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자금 조달 차질·이자 급등 경영압박 ㆍ수출 대금으로 외환 확보 등 자구책 '달러 가뭄'의 여파가 대기업들에까지 번지고 있다. 달러가 워낙 귀해지는 바람에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들도 달러를 구하기 위해서는 높은 이자를 물어야 하거나 아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앞으로 외환 사정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달러 비축에 나섰지만 '달러 사재기'라는 비난 때문에 이를 알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7일 "최근 미국·유럽·중국 등의 수요가 줄면서 앞으로 유동성에도 영향이 예상된다"며 "
러시아와 브라질 공장을 짓기 위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숙제"라고 말했다.
수입보다 수출 규모가 훨씬 큰 삼성전자는 달러화 형태로 예금하거나 단기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달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국의 플래시 메모리 카드 업체인
샌디스크를 인수하려면 58억5000만달러(약 6조원) 이상이 필요해 달러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달러 사재기'라는 비난에 이런 관측을 부인하고 있다.
LG전자도 "원활한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매각 등을 통해 달러 보유액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율 급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환차손을 입는 정유사들은 달러 구하기도 어려워 2중고를 겪고 있다.
SK에너지·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 관계자들은 "달러 거래가 많고 국제신용도가 좋은데도 달러 구하기가 쉽지 않다"며 "특히 외국계 은행들이 달러를 내놓지 않는 것이 이유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통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에 1%포인트 정도만 얹어주면 달러를 빌릴 수 있던 정유사들은 요즘은 3%포인트씩을 더 주고 있다.
최근 해외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는
롯데쇼핑은 이달 중순쯤 런던 시장에서 3억달러 규모의 변동금리부채권을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금리가 연일 치솟음에 따라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25일만 해도 리보에 1.75%포인트를 얹어 연 4.95% 정도면 채권을 발행할 수 있었지만 이후 리보가 3.2%에서 4.3%까지 올라 조달금리가 연 6%대까지 높아졌기 때문이다.
달러가 귀해지면서 한 해 300억~400억달러의 수주대금을 받는 조선업체들이 주목받고 있지만 이들 역시 많은 달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달러로 받은 수주대금을 대부분 선물환매도 방식으로 헤징해 실제 이들이 갖고 있는 돈은 원화이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리 회사의 경우 수주대금 100%, 다른 대형 조선사들도 70% 이상을 선물환매도하고 있다"면서 "
환위험이 없는 대신 보유하고 있는 달러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