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김하늘저작권이야기 5-저작권협회에 가입하면 출판사와 이중 계약이라고요? 답은 `이중계약 소지가 있다` 입니다

[하늘]

저작권신탁협회에 가입하면 출판사와 2중계약을 하게 되는 거라는데?

어떤 작가 분이 찾아와서는

'저작권협회에 가입을 했는데 그 작가 분이 책을 낸 어떤 출판사가 이중 계약이라면서 강력하게 항의를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다른 작가들도 다들 협회에 가입하는 것 같고 협회에 가입해야 되는 줄 알고 한 일인데 이중계약 어쩌고하는 말에 큰 상처를 받았다'고도 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내 생각은요

이 문제에 대한 제 대답은 '이중계약 소지를 없애는 조항을 넣어서 수정하라'였습니다.

첫번째 까닭은 이중계약 소지가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두번째는 우리나라는 예술가가 협회나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활동에 제약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번째는 그 협회들에 가입해도 작가들이 얻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까닭들을 하나씩 깊이 살펴보면요

이중계약 문제인데요

작가가 출판사랑 출판계약을 맺는 것은 작가가 종이책을 내는 권리를 출판사에게 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외국에서 관심을 보이면 번역되어 나가야 하니까 번역에 관한 사무도 출판사에 주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여기에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으로 분류되는 cd, 영상, 방송매체 사용, 학습물 등에 재수록 등등의 권리도 출판사에게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요즘은 전자책 열풍이 불어서 전자책제작도 출판사에 권리를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출판사랑 계약하면서 작품에 대한 권리 대부분을 출판사에게 넘겨주는 것입니다.

대체로 이런 권리 규정에는 작가와 협의한다는 문구가 들어있습니다

(물론 폭력적인 출판계약서에는 작가와 협의 한다는 문구가 들어있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작가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나 '한국복제전송권협회'에 가입하면 이 권리가 모두 협회에 귀속됩니다

그 협회들은 저작권신탁업체이기 때문입니다.

신탁이란 모두 맡기는 것입니다

종이책, 전자책, 2차적저작물작성권 등등을요

이미 출판사에 종이책과 전자책과 2차적저작물작성권과 재수록 등에 관한 권리를 주었는데 협회에 또 준 것이니까 이중계약이 되는 것입니다

협회에 가입된 작가의 저작물에 대한 사용은 협회를 통하면 됩니다

그러니 먼저 계약한 출판사는 계약을 했음에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됩니다

우리나라는 작가 조합에 가입해야 하는 의무가 없습니다

유럽 등에는 예술 활동을 하려면 국가에 등록을 해야 하는 나라가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거리에서 혼자 공연하는 악사도 국가에 등록된 면허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작가를 국가에 등록하는 제도도 없고 문예저작물을 등록하는 절차도 필요없습니다

'문예저작물은 실명이나 이명 등으로 지면이나 온라인 등에 공표하면 저작권 등록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우리나라 사회현실에서 국가가 강제로 예술가를 등록시키려고 하면 감시를 목적으로 한다는 오해를 사겠죠.

조합이나 협회를 만들어서 국가가 관리하고 작가에게 연금도 주는 세상이 온다면 참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그런 제도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있는 저작권 단체인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와 '한국복제전송권협회'가 작가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한다는 소식을 많이 듣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서 회사들이 협회에 내는 저작료(회비)가 만만치 않은 것 같던데

협회에 가입하면 작가에게는 저작권재산권이 없어집니다

저작권신탁협회에 가입하는 작가들은 아마 대부분 교과서에 작품이 실린 분들일 겁니다.

교과서 수록 권리 확인 과정에서 가입 권유를 많이들 받는 것 같고 서류에 약한 작가들이 가입해야 하는 것인줄 알고 가입서류를 권리확인서와 같이 보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과서에 수록된 보상금(수록료를 저작권법에서는 이렇게 부릅니다)을 지급하는 주체는 '한국복제전송권협회'입니다.

그리고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 에 가입되어 있는 작가들 교과서 보상금은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가 '한국복제전송권협회'에서 넘겨받아 작가들에게 지급해줍니다.

물론 10~15% 정도로 수수료를 공제합니다.

수수료는 수록 형태와 경우에 따라 다르게 적용하는 것 같습니다

그 금액도 변변치 않습니다

저작자가 저작권을 지나치게 주장하면 관련산업이 위축된다는 저작권에 대한 진리를 감안하더라도 1년 수록료가 2만원도 안 되는 구조를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작가는 별로 없을 것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대가로 받는 보상금은 국가가 직접 작가에게 준다는 개념이 강하니까 작가도 출판사도 별 문제의식을 못 느낍니다.

