
이었습니다.
하지만 2010년 2290건을 기록한 데 이어 2015년 2832건으로 7년 전보다 약 37%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
습니다.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두려움 연관어는 사건·사고가 대형화되고 안전과 관련된 국민의 불안감을 자극
할 때 급증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두려움 연관어는 8월에 유난히 급증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월평균 두려움 연관어 언급은 10만 건당 2310건이었지만 8월은 2689건이었습니다.
신종플루 첫 사망자 발생(2009년), 서울 시내버스 폭발(2010년), 지하철 9호선 싱크홀 발생(2014년) 등
두려움을 자극하는 사건·사고가 8월에 집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온라인 표출 감정 1위는 ‘슬픔’ … 7년 새 19% 늘어
한국인이 온라인상에서 표출한 감성 표현 중 슬픔의 비중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일보>가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다음소프트와 지난 7년6개월간 트위터·블로그에 올라온 전체의 글
70억4279만 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트위터 등에 언급된 감성 연관어(감정을 표현하는 단어) 가운데 슬픔 연관어의 비중이 22.3%로 가장 많
았습니다.
특히 한국인이 슬픔을 표현하는 빈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블로그에 등록된 빅데이터 10만 건당 슬픔 연관어 언급 건수는 2008년 4846건에서 2015년(6월 기준)
5762건으로 19% 늘었습니다.
슬픈 감정의 비중이 가장 컸던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26.9%)였습니다.
이어 △세월호 참사(23.7%) △용산 참사(23%) 순이었습니다.
이러한 슬픈 감정은 한국인의 일상 속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슬픔 연관어와 함께 ‘하루’(32만6128건), ‘삶(21만9699건), ‘생활’(18만9912건) 등 일상과 관련된 말이
자주 언급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서울대 조맹제(사회정신의학) 교수는 “경제사정이 어려울수록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우울감 등을 호소
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말했습니다.
공부·취업·돈·건강 … 세대는 달라도 “하루가 힘들고 슬프다”
힘들다, 슬프다, 우울하다, 속상하다, 눈물이 난다…. 트위터·블로그 등 온라인 공간에는 이처럼 슬픔을
표현하는 말들이 하루에도 수십만 건씩 올라옵니다.
실제로 빅데이터 70억 건을 분석해 보니 지난 7년6개월간 온라인에 올라온 감성 연관어 가운데 슬픔과
관련된 단어가 22.3%로 가장 많이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슬픔을 표현하는 단어들 가운데 ‘힘들다’(51%)는 말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슬프다’(19%) △‘우울하다’(6%) △‘속상하다’(4%) △‘괴롭다’(4%) △‘마음 아프다’(2%)의 순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루가 힘들다’는 언급은 블로그 기준 32만6129건(프리퀀시·frequency, 특정 단어가 하루 동안 언급된 건수)에 달했습니다.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경기 침체와 대형사고 등으로 함께 겪게 되는 ‘집단 슬픔’이 개인의 일상에까지 확산되고 있는 현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인은 어떤 이유로 일상적으로 슬픔을 표출하고 있는 것일까.
10대부터 70대 노인까지 각 세대를 대표하는 시민 4명에게 슬픔에 대해 “당신은 지금 왜 슬픕니까?”라고
물었보았습니다.
◆‘학업’이 슬픈 10대=
C(18·숭실고)군은 수능을 148일 앞둔 고교 3학년생입니다.
하루 18시간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생활이 매일 반복됩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을 잘 때도 학업의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따라다닙니다.
C군은 “연애도 하고 싶고 해외여행도 가고 싶은데 시간은 제한돼 있습니다.
모두 나와는 동떨어진 일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진다”고 말했습니다.
◆‘미래’가 슬픈 2030=
계약직 간호조무사로 일하는 G(24)씨는 미래에 대한 걱정에 한숨 짓는 일이 부쩍 늘었습니다.
정규직으로 일하는 또래를 보며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한다. 압박감이 커지자 하는 일이나 수입에 대해
지인과 가족들에게 부풀려 거짓말을 하고 후회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데이트 비용도 부담스러워 연애는 꿈도 꾸지 못한다. 김씨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어 슬프다”며 “일자
리를 못 구하고 실패자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우울할 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노후 대책’ 꿈 못 꾸는 4050= Y(53)씨는 주부이자 대학교 청소노동자입니다.
