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곁에 살아 있는 삼신
삼신을 아시나요?
전국 각지에 퍼진 삼신 이야기에 따르면, 삼신은 한 분이라고도 하고, 삼신 할아버지와 함께 둘이라고도 하며, 삼신상을 세 그릇씩 차리는 것으로 보아 세 분이라고도 한다. 삼신(三神) 또는 산신(産神)이라고도 부르는 삼신은 태(胎)를 가리키는 우리말 ‘삼’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와 우리나라 삼신의 닮은 점과 다른 점
그리스로마신화에도 삼신과 닮은 신들이 있다.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는 젊고 아름답지만 때때로 늙은 할머니로 묘사된다. 우리나라 삼신은 흔히 ‘삼신할머니’로 부르는데, 제주에서는 삼신이 혼인하지 않은 젊은 여인으로 등장한다.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 가운데 클로트는 운명의 실을 뽑아 인간을 태어나게 하고, 라케시스는 물레로 실을 자아 수명을 이어가도록 하며, 아트로포스는 그 실을 가위로 잘라 죽을 때를 정한다. 우리나라 삼신 또한 해산시킬 때 실과 가위를 사용한다.
그러나 그리스로마신화의 모이라이와 우리나라 삼신은 커다란 차이가 있다. 모이라이가 정한 인간의 삶과 죽음은 어느 누구도 바꿀 수 없다. 올림포스의 신조차 모이라이가 정한 운명에 따라야 했다. 제우스와 테티스의 아들인 아킬레우스는 전쟁터에서 죽게 될 운명을 타고났다. 테티스는 아들의 운명을 바꾸고자 스틱스 강에 담가 불사의 몸을 만들려 했지만, 손으로 쥔 발뒤꿈치는 강물에 닿지 않아 아킬레우스는 결국 전쟁터에서 그곳에 화살을 맞고 죽음을 맞이했다. 운명의 세 여신은 인간을 돌보고 도와주기보다 운명을 좌우하고 수명을 재단하며 삶을 지배하는 신이다.
그에 비해 우리 신화 속 삼신은 아기를 점지하고 순조롭게 낳도록 도와주며, 산모와 아기가 병치레 없이 건강하도록 돌봐주는 신이다. 아기가 병에 걸려 고비가 닥쳤을 때 정성을 다해 기도를 드리면 삼신이 도와준다. 아기의 운명을 바꾸는 셈이다.
그리스로마신화를 보면 신의 자리를 넘보는 인간은 반드시 벌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수명장자처럼 저승의 왕을 속여 수명을 연장한 시시포스는 지옥에서 영원히 바위를 굴러 올리는 벌을 받았고, 아테네와 베짜기를 겨루던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었으며, 이카로스는 날개를 달고 신처럼 하늘을 날다 떨어져 죽었다.
하지만 우리 신화에는 인간으로 태어나 신의 자리를 차지한 인간신이 많다. 그들은 인간과 신을 이어주며 구원받을 수 있게 도와준다.
제주에는 동해용왕 따님애기와 명진국 따님애기가 삼신 자리를 놓고 대결을 한 ‘삼승할망본풀이’가 전해진다. ‘삼승’은 ‘삼신’의 제주 사투리이고, ‘할망’은 ‘할머니’를 뜻하는 제주 사투리이지만 ‘여신’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