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 받은 사랑과 은혜
일요일 점심을 먹은 후 동네 한 바퀴 산책하려고 나섰다.
아파트 도로에 “ㄱ”자로 꺾인 부분이 있었는데 그 꺾인 부분에 트럭이 주차되어 있었다. 아파트로 들어오는 차는 그 트럭 때문에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을 볼 수 없고, 나는 그 트럭 때문에 반대쪽에서 들어오는 차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안전하게 콘크리트 벽 쪽으로 붙어서 걸었다. 그때 아파트로 들어오던 차가 시야도 확보하지 않은 체 주차된 트럭을 돌아 내 앞으로 달려왔다.
그 순간 나는 사고를 직감하고 몸을 콘크리트 벽 쪽으로 급히 돌렸다. 순간 승용차가 나의 왼쪽 오금을 들이받았다. 나는 다리가 부러지는 고통을 느끼며 쓰러졌다. 승용차의 앞 범퍼는 오른쪽 부분이 부서져 땅에 끌렸다.
119에 실려 병원 응급실로 갔는데 MRI를 찍어본 결과 왼쪽 엉덩이뼈와 무릎뼈는 갈라진 곳은 없었다. 만일 내가 몸을 돌리지 못하여 승용차가 나의 무릎을 정면으로 쳤다면 무릎뼈가 깨지던지 금이 갈 수 있었다. 오금 부위가 스펀지 역할을 해주는 바람에 무릎 피부가 손바닥 1/3만큼 벗겨지는 것으로 끝났다.
병실, 내가 누워있던 침상 대각선 방향에 있는 환자는 80세쯤 되어 보이였다. 일요일에 내가 입원했을 때 그의 옆에는 조선족으로 보이는 간병인과 50대 남자가 있었다. 아들인 모양이었다.
“아버지. 이거 장어예요. 많이 드셔야 해요”
조금 후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와 대학생으로 보이는 그녀의 딸이 들어왔다. 그리고 두 여인은 환자의 침상 양쪽에 걸터앉아 웃어가며 살갑게 환자와 얘기를 주고받았다. 해가 지자 아들과 딸과 손녀는 돌아갔다.
다음날(月) 아침이 되자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인이 그 노인 환자에게 왔다. 주고받는 대화를 보니 딸인 듯했다. 그녀는 해가 질 때까지 온종일 노인을 시중하며 얘기를 주고받다가 돌아갔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간병인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 노인은 부인이 작고한 이후에 홀로 아이들을 키웠다고 한다. 자식들이 결혼하여 철이 들자 아버지께 받았던 사랑과 은혜를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내가 퇴원하던 날까지, 내 옆에 있던 환자와 맞은편에 있던 환자는 간병인도 없었고 면회 오는 사람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