어려운 집안 형편에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섬유공장에 취직했다.
2교대로 하루 12시간씩 일하다 보니 청춘이 다 지나갔다.
지금은 대학기숙사에서 청소를 하며 150만원가량을 받는다.
하루가 힘겨운 Y씨에게 노후대책은 사치다.
두 딸의 매 학기 등록금 400만원을 마련하기도 빠듯한 상황이다.
최근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올해 25세인 첫째 딸이 결혼을 앞두고 있어서다.
Y씨는 “남들처럼 결혼식을 치러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빚을 져야 할 판”이라며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벗 떠나고, 삶 외로운 6070= S(73)씨는 요즘 ‘웰다잉(well-dying)’에 대해 고민합니다.
고려대 영문학과 61학번인 서씨의 대학 동기는 40명. 이 중 절반가량이 세상을 떠났다.
최근엔 가장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S씨는 “아직도 친구들의
죽음이 믿기지 않아 자주 울적해진다”고 말했다.
작은 일로 서운함을 느끼는 경우도 잦아졌다.
그는 “손주들 보는 낙으로 살아가는데 자식들이 자주 찾아오지 않아 서운하고 우울해진다”고 말했습니다.
“저성장 늪에 빠져 좌절·슬픔 일상화 …경제부터 살려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세월호 참사, 배우 최진실씨 사망…. ‘슬픔’에 관한 언급이 많았던 주요 사건입니다.
다음소프트가 최근 7년6개월간 블로그에 등록된 ‘슬픔’ 관련 감성연관어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슬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였습니다.
슬픔 연관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26.9%로, 주요 사건 중 가장 컸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2009년 5월은 슬픔 연관어가 가장 급격하게 늘어났습니다.
슬픔 연관어가 블로그 10만 건당 5567.5건 언급됐는데, 이는 이전 달(2009년 4월, 4821.8건)보다 15.5%
늘어난 수치였습니다.
올해 들어 시행된 담뱃값 인상(20.4%)도 슬픔의 비중이 컸던 사건으로 나타났습니다.
조사를 진행한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담뱃값 인상은 ‘우울하다’ ‘속상하다’ ‘괴롭다’ 등의 슬픔 연관어
와 연관성이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이 같은 사건들의 영향으로 슬픔 연관어의 언급량이 증가할 때 우리 사회엔 다양한 형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메르스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슬픔과 우울감이 지속되는 상태”라
며 상황을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했습니다.
① 슬픔의 집단화:
비극적인 사건 때문에 사회 전체가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겪는 상황입니다.
이 경우 경제 침체 등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이 대표적이다. 2014년 상반기 시민들의 소비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들은 전례 없는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습니다.
당시 한국은행은 하반기 경제성장률을 3.8%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② 슬픔의 내재화:
자신과 큰 관련이 없는 사건인데도 자신의 상황에 대입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합니다.
연예인 자살 등이 대표적이다. 톱스타 최진실씨의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씨가 숨진 2008년 10월에 자살 시도가 25% 증가했습니다.
③ 슬픔의 만성화:
경제침체 속에서 슬픔이 지속적인 감정으로 자리 잡으면 우울증 등 각종 ‘슬픔 후유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지난 4월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20~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성인 중
36%가 ‘행복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전체 대상자 중 33%는 우울·불안 등 정서문제를 겪고 있다고 했으며 분노조절 장애가 의심되는 이도 11%
에 달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슬픔의 집단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내재화나 만성화 는 막을 수 있다”며 슬픔에 대한 배출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대병원 조맹제(정신의학건강과) 교수는 “자신의 슬픔을 밖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 특유의
정서가 다양한 후유증으로 악화된다”며 “상담이나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예방과 해소가 가능하다”고 말했
습니다.
서강대 전상진(사회학) 교수는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 상황이 근본 배경”이라며 “한국 사회의 슬픔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는 해결책은 경제 활성화”라고 제시했습니다.
