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고, 새조개가 통통하게 여물었다. 그리고 전국의 식도락가들이 남당항으로 몰리고 있다. 1년 가까이 기다려온 귀한 맛을 놓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다가는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지금 당장 남당항으로 출발하자.
새조개는 쫄깃 담백한 감칠맛뿐만 아니라, 단백질과 철분, 타우린,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해 맛에서도 영양 면에서도 으뜸이라 미식가들 사이에서 각광받는 식재료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산란기를 갖는데, 산란 후 가장 살이 많이 찌는 시기가 바로 지금이라 남당항에는 새조개를 찾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청정한 바닷물에 보관하지 않으면 색깔도 바래고 상품성이 떨어져 수송과 보관이 어려워 도시에서는 맛보기 어렵다. 산지로 직접 와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남당항의 어느 식당이든 그 앞에는 새조개 껍데기들이 가득 쌓여있어 그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다.
"사장님, 새조개 있나요?" "아이고~ 다 떨어졌는데 어쩌나..." 그랬다. 인기 돌풍을 맞고 있는 새조개는 들여놓는 즉시 팔려버리고 있었다. 늦은 시간도 아닌데 새조개는 구경하기도 힘이 든다. 남당항 식당들을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새조개를 찾아 헤맸지만 돌아오는 것은 허무함뿐이다. 주변에는 우리처럼 새조개를 못 먹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한 채 터덜터덜 걷고 있는 다른 동지들이 종종 보인다. 스쳐가는 눈빛과 표정들 속에 씁쓸함이 스며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