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혁명이 낳은 가족의 해체와 재결합, 그 속에서
11살 란란이 겪어야 했던 치열한 성장통
『란란의
아름다운 날』은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 2016년 수상작가 ‘차오원쉬엔’의 작품이다. 중국 현대사의 최대
격변, 문화대혁명으로 인하여 부유층이자 지식층이었던 란란의 외가와 가정은 풍비박산이 난다. 거친 혁명의 세월을 피해 아버지의 고향 펑린두에서
친할머니의 손에 자란 란란은 10살이 되어서야 엄마의 품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아버지는 모진 세월 속에 세상을 떠난 지 오래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살고 있는 도시로 온 란란과 할머니는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한다. 란란의 엄마는 남편도 잃고 박해와 고난을 겪으며 혁명의 상처를
마음 깊게 간직한다. 그래서일까, 엄마에게는 딸에 대한 애틋함과 모진 세월에 대한 보상심리만 가득하다. 펑린두에서 밝고 순수하게만 지내던 란란은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 엄마의 보상심리에 대한 부적응 그리고 갈등, 도시와 시골의 문화 격차, 경쟁과 이기적인 도시의 모습에서 상처받고 외로움을
겪는다. 그러나 란란은 순수함을 잃지 않고 따뜻한 마음의 고향 펑린두를 잊지 않는다. 결국 란란의 펑린두로 돌아간다.
차오원쉬엔 모든 작품의 원형을
지켜주는 파수꾼과 같은 작품
2016년 4월 국제볼로냐아동도서전 중국 부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의 수상 작가로 차오원쉬엔이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차오원쉬엔의 작품은 수채화를 떠올리게 하는 유려한
풍경 묘사,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성장기 청소년의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탐미주의의 극치라는 칭송을 받아왔다.
수십 년 간
그는 많은 작품을 발표하였고, 중국내에서는 이미 대중성과 예술성을 갖춘 아동청소년 대표작가로 인정받아왔다. [란란의 아름다은 날] 서문에 30년
전 - 원작, [펑린두]는 2014년 중국에서 출간- 에 써놓고 잊고 있던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여 출간하였다고 하였으니 청년 차오원쉬엔의 첫
장편소설임에 분명하다. 잊혀질 뻔했던 작품이 우연히 생환함으로써, 대작가의 청년시절의 담백하고 순수한 분위기, 풋풋한 필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는니 보너스와도 같은 일이다.
작품의 구성과 줄거리는 간단하다. 다만 그의 대표작들과 비교해보면 [란란의 아름다운 날]은 서사성이
강한 편이다. 그의 대표작들이 복잡하고 긴밀한 서사보다는 자연의 묘사, 사람과 동물의 심리 묘사가 많다고 본다면, [란란의 아름다운 날]은
차오원쉬엔의 작품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그 단초를 제공해주는 작품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차오원쉬엔의 제자이자 중국해양대학 문학부 교수 쉬예는
[란란의 아름다운 날]을 “차오원쉬엔식 동화의 원형을 끊임없이 지키는 파수꾼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평했다.
따뜻한 마음의
고향 펑린두로 돌아가기까지 1년의 시간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문화대혁명 직후다. 10년의 모진 혁명기를 거치면서 아빠와
외할아버지는 죽고, 엄마와 외할머니만 도시의 원래 자리로 돌아온다. 시골 펑린두에서 할머니 손에 자란 란란도 10살이 되어서야 엄마와 외할머니가
사는 도시의 추탕제8호집에 돌아온다.
생활환경은 비교할 수 없이 좋아졌지만 10년 간 들과 강을 누비며 자유롭게 자란 란란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다. 모진 세월에 대한 보상을 받으려는 듯 엄마는 딸 란란에게 집착한다. 잃어버린 10년을 단숨에 복구시키려는 듯 란란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좋은 학교로 보내려 하고, 평범한 동네 아이들과 멀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란란과 엄마는 기름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