전 교수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의 분위기가 그래도 희망적이었던 것은 경제성장 과정의 성장통이고
극복할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개개인이 무력감을 느끼고
대형 재난 앞에서 체념에 빠지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기쁨 강박 시대 … 3명 중 1명 “SNS서 행복 과장해봤다”
여행·아이·친구·엄마·노래·영화?... 일상이 주는 행복 많이 언급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K(31)씨는 업무용 다이어리와 개인 다이어리를 구분해 따로 들고 다닙니다.
업무용엔 회사와 관련된 일정이, 개인용엔 가족·지인들과의 약속이나 주말 계획이 적혀 있습니다.
요즘 가장 공들여 작성하는 것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휴가 계획이다. K씨는 “사회생활과 개인의 삶을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것”이라며 “일도 중요하지만 가족·친구들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 훨씬 큰 기쁨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언제 가장 기쁘십니까.’ 한국인들은 국가적 이벤트나 사회생활보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기쁨을
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7년6개월간(2008년 1월~2015년 6월 9일) 트위터·블로그에 올라온 데이터 70억 건을 분석한 결과입니다.
‘즐겁다’ ‘행복하다’ 등 기쁨 관련 감성연관어는 여름휴가·크리스마스 등 주로 휴일 기간에 급증했습니다.
평소 10만 건당 평균 3535건에 그쳤던 기쁨 연관어는 휴일 기간 5479건으로 약 55% 늘어났습니다.
기쁨 연관어 중 ‘즐겁다’와 함께 언급된 단어를 분석해 보니 ‘여행’이 11만484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아이(8만8713건)’ ‘친구(6만9203건)’ ‘엄마(3만3231건)’ ‘가족(3만1883건)’ 등 가족·지인과 연관된 단어
가 뒤를 이었습니다.
‘노래(2만7952건)’ ‘영화(2만6637건)’ ‘공연(2만4365건)’ 등 문화생활에 대한 연관어들도 상위권을 차지
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성인 남녀 2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추세가 확인됐습니다.
응답자 중 37.8%가 ‘가족·지인과 시간을 보낼 때’를 가장 기쁜 순간으로 꼽았고 ‘이성친구와 시간을 보낼
때(14.8%)’ ‘혼자 휴식할 때(12.2%)’가 뒤를 이었습니다.
‘학교·직장에서 성과를 거둘 때’와 ‘승진이나 월급인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10.9%, 7.3%였습니다.
1년 중 가장 기쁜 순간을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45.7%가 방학이나 휴가라고 답했습니다.
‘생일이나 기념일’ ‘크리스마스 등 휴일’이라는 응답이 각각 21.7%, 13.9%로 뒤를 이었습니다.
학교 축제나 직장 행사에서 기쁜 감정을 느낀다는 응답은 8.3%에 그쳤습니다.
응답자들은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일상생활과 휴일에서 얻는 기쁨을 통해 해소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실제 삶은 크게 달랐다.
사회생활과 학업에 치여 실제론 여행이나 문화생활 등 야외활동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는 응답이 많았
습니다. 응답자의 61.4%가 야외활동을 한 달에 두 번 이하밖에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도 야외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응답도 7.8%에 달했습니다.
한 달에 네 번 이상 야외활동을 즐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19.1%였습니다.
일상에서 기쁨을 찾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론 여가를 즐기지 못하는 괴리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국인들
이 남들보다 즐거워야한다는 일종의 ‘기쁨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고려대 고영건(심리학) 교수는 “기쁘고 행복한 삶도 일종의 스펙이나 남보다 잘해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
는 것”이라며 “행복한 삶을 위한 사회적 여건이나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선 단편적인 보여주기식 ‘기쁨
경쟁’에 매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중앙일보>의 설문조사 결과 3명 중 1명은 ‘기쁨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8명(33.9%)이 ‘트위터·페이스북 등 SNS에서 기쁨·행복을 과장한 적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본인의 감정을 과장한 이유에 대해선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아서(53.8%)’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
니다.
그 뒤를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26.9%)’ ‘지인에게 걱정을 끼치기 싫어서(10.3%)’ 등이 이었습니다.
회사원 J(29)씨는 “지인들이 SNS에 행복한 일상을 올리는 것을 보면 나만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며 “남들에게 내 기쁨을 보여주고 싶다는 강박감에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샷’을 올리게 된다”고 했습니다.
