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일만 위 순교자 현양동산
간략설명: 무명 순교자 넋을 기리기 위해 조성한 현양동산
도로주소: 인천시 강화군 내가면 고비고개로741번길 107
100여 년의 박해시대를 거친 한국 천주교회에는 적게는 1만 명, 많게는 3만 명의 순교자들이 있지만 이름 정도라도 알려진 순교자는 약 1,000여 명에 불과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목숨 바쳐 신앙을 증거한 수많은 신앙 선조들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순교자들의 이름이나 행적을 모른다고 해서 그들의 신앙과 고귀한 순교 정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1996년 가을 인천가톨릭대학교가 주축이 되어 시작한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조성 사업은 순교자들의 위대한 정신과 삶을 현양하고 널리 전함으로써 하느님과 선조 순교자들에게 영광을 드린다는 취지에서 추진되었다. 인천교구는 섬 전체가 역사 유적지이자 순교 터이기도 한 강화도의 ‘강화 청소년 야영장’(현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 내 일부 부지에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을 조성해 2002년 8월 14일 최기산 주교의 주례로 한국의 순교자들, 특히 무명 순교자들에게 봉헌하였다.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이 봉헌된 강화 청소년 야영장은 숙박 시설 없이 강당과 수영장 등만 있어 이용에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2001년 12월 공사를 시작해 2004년 5월 5일 숙박 시설과 식당, 인공암벽 등 제반 시설을 갖춘 후 ‘바다의 별 청소년 수련원’으로 축복식을 갖고 개원하였다.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초입에 있는 주님 위로의 동산 모습. 왼쪽 위로의 문을 지나면 계곡 옆길을 따라 순교자의 십자가 길이 이어진다.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조성 당시 성모당과 십자가의 길, 순교자 현양당 등이 들어섰다. 이어서 전국 유명 성지의 상징물이 있는 ‘순교자의 길’이 조성되었고, 무명 순교자상과 무명 순교자 현양탑, 연못을 돌며 묵주기도를 바칠 수 있는 ‘묵주 연못’ 등이 조성되었다. 2005년 11월 3일에는 기존의 강당 건물을 리모델링한 ‘무명관’ 2층에 70여 평 규모의 ‘일만위 순교자 기념성당’을 마련했다. 무명관은 2층 성당과 함께 1층에 삼덕방과 역사박물관 등을 갖추고 있다. 삼덕방은 사제와 수도자들을 위한 소규모의 피정 장소로 사용된다. 또한 기념성당에는 홀로 기도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개인 성체조배실도 마련되었다.
2007년 6월 26일에는 청소년 수련원 우측 계곡 옆으로 ‘주님 위로의 동산’과 ‘순교자의 십자가 길’을 조성하여 축복식을 거행했다. ‘위로의 주님상’이 세워진 주님 위로의 동산은 세상 근심과 걱정에 지친 신자들이 자비로우신 예수 성심께 기도하며 참된 위로와 평화를 얻을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조각가 조숙의 교수가 제작한 ‘위로의 주님상’은 고통으로 신음하는 예수님이 아닌 자상하고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근심에 쌓인 인간을 품에 안아 주시려 두 팔을 벌린 예수님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또 ‘순교자의 십자가 길’에는 한국 천주교회의 창립부터 성장기까지 교회사의 중요한 15가지 역사적 사건을 형상화한 십자가의 길 15처를 배치해 온갖 박해와 시련 속에서도 모든 것을 바친 순교자들의 신앙을 묵상하며 기도할 수 있게 했다.
성모당 아래 있는 성 남종삼 기념관.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내 성모당 바로 아래에는 병인박해 때 순교한 남종삼 요한 성인의 유해 일부를 모신 ‘성 남종삼 기념관’도 건립되었다. 이 유해는 성인의 후손인 남기윤(베네딕토) 씨가 큰고모인 샬트르 성 바오로 수녀회의 남형우 수녀에게 인도받아 기증한 것으로 척추뼈 1점, 치아 4점, 슬개골 1점, 머리카락과 부위가 불명확한 부스러기 뼈 등이다. 인천교구는 2004년 8월 31일 유해 봉안 예식을 갖고 임시로 주교관 경당 감실로 옮겨 모셨다. 유해에 대한 방부 처리를 거쳐 일부는 그해 9월 7일 갑곶 순교성지에 봉안하였고, 나머지는 2007년 10월 26일 축복식을 가진 성 남종삼 기념관에 모셨다. 이 기념관에는 성인의 유해 10여 점과 성인의 생애에 대한 소개 자료, 기적 증거 자료 등이 보존 · 전시되어 있다.
2018년 11월 24일에는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 내에 순례자들의 침묵 순례를 돕기 위해 조성한 ‘혼자 걷는 묵주기도 4 신비길’ 축복식을 거행했다. 한국 일만위 순교자 현양동산은 ‘순교자를 위한 곳’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들을 위한 곳이다. 순교자들의 신앙을 통해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가는 ‘길’을 찾고 배우는 ‘신앙의 학교’이다. 또한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누구나 편하게 찾아와 기도하고 쉬어갈 수 있는 ‘삶의 성지’이다.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오르다 보면 무명 순교자들의 위로와 격려를 느낄 수 있고, 하느님께 더욱 가까이 다가서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종수정 2019년 12월 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