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쓴 시
김겅열(산우)
바다는 속 깊은 모정의 넉넉한 표정으로
들끓는 내심을 삭히면서 잠들지 못하고
불멸의 시심을 지닌 먼 세계, 영혼의 시인
바다는 날마다 시가 되어 파랗게 울며 노래하고
나울로 넘실대는 옷소매에 전설이 실려
삼 만리 물속 깊이로 인내하는 생의 어머니
온 바다가 좁아라 굴러 뒹굴고 파도치고
한 빛깔 푸른 영혼은 은하의 골짜기로 치솟아
제 몸을 육필 붓으로 시를 써서 새긴다
쉼 없이 일렁이는 잔잔한 파도 소리, 숨소리
유한한 목숨, 무한한 삶을 애절히 달래주는
아득한 수평선, 지울 수 없는 생의 긴 흉터
낙조의 붉은 넋을 담아내는 큰 그릇이 되고
진주빛 생구슬 알알 튕겨 은혜롭게 들려주는
영원한 바다의 신비를 시리도록 바라본다
비바람 하늘 천둥을 숙명인 양 끌어안고
분노의 거친 몸짓으로 저항시를 쓰면서
큰 소리 높은 파도로 검은 피를 쏟는다
물속 깊은 태초의 바다에 영혼의 왕국이 있어
우주만물 생명의 근원을 뼛속까지 담아왔으니
바다가 쓴 시는 속죄와 부활의 영원한 사모곡
《월간문학》2024.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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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쓴 시 / 김성열(산우) / 월간문학 2024.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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