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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으로 파고든 존재의 심연… 시공을 초월한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 |
[미술여행=엄보완 기자]대구 '동원화랑 앞산'(대구 남구 안지랑로5길 52)이 현대 미술의 경계를 허물며 독자적인 사유의 지평을 탐색해온 권기철 작가를 초대해 권기철 개인전: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 展 전시를 개최한다.
사진: 권기철 작가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展 관련자료 1_20250915
9월 16일(화)부터 30일(화)까지 열리는 권기철의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展 전시는 언어로 가닿기 어려운 감각의 심연을 향한 권기철의 오랜 예술적 수행이 응축된 작품들을 세상에 선보이는 자리다. 특히 작가는 전시를 통해 비물질적인 시간의 궤적을 따라 존재의 근원적 물음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권기철의 작품세계...'먹'으로 파고든 존재의 심연(深淵)
사진: 권기철 작가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展 관련자료 3_20250915_124944(권기철 작가 작업실)
권기철의 작품은 감각의 경계를 해체하고 관객을 '무아경(無我境)'의 지점으로 이끄는 강력한 흡인력을 지녔다. 몸과 마음이 형체 없는 유동체처럼 녹아내리는 경지에서 비로소 작품은 영혼의 숨결을 머금고, 의식 이전의 태초적 충동이 화폭에 각인되는 숭고한 행위로 거듭난다.
한 폭의 그림 안에 펼쳐진 선 하나, 먹 한 방울이 이룩하는 소우주 앞에서 관람객은 한결같은 경외심을 느끼게 될 것이다.
권기철 作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은 작가가 한지와 먹, 그리고 그 사이를 유유히 관류하는 '시간'이라는 비물질적 매개를 통해 무의식의 겹겹한 지층을 집요하게 탐험해온 여정을 꾸밈없이 펼쳐 보인다. 먹통에 미세한 구멍을 뚫어 각도와 압력, 손의 미묘한 속도를 조절하며 먹의 번짐을 한 호흡 속에 담아내는 과정은 흡사 존재론적 명상과도 같다.
전각에서 얻은 견고한 선으로 먹의 유연한 흐름을 붙잡으려는 시도는 유한한 생명 속에서 영원을 포착하려는 섬세한 존재론적 질문을 수면에 던진다. 서예의 엄정한 호흡과 음악, 문학에서 길어 올린 리듬,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선의 수행은 화면 위에 생명의 섬세한 지층처럼 농밀하게 쌓여 우리의 내면에 잊혔던 기억들을 소환하는 영혼의 해부도를 그려낸다.
사진: 권기철 작가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展 관련자료 2_20250915_124946
특히 이번 전시의 핵심 화두는 "선이 남긴 시간"이다. 밝고 투명한 색채는 기억 속 결핍의 어두운 잔해들을 다른 차원의 빛으로 전복시키며, 추상화된 형상들은 과장된 서사 없이 몸의 속도 그 자체를 화면에 이식한다. 이름 없는 듯한 선들이 모여 의미심장한 리듬을 만들고, 이는 침묵 속에 잠자던 우리의 감각을 깨워 세상과의 새로운 소통의 문을 은밀히 열어젖힌다.
경북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영남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하며 예술가로서의 단단한 초석을 다진 권기철 작가는 1980년대 중반부터 대구미술대전, 중앙미술대전 등에서 일찍이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와 안토니 따삐에스(Antoni Tàpies)의 작품과의 조우는 그를 고정된 형식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탐색하게 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1990년 한국화 수묵운동에 적극 동참했으며, 시인 및 화가들과의 교류를 통해 작품에 문학과 철학의 깊이를 더했다. 1993년 첫 개인전 '소리는 둥글다'를 시작으로, 2025년 현재까지 무려 60회에 달하는 개인전을 통해 그는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며 치열한 예술적 여정을 이어왔다.
초기 수묵 작업에서 인도의 영감을 거쳐 화려한 색감이 가미된 '어이쿠! 봄 간다' 시리즈로 과감한 변모를 보여준 그는 전통 한지와 먹을 매체로 캘리그라피와 전각 기법을 접목해 동서양의 미감을 아우르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했다. 그의 붓질은 때로는 격렬하게 몰아치고 때로는 고요히 스며들며,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넘나들어 존재의 본질과 시공간을 탐구하게 한다. 특히 '어이쿠! 봄 간다'는 개인의 기억을 환기시키고 기억과 망각의 간극을 예술로 풀어낸 그의 대표작으로 깊이 평가받고 있다.
