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탄 애마를 보내다
중고차를 구입해 14년을 탔다
큰 사고 없었으니 어찌 차의 공덕이 적으랴?
이제 떠나는 길에 정승으로 보직을 주어 그동안의
노고를 치하하는 바다
명년 10 월까지 타려다 하부가 녹이 슬어 수명이
끝났다. 차는 내 가족이요 애마다.
가는 곳마다 나를 상관으로 깍듯이 모시는 가운데
14년간 일절 불평이 없었으니 어찌 그 노고를 칭찬하
지 않으랴.
때로는 산길을 가다 양쪽으로 생채기를 내도 묵언
눈길,빗길 진흙탕길을 가도 충직한 시선
다만 생전 제대로 세차를 안해줘 저으기 미안한 마음.
이제 폐차장 가는 길에 청소를 하려니 곳곳(?)
과일 썩은 뭉치,요구르트 상한 패티병,먹다 남은 떡이
미라처럼 말라붙어 구석에 웅크린 모습
ㅡ어쩐지 쾌쾌한 내음이 난다 했더니?
차도 수명이 있고,인간도 수명이 있으니
어찌 년식과 시간을 배척하랴?
아무쬬록 다음생에는 나같이 씻겨 주지도 않고
정돈도 안해주는 주인 만나지 말고
항상 세차와 광택등 제대로 예뻐해 주는 주인을 만나
멋깔스럽게 살거라. 축원을 하긴 했으나 뭔가
양심의 가책이 찔리는 바가 크다.
차나 자식이나 애완동물이나 화분이나 제대로
가꿔주고 대접해 줘야 하는데
에고, 나의 이 무지와 나태란.
때로는 빙판 경사길에 미끄러졌으나
얕은 수로로 빠져 주인을 살린 충성심
때로는 브렉크가 파열되 횡단보도에서 정지가 안되
주인의 피를 말렸으나 천만다행으로 행인이 지나간 후
미끄러져 통과했으니
생각만 해도 아찔한 애마 차와의 14년 동고동락이다
노년에 이동권이 없으면 이제 삶의 행복은 반감된다
무던히도 주인을 모시고 23만(?)키로를 달리며
부처님 불사를 일으키고 삶의 행복,수행의 기쁨을
줬으니 어찌 그를 충복중 충복이라 하지 않으리오?
충복이 있다는 것은 큰 복이다
충복이 없다고?
생각을 고추세워 다시 생각하니 주변에 충복이 많도다
유정,무정을 분별하랴?
자신의 충복이 자기자신이요, 제대로 된 충복이다
그 외에 애완견,내 컴퓨틔,내 스마폰,내 자전거 그리고
그 속 뒤집어 놓던 벗등 그 모두가 내 충복이다.
어디 특별한 충복을 다시 찾으랴?
새 옷,새 사람은 그 댓가를 톡톡히 치뤄야 하나
지금껏 나를 받들던 주변 여러 충복들이 산재해
있음을 깨닫는 일은 보살의 큰 안목중 하나다.
지금 나의 실존,그대로 복합 복덕의 현장이요
나는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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