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性理學)의 이론
1) 이기론(理氣論)
성리학은 기본적으로 이기론, 심성론, 경세론, 수양론의 4가지 범주로 나누고(더 많은 범주가 있긴 합니다.) 각 분야마다 이론적으로 체계화시켰습니다.
이기론은 우주와 인간의 존재구조와 생성근원을 유기적으로 설명한 이론으로 "만물(萬物)은 '이(理)'와 '기(氣)'로 이루어졌다."가 그 핵심입니다.
'이(理)'는 만물을 낳는 근본원리이며, '기(氣)'는 만물을 이루는 재료입니다.
🔷 이(理, 理致) - 근본 원리
'이'는 관념적ㆍ도덕적ㆍ이상적이며 고정불변, 본연지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순선무악(순수하게 선하고 악이 없음)의 '4단(四端)'으로 발현되며, 어떤 대상이든 선(善)한 본성을 똑같이 부여받습니다.
🔷 기(氣) - 작용, 현상
'기'는 현상적ㆍ현실적이며 가변적인 성격을 가집니다. '기'는 가선가악(선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음)의 '7정(七情)'으로 나타나는데, 각자 청탁수박(淸濁粹駁, 맑음, 탁함, 순수함, 얼룩짐)의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사물은 하나의 '이치(理)'를 가지고 있으나, 개개인의 '현상(氣)'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즉, 사람은 서로 같은 원리로 구성되어 있지만 그 사람의 마음 결정에 따라 서로 다른 개체성을 가진 독립적인 인간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理)'만 중요하다라고 하면 주리론(主理論), '기(氣)'도 중요하다라고 하면 주기론(主氣論)이 됩니다. 주리론과 주기론의 차이는 4부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전에도 나왔던 사단입니다. 중요하니까 자주 나오겠죠?
사단이 발하면 사덕(仁, 義, 禮, 智)으로 나타나는 것은 다 아실테고...
참고로 知(알 지)가 아니라 智(지혜 지)입니다.
🔷 사단(四端)
'사단'은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4가지 마음(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으로 선한 도덕성의 단서가 됩니다.
🔷 칠정(七情)
'칠정'은 인간의 7가지 감정(喜, 怒, 哀, 懼, 愛, 惡, 欲)으로 '氣'가 발하여 나타납니다. <예기(禮記)>에서 언급된 내용을 주자가 <주자어류(朱子語類)>에 넣으면서 '사단'과 더불어 성리학의 주요 용어가 되었습니다.
🔶 이일분수(理一分殊)
'이일(理一)'은 본체로서 하나인 태극(太極)을 의미하고, '분수(分殊)'는 각각의 사물마다 깃들어 있는 이(理)를 의미합니다. 즉, 어떤 대상이든 그 안에는 이치(理)가 존재한다는 뜻입니다.
성리학은 모든 사물(사람 포함)에 이치(理, 本性)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양명학은 사람에게만 이치(理)가 존재하고 사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사람의 마음(心)이 사물에게 의미를 부여한다면 사물에도 이가 존재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마치 김춘수의 詩 '꽃'처럼요...
🔶 이동기이(理同氣異)
'이는 같고(理同) 기는 다르다(氣異)'라는 뜻입니다. 이(理)는 만물의 원리가 되는 천리(天理)로서 모든 만물에 공통적(같게)으로 적용되고, 기(氣)는 기질의 청탁으로 인해 개별 사물마다 달라지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성즉리(性卽理)'에 의하여 본연지성(本然之性)은 누구나 똑같이 부여받으며, 기질지성(氣質之性)은 저마다 다르게 나타난다는 뜻도 됩니다.
'이일분수'와 '이동기이'의 해석은 나중에 호락논쟁(湖洛論爭)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호락논쟁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포스팅 하겠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호론(湖論, 충청 지방)은 주기적(主氣的), 귀납적(歸納的)인 입장을 밝히고, 낙론(洛論, 서울 지방)은 주리적(主理的), 연역적(演繹的)임을 주장합니다.
🔶 이기불상잡(理氣不相雜)
'이와 기는 잡다하게 섞이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이와 기를 논리적으로 분리시키고 구분했습니다.
🔶 이기불상리(理氣不相離)
'이와 기는 서로 이동하지 않는다.'라는 뜻으로 이와 기는 별개로 분리되지 않음을 강조했습니다.
불상잡과 불상리는 서로 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둘 다 주자의 모호한 주장에서 비롯된 이론입니다. 이와 기는 ‘하나이면서 둘이요(一而二), 둘이면서 하나 (二而一)’인 묘한 관계입니다.
불상잡은 개념적인 이론으로, 불상리는 현상적인 이론으로 생각하시면 될 듯 합니다. 개념적인 이론과 달리 현실 세계에서는 이와 기가 떨어지지 않고 합쳐져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학자들은 두 이론을 모두 다 인정합니다만,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사상적 학맥 차이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