이화여대 양윤(심리학) 교수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 정부 주도 행사 등 국가적 이슈에서 즐거움을 찾던
한국인들이 개인의 일상에서 기쁨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지만, 실제로 느끼는 기쁨의 감정은
과장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양 교수는 “개인의 행복을 알아서 찾으라는 식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기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공공 행복’을 지향하는 사회적 기반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시했습니다.
집단 기쁨 주는 것은 역시 스포츠… ‘기쁨’ 이슈 10개 중 8개 차지
지난 7년6개월간 온라인에 등록된 빅데이터 70억 건을 분석해보면 기쁜 감정은 대부분 ‘친구’ ‘여행’ 등
개인적 일상과 함께 표출되곤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인이 집단적으로 기쁜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바로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질 때입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쁨’과 관련된 감성 연관어의 비중이 컸던 이슈를 조사한 결과 상위 10개 가운데
8개가 올림픽·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행사로 나타났습니다.
스포츠 행사 중 ‘기쁨’ 연관어의 비중이 가장 컸던 것은 2011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2위·22.6%)였고
이어 △2010년 남아공 월드컵(3위·20.8%) △2012년 런던 올림픽(4위·20.8%) △2010년 밴쿠버 겨울
올림픽(5위·19.0%)의 순이었습니다.
이들 대회에서 우리 대표팀은 좋은 성적을 냈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선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런던 올림픽에선 역대 최다 금메달 획득(13개)을 기록했
으며 밴쿠버 겨울올림픽은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 선수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딴 대회입니다.
이화여대 정익중(사회학) 교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기쁜 감정이 집단적으로 분출되는 현상은 ‘국가
와 나를 동일시’하는 한국인의 특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스포츠 이벤트에 따른 국민적 기쁨은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습니다.
국가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대통령 지지율도 덩달아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정치적 위기를 맞았던 이명박 전
대통령 지지율은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해 23.1%(8월 첫째 주)에서 29.1%(8월 넷째 주)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레임덕에 시달리던 2012년에도 런던 올림픽을 전후해 지지율이 21.8%(2012년 7
월 셋째 주)에서 29.5%(2012년 8월 셋째 주)로 상승했습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서의 선전은 애국심과 자긍심을 고취시켜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도록 유도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일종의 이벤트 효과(event effect)로 장기간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긴
힘들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스포츠 이벤트의 효과는 점점 약해지는 추세입니다.
2014년 열린 인천 아시안게임이 대표적인데 한국이 주최국이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대회 전후 지지율
은 49.7%에서 50.0%로 불과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2014년 9월 둘째 주·10월 첫째 주, 리얼
미터).
이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지지율이 34.7%에서 45.9%로 수직 상승했던 것과 대비
됩니다(2002년 5월·7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기쁨’ 연관어의 비중이 가장 높았던 사건은 2012년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29.5%)이었습니다.
문화평론가 김형욱씨는 “강남스타일에 대한 기쁜 감정도 일종의 이벤트 효과”라며 “강남스타일이라는
한국 노래가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인정받는다는 현상에 만족감을 느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국민 마음은 ‘바람’
박근혜 대통령에게 ‘바란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선 ‘힘들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떠올리면 ‘슬프다’.
역대 대통령에 대한 한국인의 마음 상태를 한 줄로 요약한 것들입니다.
7년6개월간의 온라인 빅데이터에서 역대 대통령과 관련된 감성을 분석한 결과 한국인들은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모두 ‘바람(요구·기대)’ 감성 연관어의 비중이 20% 이상씩으로 가장 컸습
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허재영 연세대 북한정치연구소 연구원은 “‘대통령 입만 쳐다본다’는 말이 있듯 국민들은 대통령이 실제
권한보다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대통령을 나라의 가장 큰 어른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는 국민 정서가 여전히 강하다”(경남
대 김근식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특히 한국인들은 박 대통령을 언급할 때 ‘바람’의 감정을 자주 표출했고 박 대통령이 언급된 글에 담긴
바람 연관어의 비율은 35%로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았습니다.
