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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의 정오였고, 나의 한밤중이었고, 나의 이야기였으며 나의 노래였다.(BGM)
2.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BGM)
8. 나를 사랑할 수 밖에는 없다고 각인된 손금 담긴 너의 두 손으로 나의 목을 졸라줘(BGM)
내 마음 이렇게 어두워도
그대 생각이 나는 것은
그대가 이 봄밤 어느 마당가에
한 그루 살구나무로 서서
살구꽃을 살구꽃을 피워내고 있기 때문이다.
나하고 그대하고만 아는
작은 불빛을 자꾸 깜박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안도현/ 봄밤
이별보다 더 큰 슬픔은
이별을 예감하는 순간이다.
너의 부재보다 더 큰 슬픔은
서로 마주 보고 있어도
너의 마음은 더 이상 여기 있지 않음을
느끼는 순간이다.
같이 있으면서도
늘 내 것이지 못했던 사람아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박성철/ 너를 보면 눈물이 난다.
해 지기 전에
한 번 더 만나 줄래?
하루살이가 나귀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안 돼.
내일도 산책 있어.
모레, 모레쯤이 어떠니?
그 말에 하루살이가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섭니다.
넌 너무도 나를 모르는구나.
권영상/ 하루살이와 나귀
누가 다정하면 죽을 것 같았다.
장미꽃나무 너무 다정할 때 그러하듯이
저녁 일몰 유독 다정할 때
유독 그러하듯이
뭘 잘못했는지
다정이 나를 죽일 것만 같았다.
김경미/ 다정이 나를
지금은 그늘이 널 갖고 있다.
그러니까 넌 빛이야.
빛날 수 없는 빛.
견디기는 했지만 스스로를 사랑한 적 없는 독신.
너는 예쁘지 아니, 슬프지
이영광/ 그늘 속의 탬버린 中
첫사랑은 아니다마는
이 울렁거림 얼마나 귀한지
네가 알까 몰라
말은 속되다.
어째서 이리도
주머니마다 먼지 낀 언어들
이건 아니다 이건 아니다
다 버리고 버리고
그러고도 남아 있는
한 가지
분명한 진실
이 때아닌 별소나기
울렁거림
네가 알까 몰라
신달자/ 너를 위한 노래3
내 사랑은
탄식의 아름다움으로 수놓인
황혼의 나라였지.
내 사랑은
항상 그대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가도가도 닿을 수 없는 서녘하늘,
그곳에 당신 마음이 있었지.
내 영혼의 새를 띄워 보내네.
당신의 마음
한 자락이라도 물어오라고.
이정하/ 황혼의 나라
우리가 먼 훗날,
태양이 식어가고 낡고 오래된 천막 같은 밤하늘의 모퉁이에서
서러운 별똥별로 다시 만난다 하더라도,
나는 아직 살아 있으므로, 나는 불멸이 아니라 오래도록 너의 음악이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사랑이 아니더라도 나를 꿈꾸어다오.
박정대/ 그때까지 사랑이여, 내가 불멸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中
너는 매혹적이다 .
사랑스럽다 .
언제 어디서나 눈길을 끈다.
애초에 그렇게 태어났다.
오은/ 커버스토리 中
헛되이 나는 너의 얼굴을 보려 수많은 생을 헤매었다.
거듭 태어나 너를 사랑하는 일은 괴로웠다.
위미리 동백 보러 가 아픈 몸 그러안고서도,
큰엉 해안이나 말미오름에서도,
빙하기 순록과 황곰 뼈의 화석이 나온 빌레못동굴 앞에까지 와서도
나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너 멀구슬나무나 담팔수, 먼나무가 당신과아무 상관없다고 확실할 수 없는 이 생이다.
너에게 너무 가까이도 멀리도 가지 않으려고
헛되이 나는, 이 먼 곳까지 왔다.
조용미/ 헛되이 나는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에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김선우/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그래 너는 죽어도 사랑이라는 것은 버릴 수가 없단 말이냐
그렇거든 사랑의 꽁무니에 도롱태를 달아라
그래서 네 멋대로 끌고 돌아다니다가
쉬고 싶거든 쉬고 자고 싶으거든 자고
살고 싶으거든 살고 죽고 싶으거든 죽어라
한용운/ 잠꼬대 中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너는 늘 기적처럼 아름다웠다.
나스 키노코/ 공의 경계 中
한번 본 너를 붙잡기 위하여 나는 찰나에 산다.
종국에는 열망을 향해 날다 산화하는 너를 나는 지금 쫓고 있다.
너를 잡을 수 있는 날이 열흘뿐이나 나는 그 시간 밖에 있다.
문정영/ 열흘 나비 中
그때, 나는 묻는다.
왜 너는 나에게 그렇게 차가웠는가.
그러면 너는 나에게 물을 것이다.
그때, 너는 왜 나에게 그렇게 뜨거웠는가.
서로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때 서로 어긋나거나 만나거나 안거나 뒹굴거나 그럴 때,
서로의 가슴이 이를테면 사슴처럼 저 너른 우주의 밭을 돌아 서로에게로 갈 때,
차갑거나 뜨겁거나 그럴 때,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 그럴 때,
나는 내가 태어나서 어떤 시간을 느낄 수 있었던 것만이 고맙다.