문제는 여기에서보다 참고서나 학습물 출판사들이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을 참고서나 온라인교육, 방송 등에 사용할 때 크게 발생합니다

참고서 회사들은 협회 소속 작가 저작물을 참고서에 싣고 협회에 저작권 사용료를 회비 개념으로 내면 저작권에 대한 의무가 끝납니다.

작가에게 알릴 필요도 없고 허락을 받을 필요도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참고서 회사가 협회에 저작료를 내지 않아도 작가는 제대로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니까 작가가 수록된 참고서를 보고도 이게 침해한 것인지 아닌지 확인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참고서 회사가 협회에 내는 저작료(회비)는 후불입니다.

1년 동안 사용하고는 그 다음해 초에 정산합니다

협회는 그 돈들을 받아서 작가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므로 해당연도 사용 저작료가 다음 해 중반이 되어서야 작가에게 지급됩니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서점에서 참고서에 실린 자기 작품을 보았다고 해도 침해인지 아닌지 여부를 확인하려면 그 다음해 중반이 넘어야 합니다

그렇다고 협회가 침해된 권리를 적극적으로 찾아주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침해사실은 찾아내는 것이 아주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제가 모난돌을 운영하면서 협회에 가입되었던 선생님들 경우를 살펴보니 참고서 회사가 무단으로 쓴 경우가 한 두 군데 아닌데도 협회가 그것을 추적해서 피해복구를 해 준 사례는 한 건도 못봤습니다.

선생님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지는 몰라도요

다른 작가들에게는 그런 경우가 많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요

그렇다고 작가가 나서서 침해된 것을 개인적으로 찾는다 해도 직접 보상을 요구할 수 없습니다.

작가에게는 아무런 권리가 없으니까요.

침해된 사실을 알았다면 협회에 피해복구를 요청해야 합니다.

신탁을 했으니까요.

출판사도 협회에 가입된 작가가 협회에서 받는 저작료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중계약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은 것 같기도 합니다

저작권에 대한 온정주의

저작권을 침해 당한 작가가 침해한 사람이나 단체, 회사 등에 배상을 요구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당신이 뭔데 저작료를 달라고 하느냐?'고 도리어 면박을 주는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동시 몇 줄, 그림 몇 컷 쓴 걸 가지고 뭘 그러느냐 별일도 아닌데'라고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소송을 하면 소송 당한 측에서 마치 작가를 저작권을 남용하는 사람 취급 합니다

작가들은 이런 모욕을 참 견디기 함들어 합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돈만 밝힌다'는 말에 몹시 괴로워합니다. 지나치게 착(?)해서 그렇습니다.

모난돌이 작가들이 권리를 지키는 사업활동을 하는 것을 두고 작가들을 꼬드겨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파렴치범으로 몰아가기도 합니다.

법정에서도 이런 분위기는 많이 감지 됩니다.

침해한 사람보다 침해 당한 사람이 죄인 취급받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작가들에게는 무척 억울한 모욕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직 우리 사회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침해를 해도 죄의식이 없는 탓입니다.

침해한 사람에 대한 처벌은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지만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 정도로 벌금을 내는 것이 고작입니다.

침해한 저작물로 벌어 들이는 수익이 결코 만만치 않은 것을 심증으로는 알지만 작가가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아니까 침해한 측은 별 이익이 없었다고 주장해버립니다.

저작권이 재산이라는 인식이 아직 부족해서 생기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협회를 탈퇴하면 출판사가 잘 관리해 줄까?

이 질문에도 나는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나라 출판사 가운데 저작권관리팀을 별도로 운영하는 회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출판계약서에 2차적저작물작성권에 관한 권리까지 출판사가 가진다는 조항이 있어도 침해를 추적하여 피해복구를 할 업무 범위와 능력이 되는 곳은 솔직히 많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정작 그런 경우가 생기면 출판사가 작가에게 권리를 넘겨 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판계약서를 출판사가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인 것입니다

2차저작물을 종이책 판매 홍보 수단쯤으로만 생각해서 2차저작물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선집을 만들거나 학습물에 쓰는 재수록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수록료도 많이 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전에 우리나라에서 큰 편에 속하는 출판사가 그동안 자기 출판사에서 낸 책들 가운데서 가려뽑아 선집을 낸 경우도 있었습니

다

저작권 일을 하는 나에게는 무척이나 황당한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옛날에 레코드사에서 히트송선집이라는 이름으로 가수들 히트송만 뽑아서 앨범을 만들던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 앨범은 잘 팔렸겠지만 정작 그 가수의 독집앨범은 팔리지 않았을 겁니다

그 앨범에 들지 못한 노래는 쓰레기라는 인식이 생겼던 기억도 납니다.