블로그 글 10만 건당 언급 건수를 보면 대선 직후(2012년 12월 19일, 1222건)와 취임 당일(2013년 2월
25일, 404건)에 관련 언급이 가장 많았습니다.
세월호 침몰(2014년 4월 16일), 해경 해체 선언(2014년 5월 19일) 때도 ‘대통령에게 바란다’는 말이
두드러졌습니다.
명지대 신율(정치학) 교수는 “박 대통령이 현직에 있기 때문”이라며 “박 대통령이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잘 해결하지 못하면 실망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이 포함된 글 중에서는 ‘바람’에 이어 ‘슬픔(17.3%)’이 많았습니다.
슬픔 연관어를 분석해보면 ‘힘들다(11.4%)’는 단어가 눈에 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2009년 5월 23일) 직후엔 10만 건당 222건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은 4대강, 미네르바 사건, 광우병, 용산 참사 등을 겪으며
불통 이미지가 커져 국민들이 힘들다고 느꼈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다른 대통령에 비해 ‘슬픔(20.9%)’의 감정이 두드러졌습니다.
경희대 김민전(정치학) 교수는 “노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연민의 정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
습니다.
‘범죄의 법칙’… SNS 분노의 글 늘 때 강력범죄도 늘었다
1. 지난해 7월 울산광역시 삼산동의 한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C씨는 갑자기 옆에 있던 여성을 향해 흉기를
휘둘렀다.
수차례 휘두른 흉기에 여성이 숨졌고 C씨는 지나가던 행인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경찰 조사 결과, 무직인 C씨는 부모 별거 등의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다가 일면식도 없던 여성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2. 2012년 8월 서울 여의도동 거리에서 L씨는 전 직장 상사와 부하 직원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이를 제지하거나 바라보던 행인들에게도 흉기를 휘둘렀다.
검찰 조사 결과, L씨는 직장 동료들이 자신을 따돌렸다고 판단해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고한 시민들에게 치명상을 입힌 대표적인 ‘묻지마 범죄’들이다.
불특정 시민을 대상으로 막무가내로 폭력을 휘두르는 분노형 범죄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분노의 감정과 범죄 발생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앙일보>와 다음소프트가 2008년 1월1일부터 2015년 6월9일까지 블로그·트위터에 올라온 전체 글
70억4279만 건을 분석한 결과 한국 사회에서 분노가 치솟으면 강력범죄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
습니다.
지난 7년6개월간 온라인에 등록된 ‘분노’ 관련 감성 연관어의 추이를 살펴보면, 온라인상에 분출되는 분노의 감정은 5대 강력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의 발생 건수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분노 연관어가 많이 등록된 시기에 5대 강력범죄의 발생도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반대로 온라인상 분노 관련 언급이 줄어들면 강력범죄도 감소하는 양상이었습니다.
2008~2012년에는 분노 감성 연관어가 10만 건당 2895.9건(2008년)에서 3340.8건(2012년)으로 15.4%
증가했습니다.
경찰청에 따르면 같은 기간 5대 강력범죄도 54만9644건(2008년)→62만4956건(2012년)으로 13.7% 늘었습니다.
반면 2013년 이후에는 분노 감성 연관어가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2012년 10만 건당 3340.8건에서 지난해 3091.1건으로 8%가량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에는 5대 강력범죄도 62만4956건(2012년)→57만9057건(2014년)으로 7.3% 하락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분노 감정에 따라 강력범죄율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범죄의 법칙’이 존재한다는 해석도 가능
합니다.
문화단체 ‘우리마당’ 대표 김기종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를 습격했던 지난 3월은 공교롭게도 지난
7년 중 분노 연관어가 가장 많이 언급된 달이었습니다.
블로그 10만 건당 4289.5건이 등록됐다. 이는 조사기간(2008년 1월 1일~2015년 6월 9일) 월 평균 3233.1건보다 무려 32.7%가 증가한 수치입니다.
지난 7년6개월간 벌어진 주요 사건 중 ‘분노’의 비중이 가장 컸던 것은 국정원 선거개입 논란(35.8%)이었
습니다.