허수경/ 고마웠다, 그 생애의 어떤 시간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 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도종환/ 라일락 꽃
돌아가기엔 이미 너무 와버렸고
버리기에는 차마 아까운 시간입니다.
어리선가 서리 맞은 어린 장미 한 송이
피를 문 입술로 이쪽을 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낮이 조금 더 짧아졌습니다.
더욱 그대를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나태주/ 십일월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걸이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中
사랑했고
아직도 사랑한다고
벽에 이마를 대고 말하고 싶다.
박연준/ 예감 中
그대에게 보낸 말들이
그대를 다치게 했음을
그대에게 보낸 침묵이
서로를 문 닫게 했음을
내 안에 숨죽인 그 힘든 세월이
한번도 그대를 어루만지지 못했음을
김재진/ 새벽에 용서를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선뜻 그대에게 다가서지 않겠습니다.
내가 그대를 묵묵히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은
내 사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대를 너무나 사랑해서임을 알아주십시오.
오늘따라 저렇게 별빛이 유난스런 것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지만 참고 또 참는
내 아픈 마음임을 헤어려 주십시오.
이정하/ 별2
글을 쓰면서
권영상 시인의 '하루살이와 나귀'라는 시와
김승일 시인의 '나의 자랑, 이랑' 이라는 시가
개인적으로 더 와닿았고 여운이 남습니다.
이 글을 본 여시들도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어요.
이승일 시인의 '나의 자랑, 이랑'이란 시가 꽤 길어
전문을 다 올리지 못했는데
혹시 저와 같은 취향을 가진 여시들이 있을까 싶어 더보기로 전문을 올립니다.
오늘도 여시의 하루가 만족스럽기를 바래요.
넌 기억의 천재니까 기억할 수도 있겠지
네가 그때 왜 울었는지. 콧물을 책상 위에 뚝뚝 흘리며,
막 태어난 것처럼 너는 울잖아.
분노에 떨면서 겁에 질려서. 일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 네가 일을 할 줄 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는 날이면, 세상은 자주
이상하고 아름다운 사투리 같고. 그래서 우리는 자주 웃는데.
그날 너는 우는 것을 선택하였지. 네가 사귀던 애는
문밖으로 나가버리고. 나는 방 안을 서성걸이며
내가 네 남편이었으면 하고 바랐지.
뒤에서 안아도 놀라지 않게.
내 두 팔이 너를 안심시키지 못할 것을 다 알면서도
벽에는 네가 그린 그림들이 붙어 있고
바구니엔 네가 만든 천가방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는
좁은 방 안에서,
네가 만든 노래들을 속으로 불러보면서.
세상에 노래란 게 왜 있는 걸까?
너한테 불러줄 수도 없는데.
네가 그린 그림들은 하얀 벽에 달라붙어서
백지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있고.
단아한 가방들은 내다 팔기 위해 만든 것들, 우리 방을 공장으로, 너의 손목을 아프게 만들었던 것들.
그 가방들은 모두 팔렸을까? 나는 몰라.
네 뒤에 서서 얼쩡거리면
나는 너의 서러운
서러운 뒤통수가 된 것 같았고
그러니까 나는 몰라,
네가 깔깔대며 크게 웃을 때
나 역시 몸 전체를
세게 흔들 뿐
너랑 내가 웃고 있는
까닭은 몰라.
먹을 수 있는 걸 다 먹고 싶은 너.
플라타너스 잎사귀가 오리발 같아 도무지 신용이 안가는 너는, 나무 위에 올라 큰 소리로 울었지.
네가 만약 신이라면
참지 않고 다 엎어버리겠다고
입술을 쑥 내밀고
노래 부르는
랑아,
너와 나는 여섯종류로
인간들을 분류했지.
선한 사람, 악한 사람.....
대단한 발견을 한 것 같아
막 박수 치면서,
네가 나를 선한 바람에
끼워주기는 바랐지만.
막상 네가 나더러 선한 사람이라고 했을때. 나는 다른게 되고 싶었어. 이를테면
너를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
나로 인해서,
너는 누군가의 자랑이 되고
어느 날 네가 또 슬피 울 때, 네가 기억하기를
네가 나의 자랑이란걸
기억력이 좋은 네가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나는 얼쩡김렸지
김승일/ 나의 자랑, 이랑
문제 시, 빠른 수정
첫댓글 나의자랑이랑은 진짜 명시야...
정말 좋다....맘이 편안해져
와 시너무좋다......
브금먼가여여시ㅠ 너무 잘어울린다.. 이렇게글을쓰려면얼마나많은자기고찰이 잇엇을까싶습녜다..8ㅅ8
권영상 시인 시에 무너짐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30 16:43
너무좋아 ㅠㅠ...
와 다시와서 들어봐야지ㅠㅠㅠ
나의 자랑 이랑 개좋아 ㅠㅠㅠ 김승일 시집 최애..
너무좋다 하루살이와 나귀ㅠㅠ 어떠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30 20:36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5.08.30 21:05
여시글 기다렸는데!! 고마워용 ♡
ㅠㅠㅠ여시글진짜좋아 고마워
하 너무 좋아요.....
오늘도 너무 좋아요 늘고마워요!
좋은글 고마워.!
정말 여시가 찐 글 전부다 아려와...ㅠㅠ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