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과학] 복제 약의 세계
기존 '레시피' 따라 만드는 복제 약, 약효 같은데 훨씬 저렴하죠
복제 약의 세계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윤상진 기자 입력 2025.03.25. 00:50 조선일보
최근 ‘복제약’이 세계 제약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어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만든 주요 의약품들의 특허가 2~3년 뒤부터 대거 만료될 예정이라, 여러 제약사가 이 약을 따라 만들려고 하고 있거든요. 요리로 비유하면, 기존 의약품의 레시피를 이용해 그대로 같은 약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거죠. 복제약은 오리지널 제품 못지않게 안전할 뿐더러 약효도 같아요. 복제약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약을 구입할 수 있게 되지요.
복제약은 최근 미국과 유럽 등에서 사용량이 늘고 있고, 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에피스 같은 국내 제약사들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출시하고 있어요. 오늘은 복제약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그래픽=유재일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약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요. ‘오리지널 의약품’과 ‘복제약’이죠. 오리지널 의약품은 특정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가장 먼저 개발된 신약이에요. 복제약은 이걸 그대로 따라 만든 거예요.
먼저 오리지널 의약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부터 알아볼게요. 신약 개발 과정은 크게 연구 단계와 개발 단계로 나뉘어요. 먼저 기초 연구를 통해 특정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유전자)을 찾아냅니다. 그러곤 이 단백질을 억제할 수 있는 물질이 무엇인지 탐색하죠. 새로운 약을 개발할 땐 보통 1만종이 넘는 다양한 화학 물질을 비교해가며 특정 질병 치료에 적합한 물질을 찾아요. 이 화학 물질들이 단백질과 만나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실험 등을 통해 밝혀내는 거예요.
이런 연구 과정이 끝나면 개발 단계인 임상시험에 들어가게 돼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선 약의 안전성과 효과, 부작용 등을 확인하죠. 효과가 아무리 좋더라도 안전성에 문제가 있으면 약을 출시할 수 없어요. 그래서 신약 개발은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성공률도 낮은 편이죠.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신약이 나오면 15년 정도 특허권을 보호해줘요. 제약사가 신약 개발에 들인 자금과 시간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거예요. 하지만 특허권이 만료된 후에는 원래 신약을 개발했던 회사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오리지널 의약품과 같은 성분의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됩니다.
복제약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에요. 기존 의약품을 토대로 만드는 만큼 개발 비용이 대폭 줄어 약값이 내려가죠. 복제약 가격은 국가나 의약품별로 다르지만 대개 오리지널 의약품 가격의 20~80% 수준이에요. 오랜 기간 안전성을 인정받은 약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다는 건 환자들에게 큰 혜택이겠죠.
그래픽=유재일
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
오리지널 의약품은 만드는 방식에 따라 ‘합성 의약품’과 ‘바이오 의약품’으로 나뉘어요. 합성 의약품은 여러 가지 화학물질을 배합해 만드는 약이에요.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이 아니라 주로 실험실에서 화학 반응을 통해 얻어진 물질들을 섞어 제조하는 거죠. 어떤 물질을 얼마만큼 섞는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대량 생산이 용이해요. 설명서대로 따라 하면 같은 성분의 약을 만들 수 있는 거죠.
이와 반대로 바이오 의약품은 자연에서 추출한 성분들을 이용해 만드는 약이에요. 대장균이나 효모, 동물 세포 등 살아 있는 세포에서 단백질을 뽑아내 생산해요. 생물체에서 뽑아냈기 때문에 독성이 낮고 환자 상태에 맞는 맞춤형 치료제를 만들 수 있어 난치·희귀·만성 질환에 큰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합성 의약품보다 제조 공정이 복잡해 개발에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어요.
합성 의약품을 복제한 약은 ‘제네릭(Generic)’,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한 건 ‘바이오시밀러(Biosimilar)’라고 해요. 복제하는 대상이 다를 뿐 둘 다 특허권이 만료된 기존 의약품과 똑같은 효능을 갖도록 만들죠.
그래픽=유재일
제네릭은 기존 합성 의약품의 제조 방법을 따라서 만들기 때문에 주성분, 효능·효과, 복용 방법 등이 같아요. 따라서 제네릭은 기존 약이 개발될 때 거친 복잡한 임상시험을 또 거칠 필요가 없어요. 단, 인체에 나타나는 효능과 안전성이 기존 약과 진짜 똑같은지 알아보는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을 거쳐요. 이를 통해 제네릭의 약효가 기존 의약품의 80∼125% 범위에 들면 식약처에서 승인받아 출시할 수 있어요. 제네릭의 효과가 기존 약과 완벽하게 똑같지 않은 이유는 기존 의약품과 주성분은 같아도 보조 성분의 종류와 배합 비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사람마다 약에 대한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기존 약품과 정확히 똑같은 효과를 측정하긴 어렵죠.
반면 ‘바이오 의약품’을 복제하는 바이오시밀러는 생물체를 기반으로 만드는 약 특성상 기존 의약품과 완벽하게 똑같은 약을 만드는 건 불가능해요. 따라서 복제 약을 검증할 때도 합성 의약품처럼 ‘동일성’이 아닌 ‘유사성’ 기준을 요구하죠.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만들 때처럼 임상시험의 모든 단계를 다시 거쳐야 해요. 이 때문에 복제약인데도 가격이 비쌉니다. 제약업계는 만들기 힘들지만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앞으로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보고 있어요.
급속도로 성장하는 복제약 시장
현재 복제약 시장에선 제네릭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요. 최근 선진국들에선 공통적으로 인구 고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 이에 각국 정부는 의료비 증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네릭 의약품 사용을 장려하는 추세랍니다. 기존 의약품과 주성분과 효능이 같은데 가격 부담은 덜하니까요.
2023년 기준 세계 제네릭 시장 규모는 600조원대로 추산됐는데, 2030년엔 900조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해요. 2027년까지 주요 합성 의약품 특허권이 만료되면서 다양한 복제 약이 출시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에요.
바이오시밀러 시장 또한 주요 의약품의 특허권 만료로 2028년까지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종근당 등 국내 기업도 복제약을 만들어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유럽 등으로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습니다.
윤상진 기자 사회정책부
사회정책부 근무. '신문은 선생님' 코너를 기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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