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계율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수행자의 본분’이라고 항상 강조해온 철우스님은 ‘계율은 인간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것이고, 이는 곧 수행”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 가운데 하나가 ‘웰빙’이다. 물질의 풍요보다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찾아가려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을 일컫는 말이다.
웰빙 문화가 번지면서 불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도 늘고 있다. 참선.염불.채식 등 불교의 수행법이 잃어버린 정신문화를 찾아주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무엇이 올바른 수행일까. 지난 17일 먼동이 트기 전 새벽시간에 대구 팔공산 파계사를 찾았다. 11살 때 출가해 줄곧 부처님 계율을 지키며 수행자의 자세를 견지해온 파계사 영산율원장 철우스님을 만나, 바른 수행에 대한 ‘한말씀’을 들었다.
계율은 나태함 경계…
시대 변해도 불변
탐욕 못 버리면
마음에는 괴로움만 쌓일뿐
“부처님이 현재 살아 계신다면 계율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이 제정 했을 겁니다.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인데, 더욱 오탁에 빠지고 있기 때문이죠. 문화가 달라졌다고 계율이 달라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예나 지금이나 같은 존재입니다.”
계율 제정 참뜻 먼저 알아야
계율은 불교의 윤리와 조직에 대한 규범이라고 정의하는 철우스님은 “계율을 지키는 것이야 말로 수행자의 본분이며, 지계하려는 노력이 재가불자의 자세”라고 지적했다. 모든 수행의 근본은 계율을 지키는데서 시작한다는 스님은 재가불자들의 지계정신을 특히 강조했다. 오계를 받아 실천하되 한번 파(破)하면 바로 참회하고 다시 지키려는 노력을 계속 쌓아가라는 것이다. 점수의 수행법을 통해 시나브로 생활이 선(善)해지고, 선한 과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계율이 바뀌어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 스님은 단호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주장은 “마치 힘을 잘못 사용해 객기와 만용을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스님은 “수행자의 마음을 지니지 못하면 스님이 아니다”라며 계율을 통해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하고 수행해야 바른 수행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분수넘는 ‘토굴’은 사치의 공간
현대인이 수행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을 ‘풍요로운 생활습관’이라고 분석한 스님은 ‘소욕지족’을 강조했다. 물질의 풍요로움으로 인해 인내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습관이 점차 희석된 까닭에 수행을 지속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틈틈이 자신을 돌아보고, 물질의 편리함을 버릴 수 있어야 수행도 제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는 것. 스님들의 수행공간이 토굴이 한 예다.
조용히 정진하는 곳이란 뜻의 ‘아란야’에서 유래한 토굴의 크기를 부처님은 8뼘, 12뼘의 공간이라고 말했다. 결제를 마치고 잠시 몸을 쉬기 위한 공간의 범위를 넘어선 토굴은 수행자의 본분과 정신을 깎아내는 ‘독’일 뿐이다. 이는 재가자 역시 마찬가지다. 소유한 것에 만족하지 못하면 수행은 사라지고 괴로움만 남을 따름이다.
철우스님은 바른 수행을 위해서는 좋은 스승과 도반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인사에서 공부하면서 당대 선지식이던 고암.일타.성철스님에게 받은 가르침은 “수행자다운 행동과 자세”였다. 행동 하나하나로 보여주는 가르침을 따라하려는 노력이 가장 큰 수행이었다는 것. 또 도반들의 거침없는 탁마와 갈마를 통해 끊임없이 반성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 두 가지가 함께 존재해야 바르게 수행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님은 수행자의 수행하는 모습이 곧 포교라고 강조했다. 템플스테이를 통해 일반인이 바라보고자 하는 것은 산사의 고요함과 수행자의 모습이다. 전통을 지키면서 수행하는 모습에 일반인이 감동되고 불교의 가르침을 배울 인연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또 직장에서, 모임에서 남들의 모범이 되는 불자의 행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불교가 포교되는 것이다. 이는 수행에서 나오며, 수행은 계율을 지키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훌륭한 포교는 수행에서 나와
스님은 “서양학자의 한 연구에 따르면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범죄율이 같다고 하는데, 오히려 종교인의 범죄율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계율을 지키면서 수행하려는 마음이 결여된 채 기복신앙에 머물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항상 계를 지키려고 노력하고, 잘못하면 바로 참회하고 또 계를 지키고. 지계해야 한다”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스님은 “계율은 인간의 나태함을 경계하는 것이고, 이는 곧 수행”이라고 말했다.
/ 계율이란
계율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의 ‘실라(sila. 戒)’와 ‘비나야(vinaya. 律)’로 부처님께서 수행자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마다 이를 지적하며 제정했다.
계(戒)의 원뜻은 ‘마음이 착한 습관성’을 의미하는데 규칙을 지키려고 맹세하는 결의를 뜻한다. 율(律)은 교단의 강제적 규칙을 말하는데, ‘계’가 자발적으로 지키는 것으로 도덕과 비슷하다면, ‘율’은 타율적 규칙의 성격이 강해 단체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수행자가 지켜야 할 법률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재가자에게는 살(殺).도(盜).사음(邪淫).망언(妄言).음주(飮酒)로부터 벗어날 것을 맹세하는 오계(五戒)와 15일에 2번씩 지켜야 할 팔재계(八齋戒)가 있다. 팔재계란 24시간 동안 단식.금욕 등의 8계를 지키고 출가자(出家者)와 똑같이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