그 출판사가 만든 선집에 수록된 작품들에 대한 저작료 산정을 어떻게 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집니다.

일반적으로 만들어 오던 선집에서 받던 수록료 정도만을 주고 받는 계약이 아니었기를 빌어봅니다

또 출판사가 재수록 사용허락을 해주고 작가에게 알리지 않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작가는 다른 사람을 통해서 책을 낸 출판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 책에 자기 작품이 실린 것을 보았고, 해당 출판사에 연락을 하자 몇년 전에 허락을 해주고 돈도 받았는데 작가에게 말도 안 하고 받은 돈도 지급하지 않은 것을 확인해주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작가는 저작권관리를 잘 할 수 있는가?

'얼마전까지 나'를 포함해서 우리나라 작가들 가운데 저작권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공부해 본적도 없고 경험도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책이 실제로 얼마나 팔리는지 곰꼼하게 따지려는 작가도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소개된 책이 판매가 급증하자 인지를 부착하기 시작했다는 작가 소문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학습물에 침해된 것을 찾으려면 서점에 가서 뒤져보고 그 학습물이나 책들을 다 사야 합니다

시간도 노력도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듭니다

침해를 찾아냈다고 해도 작가가 싸우기는 더 힘듭니다

당하고도 겁내는 것이 우리나라 작가들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게 최선이다

작가 편에 서서 저작권을 철저하게 관리해 줄 단체나 조직이 없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작가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슬프지만

꼭 협회에 가입해야 한다면 출판사와 이중계약문제를 잘 따져 보아야 합니다.

가입을 할때 그런 상황을 특별조항으로 넣어야 합니다

협회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작가가 이중계약에 휘말리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나도 침해를 많이 당했고 피해 복구도 수백 건 넘게 받았습니다

침해를 하고도 배상하지않는 사람들을 상대로 형사고소도 백 건 넘게 했습니다

민사소송도 수십 건을 진행중입니다

침해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하면 대부분 어떤 협회에 가입되어 있냐고 묻습니다

자기들은 협회에 돈을 냈으니까 침해가 아니라고 우깁니다

나는 협회에 가입한 적도 없고 출판사에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완전히 맡긴 적도 없다고 하면 대부분은 침해를 시인하고 배상협의에 나섭니다

배상을 피하는 침해자도 형사고소를 하면 협의에 응해옵니다.

담당 경찰관이나 검사가 나보고 왜 이렇게 고소를 많이 하냐고 물으면 "말로 안 되는데 주먹으로 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응수합니다.

법이 권리를 지켜 달라고 호소합니다

하지만 경찰서든 검찰청이든 재판소든 상 준다고 해도 가기 싫은 곳입니다

작가들이 이런 곳을 드나드는 것을 좋아할리가 없습니다

스스로 관리하기 힘든 구조인 것입니다

하지만 어설픈 계약으로 자기 권리를 넘겨주고 나면 억울해도 호소할 곳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으면 나중에 변호사나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에 대한 민사시효는 10년입니다

그리고 형사시효는 3년이고 알게 된 날로부터 6개월 이내에 고소하면 됩니다.

자기 권리도 스스로 찾기 힘든 사회 구조속에서 이중계약이라는 말까지 들으면 모욕감은 더 크게 들 것 같습니다

나를 찾아왔던 그 작가도 결국 가입했던 협회에서 탈퇴했다고 들었습니다.

어설픈 보호자보다 광야가 더 낫다는 그 작가 말이 참 슬프게 들립니다.

****이 글은 김하늘이 경험과 저작권 법 등을 참고로 하여 내린 판단을 기준으로 쓴 것이므로 실제 법이나 판례와 다를 수 있는 김하늘 개인 의견이며, 이 글로 명예를 손상 당했거나 피해를 입은 분이 있다면 연락 주십시오 지체 없이 수정하겠습니다.

[최도연]

구구절절 동의합니다. 작가분들은 사정상 어쩔 수 없이 저작권신탁업체에 신탁을 하게 될 땐 약관을 아주 잘 살피셔야 될 테고, 포괄적 신탁은 하지 마셔야겠습니다. 출판사랑 계약하실 때도 작품마다 신탁 제한을 할 수 있으니 그런 조처를 협회나 출판사한테 요청하셔서 이중계약을 방지하셔야겠고요.

[김바다]

자세한 설명 잘 읽었어요. 꼭 해야만 할 것 같은 서류들이 첨부되어 오네요. 틈틈히 공부해야 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