권기철 作: '어이쿠! 봄 간다'
권기철 作: '어이쿠! 봄 간다'
권 작가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국내 유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대구 동원화랑, 서울 갤러리 산수를 비롯해 파리, 도쿄, 미국 등 국제 무대에서도 활발하게 전시되며 한국 현대미술계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증명하고 있다. 2025년에는 MoMA Tbilisi와 Sarajevo Winter Festival 등 국제 그룹전을 통해 그의 예술 세계를 더욱 확장할 예정이어서 국내외 활동에 대한 기대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권기철 작가는 평면을 단순히 고정된 그림이 아닌, 관객의 발걸음과 시선에 따라 새로운 장면을 끊임없이 열어 보이는 '시간의 장치'로 해석하는 탁월함을 선보인다. 그의 화면 앞에 선 관객은 논리적인 이해 이전에, 생명의 가장 원초적인 울림처럼 말보다 먼저 찾아오는 깊은 '호흡'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는 작가의 의식과 무의식이 격렬하게 조응하며 빚어낸 존재의 본질적인 울림이며, 작품 속 미완의 선들은 관람자의 섬세한 시선에 의해 비로소 완결의 의미를 부여받는다.
권기철 작가의 전시는 단순한 관람을 넘어, 관객을 작품의 능동적인 참여자로 이끄는, 시대를 관통하는 근원적인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이다.
<작가노트>
권기철 작가
음악과 문학, 그림이 나의 몸과 만나는 지점을 깊게 본다. 음악에 올라 앉아 붓질하는 무아, 붓이 시작해서 끝나는 시점의 행위와 서사가 분명한 선, 즉 감정의 상태를 한 호흡의 일획으로 친다.
회화는 미술의 영원한 텍스트다. 그것이 지극히 전통적 재료인 먹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은 유효하다. 작위와 무작위를 먹으로 현재를 구현한다. 전통의 현대화다. 먹과 한지라는 매체가 어떤 방식의 옷을 입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나의 작품은 10년 주기로 작업실의 환경이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변해왔다.
30대의 ‘소리’, 40대 ‘어이쿠 봄간다’, 50대의 ‘어이쿠’ 그리고 최근 3년 전부터 ‘무제’라는 주제로 나의 내면을 거울삼아 작업하고 있다. ‘의미 없는’은 말뜻의 문법, 즉 생각이 그림으로 옮겨 가는데 ‘폭넓은 역설’이라고 보면 된다. -권기철
한편 1982년 2월 대구 봉산 문화의 거리에서 문을 연 Dongwon Gallery갤러리 동원은 근, 현대 미술의 숨결과 흔적이 스며있는 공간이다. 근대와 현대, 추상과 구상의 벽을 허물며 동시대의 수 많은 작가들과 함께 먼 길을 걸어 왔다. 지난 해 40주년 기념전 ‘인생여정 강물처럼’에서는 모든 것이 빈곤하였지만 붓 한 자루로 격동의 시대와 순정의 낭만 시절을 살다 가신 이인성, 김환기, 주 경, 정점식, 김기창, 천경자, 강우문 등 50여분의 거장들의 숨결이 느껴진 특별전을 봉산동 화랑에서 열렸었다.
갤러리 동원 앞산 개관 기념 ‘화음’展 에선 현대미술의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이우환 화백을 비롯해 권대섭, 이 배, 남춘모 작가의 작품들은 정갈한 공간에서 현대미술의 정수를 보여주었다.
봉산 동원화랑 ‘ㅁ’구도의 갤러리 중앙 정원은 하늘과 대나무와 조선 석등이 어우러진 공간은 청대숲 바람을 불러오고 새들이 찾아온다. 도심 속의 한가로움과 고요함이 많은 예술가와 애호가들의 사유의 쉼터가 되어 왔다.
앞산 갤러리 동원은 대구 남구의 명소 석양 전망대와 앞산빨래터공원을 산책 할 수 있고 맑은 공기와 앞산을 바라볼 수 있는 환경의 단정한 2층 주택을 공간의 기존면들을 다시 재분할하여 작품 한 점 한 점마다 개성이 돋보이는 전시 공간을 만들었다. 이 매력이 많은 작가들로부터 작품을 걸고 싶어하는 욕망을 느끼게 한다. 건축물과 현대작품들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여백이 현대 미술가 겸 건축가인 이현재 선생의 손길이 느껴지는 정갈한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 권기철 개인전: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 展 전시 안내
전시명: "의미없음, 흩어진 질문"
전시 기간: 2025년 9월 16일(화)부터 30일(화)까지
참여 작가: 권기철
전시 장소: 대구 '동원화랑 앞산'(대구 남구 안지랑로5길 52)
관람 시간: 11:00 - 18:00, 매주 일요일 휴무
전시 문의: '동원화랑 앞산'(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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