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713
발심수행장129
동봉
삶의 중추3
세간낙은 나중에는 아픔이거니
탐닉하고 집착할게 뭐가있으며
한번참아 오래도록 즐거움인걸
어찌가히 닦아가지 않을것이랴
세락후고世樂後苦
하탐착재何貪着哉
일인장락一忍長樂
하불수재何不修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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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중심中이 되는 지도리樞는
원인과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이라고 강조하였다
삶의 과정 가운데
모태에 착상되고 나서
세상에 태어나기까지를 살폈다
그 뒤로 계속된
인연의 보살핌이 없다면
아기는 아기 삶을 견뎌낼 수 있을까
어머니 아버지가
아기를 낳는 것으로 끝을 낸다면
할 일을 다했다고 할까
젖을 먹이고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이고
밥을 먹이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소중한 것을 들라면
아기에 관한 관심이고 사랑이다
말을 가르치고
일어서고
걷고
뛰고
손을 흔들고
어떻게 사물을 보고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고
맛을 보고, 만지고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가르치는 게 하나같이 소중하다
그러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런 것은 다 본능이라
따로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저절로 다 알아서 크게 마련이라고
사자나 들개나 코끼리나
새와 곤충에 이르도록
뛰는 법
숨는 법
나는 법을 가르치지 않으면
파리 모기 한마리도 잡지 못한다
병아리
강아지
돼지 같은 가축도 마찬가지다
어미로부터 삶의 과정을 익히지 않고
그저 살아지는 것은 아니다
하물며 사람으로서
어떻게 사물을 바라보고
어떤 것이 위험한 요소인지
나아가 가족과 또래와
이웃과의 관계를 터득함도
삶에는 더없이 필요한 과정이다
사람이 사람일 수 있음은
예를 알고
분수를 알고
나와 남을 알고
내 것 남의 것을 알아
스스로를 지킴과 동시에
남의 것을 침범하지 않는 것도
반드시 배우學고
때時로 익히習고
더 나아가 터득해야 한다
아무런 이유없이 나와 내 것을
침해당하고 빼앗김도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하물며 서로 함께 나누어야 할
재산과 권리를 착취하는 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 중 하나다
세간世의 즐거움樂이란 허무하다
유위법의 하나인 까닭이다
나중後에 고苦가 됨도
유위법으로 이어지는 까닭이다
첫새벽이 경계한 것은 두 가지다
첫째가 탐함貪과 집착着이고
둘째가 게을러 닦지 않음不修이다
탐할 탐貪 자를 파고들면
가난할 빈貧 자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똑같은 재물貝을 놓고
이리저리 계속해서 쪼개分면
결국에 가서는 가난해貧질 것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가령 재물貝에서
단 한순간도 과거나
또는 미래 세계로
생각을 돌리지 않은 채
오직 당처當處, 곧 이제今에
마음이 매여 있다면 그게 곧 탐貪이다
게다가 붙을 착着 자는
양 양羊 자와 눈 목目 자가 만나
하나의 뜻을 지닌 글자가 되었듯이
양치기가 양羊에서 눈目을 떼지 못함이다
또한 붙을 착着/著 자를 풀이하면
자연의 세계艹를 바라볼目 때
눈目 위에 손手을 얹으면
볼 간看 자가 되듯이
사물을 더 정확히 볼 수 있다
붙을 착着 자에 볼 간看 자를 놓음이
바로 이와 같은 의미다
초두艹 아래 놈 자者 자를 놓으면
나타날 저著 자가 되는데
이는 붙을 착着 자와 같이 쓰인다
착着 자의 뜻은 '붙이다'이나
어떤 움직임이나 상태가
그대로 고정됨을 표현함이다
영어로는 킾keep의 뜻을 담고 있다
탐貪하고 나서
이내 잊어버리면
탐貪은 되되 착着은 아니다
따라서 탐착의 뜻은 매우 단순하다
탐貪의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함이다
첫새벽이 경계한 것은
탐貪과 동일한 가치의 착着이다
또한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닦음修이다
역시 사람이 사람일 수 있음은
닦음이란 명제를 두었기 때문이다
동물과 가축과 곤충들에 이르기까지
이미 그들의 닦음도 얘기했지만
사람의 닦음은 분명 다르다
본능에서 멈추지 않는다
예절이 있고 철학이 있고 문화가 있다
닦음修이 뭘까
배움이며 연구며 터득이다
닦을 수修 자를 파자破字하면
사람人이 매丨를 들어 가르침攵이며
그렇게 마음을 정돈彡함이다
생각을 가지런하게 하고
하나하나 정돈해 감은
바로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돈된 마음에서 삶을 보는 눈이 열린다
'내겐 관객이 부처다'
이 짧고 아름다운 명언은
대한민국 영화감독 주경중 선생이
지난 2003년 4월 11일
영화 <동승>을 세상에 내놓고
툭 던진 일착자一着子다
초기불교권에서는
찾아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아! 대승불교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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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학회 모임 안내
내일 화요일 오후 6시 대각사에서
선문학회(회장 석연화) 모임을 갖습니다
선문학회 멤버의 동참을 기대합니다
사무총장 선각 이종철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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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우리절 제24주년 개산제 초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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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3/2019
한가을秋分을 맞아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