△담뱃값 인상(24.7%) △세월호 참사(20.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다음소프트 신수정 과장은 “온라인상에서 분노의 감정은 정치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표출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같은 분노의 추이는 정치 참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08년 총선의 투표율은 46.1%였으나 2012년은 54.2%로 8.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같은 시기 분노 언급 건수도 2008년 10만 건당 2895.9건에서 2012년 3340.8건으로 444.9건 늘었습니다.
총선 직전 SNS에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최고의 심판은 투표다’ ‘분노의 투표지를 던질 차례다’ ‘투표가
분노이자 심판이고, 변화에 대한 의지다’ 등 분노심과 투표를 연계하는 문구들이 수천 건씩 리트윗되며
호응을 얻기도 했습니다.
서강대 이현우(정치외교학) 교수는 “우리 정당의 주요 선거 전략 중 하나는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 공략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 전반에 깔린 분노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치 참여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집단 분노를 해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화병 진료 한 해 11만5000명…불공정 줄여야 위험사회 예방
2년 전 부산의 한 사립대를 졸업한 K(26·여)씨는 회사 수십 곳에 입사 지원을 했지만 모두 탈락했습니다.
지난해 서울로 올라온 K씨에게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피팅모델로 일해 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한 달에 200만원 정도 벌 수 있다”는 말에 일을 시작했지만 월급은 제때 나오지 않았습니다.
쇼핑몰 사장은 항의하는 K씨에게 상습적으로 폭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우울증에 시달리던 K씨는 자기도 모르게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편의점 직원, 택시 기사 등 모르는 사람에게 별 것 아닌 일로 화를 내기도 했다. 결국 상담을 위해 정신과를 찾은 K씨는 ‘화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한국 사회에 분노가 만연해 있습니다.
축적된 분노가 질병으로 번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화병으로 진료받은
환자의 수는 연평균(2011~2013년) 11만5000명에 달합니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1995년 이 병을 ‘한국민속증후군’이라 분류하고 질병 분류표에 ‘Hwa-byung(화병·火病)’으로 정식 표기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블로그·트위터상의 빅데이터(2008년 1월1일~2015년 6월9일)를 분석해보면 한국인들은 일상생활
에서 분노를 느끼고 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분노’와 관련된 감성 연관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표현은 ‘싫다’(71%)였다. ‘짜증나다’(12%),
‘화나다’(8%), ‘기분나쁘다’(4%), ‘열 받다’(3%), ‘분노하다’(2%)가 뒤를 이었습니다.
‘싫다’의 대상은 ‘집’(9만9241건), ‘친구’(7만6515건), ‘학교’(4만9881건), ‘공부’(3만2307건) 등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상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분노의 대상으로 ‘엄마’(8만2218건)가 두드러졌습니다.
고려대 한성열(심리학)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엄마는 자녀의 모든 것을 받아주는 가장 밀접한 관계”라
며 “자녀의 분노는 물론 온갖 감정의 표출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앙일보>가 성인 남녀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도 한국인의 마음속에 분노가 크게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
습니다.
응답자의 22.3%가 ‘하루에 5번 이상’ 분노를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일주일에 3번 이상’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6.9%에 달했다. ‘하루에 1번’이란 응답은 26.4%였다.
전문가들은 “특정 사회에 분노의 감정이 만연하면 범죄율이 치솟는 등 ‘위험 사회’로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연세대 류석춘(사회학) 교수는 “사회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국민이 분노에 휩싸일 경우 각종 범죄나 갈등
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한 경쟁의 룰을 정착시키고 불합리한 차별을 바로잡아 ‘집단분노’부터 해소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습니다.
전남대 국민호(사회학) 교수는 “오로지 성공과 경쟁을 향해 내달리는 사회에선 분노를 조절하는 ‘사회적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며 “경쟁과 다툼이 일상화된 사회 분위기를 개선하고 소통과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精吾 문윤홍·칼럼니스트)
* 위의 데이터를 보더라도 무었보다도 한국인의 정체성 부족이 혼란스러운 마음, 부정적인 마음으로
쉽게 자라잡는 것 같습니다.
정체성이 정착하려면 위에서 제시하는 정신의학적 대안이나 사회학적인 지엽적인 대안 보다는 한국의
역사를 바로잡는길이 멀지만 가까운 유일한 대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