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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퇴직연금에 선택형 디폴트옵션 개념으로 도입된 사전지정운용제도는 DC 및 IRP 가입자의 상품 선택이 용이하도록 퇴직연금사업자가 저비용, 고효율의 상품을 제공하는 대표상품제도의 일환으로 이해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의 사전 승인을 통해 사업자별로 10개 이하의 대표상품으로 제시되며, 근로자의 위험성향에 따른 사전 지정이 이루어지면 이후에는 일반적인 opt-out 방식의 디폴트옵션으로 기능하게 된다. 적극적 운용지시 없이 장기로 운용되는 디폴트옵션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상품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에게는 근로자의 최선 이익이라는 수탁자책임이 보다 강조되어야 하며, 이는 제도 실행의 첫 단계인 상품 설계 및 적격성 사전 승인에서부터 시작된다.
고용노동부의 사전 승인을 득한 259개의 적격 상품을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낮은 수수료와 안정적인 수익성과라는 요구조건이 충실히 견지된 것으로 평가된다. 특징적인 부분은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하여 다수의 상품이 단일 예금 또는 펀드가 아닌 재간접펀드의 형식으로 제시된 점이다. 하위펀드의 조합을 통한 포트폴리오 형식의 디폴트옵션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연금자산 운용의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험의 분산이 보다 강조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적합성 원칙에 따라 개인의 위험성향에 부합하는 디폴트옵션의 제시라는 어려움까지 가중된다. 디폴트옵션으로 주로 TDF가 활용되는 것이 세계적 추세이기는 하나, 고정된 일정 수준의 위험량을 목표로 하는 재간접펀드를 설계하기에 TDF는 부정확하고 불편하다. 이러한 목적의 재간접펀드 설계에는 혼합형펀드(BF)의 일환인 목표위험펀드(TRF)가 보다 적합하며, TDF는 개인의 위험성향에 부합하는 목표일로 제시되는 단일 펀드의 활용이 권고된다. TDF의 단순 조합으로 구성되는 재간접펀드가 디폴트옵션의 일반적 관행으로 고착되는 현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
금융기관에 있어 디폴트옵션제도는 막중한 책임이자 기회이다. 위험과 수익 측면에서 양질의 적격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것은 건전한 경쟁구도가 부재한 우리 퇴직연금 시장에서 금융기관의 가장 핵심적인 경쟁우위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한 근로자의 장기적 투자 신뢰 확보가 디폴트옵션 제도 성공의 열쇠임을 강조한다.
한국형 디폴트옵션제도의 이해
국내 퇴직연금에 디폴트옵션(default option)이 도입되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면, 확정기여형(Definded Contribution, 이하 DC형) 및 개인형퇴직연금(Individual Retirement Pension, 이하 IRP)에 사전지정운용제도라는 이름으로 디폴트옵션 개념의 연금자산 운용 수단이 제공된 것이다. 구조적인 한계가 지적되는 DC형 및 IRP의 연금자산 운용에 디폴트옵션은 연금제도 시작부터 함께 도입되었어야 할 제도적 장치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퇴직연금에서는 기나긴 논의와 많은 우여곡절을 거쳐 2022년 6월부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작년 하반기까지 적격 디폴트옵션 상품1)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사전 승인이 이루어졌으며, 사용자(기업)가 이를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하고 근로자의 실질적인 디폴트옵션 설정이 마무리되는 시점은 금년 상반기 말은 되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렵게 도입된 제도이나,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는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디폴트옵션과는 매우 상이한 실행 절차와 상품 구성을 보인다. 따라서 본 제도가 시장에 안착하고 퇴직연금의 주된 운용수단으로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기업 및 근로자를 포함한 시장참여자의 정확한 이해와 각별한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계약형 지배구조인 우리 퇴직연금제도에서 가장 핵심적인 이해관계자라 할 수 있는 퇴직연금사업자(금융기관)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된다. 연금 선진국의 DC 근로자에게 디폴트옵션이 절대다수의 운용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을 단순히 연금자산 운용에 대한 개인의 무관심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동인은 디폴트옵션에 대한 근로자의 높은 투자 신뢰이다. 전문가가 제공하는 저비용, 고효율의 잘 만들어진 장기투자 상품이라는 근로자의 보편적 인식을 의미한다.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근로자의 추가적인 선택을 전제로 하는 모순된 구조의 디폴트옵션으로 설계됨으로 인해 자산 운용에 있어 여전히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제도적 한계는 남아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투자 신뢰를 구축하고 제도를 활성화하는 것은 결국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의 책임과 역할이 될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는 일반적인 의미의 디폴트옵션보다는 과거 감독 당국에 의해 추진되었던 대표상품제도의 일환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2) 장기투자를 전제로 하는 연금자산의 운용에 있어 개인의 자산 운용의 어려움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디폴트옵션이다. 전형적인 디폴트옵션에서는 운용지시가 없는 근로자의 투자 판단을 디폴트옵션이 완전히 대체하지만, 사전지정운용제도는 공적으로 관리되는 적격 상품으로 개인의 선택 폭을 좁혀줌으로써 보다 합리적인 자산운용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대표상품제도의 목적과 구조에 정확히 일치하며, 다만 상품의 제공 및 선택이 법으로 강제된다는 제도적 차이만 있을 뿐이다. 대표상품제도는 금융기관 간 건전한 경쟁 구도 강화를 전제로 한다. 따라서 퇴직연금사업자는 연금시장에서 기관 간 차별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적 수단으로 디폴트옵션 상품을 설계하고 제시하여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쟁의 차원을 넘어, 타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선량한 관리자에게 부과되는 엄중한 수탁자책임(fiduciary duty)의 문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고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적격 상품의 승인 과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하여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금융기관의 바람직한 대응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디폴트옵션 적격 상품 사전 승인 제도
개정된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에서는 퇴직연금사업자가 고용노동부의 사전승인을 획득한 복수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제시하면 기업은 이를 퇴직연금 규약에 반영하고, 변경된 규약에 따라 근로자가 자신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최종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퇴직연금사업자는 우선 위험성향별로 총 7~10개의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정하여 감독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3) 기업은 제시된 최대 10개의 상품군 중에서 위험성향별로 최소 1개 이상의 상품을 선정하여 규약에 반영하여야 한다. 이러한 퇴직연금 규약의 변경에는 근로자 대표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DC 및 IRP 근로자는 퇴직연금 규약에서 제시하는 상품 중에서 자신이 구체적인 운용지시를 내리지 못할 때 자동으로 운용되는 디폴트옵션을 사전적으로 지정하게 된다.4)
2022년 말 고용노동부의 심의위원회는 2회에 걸친 본심사를 통해 39개 퇴직연금사업자가 제출한 318개 상품 중에서 총 259개의 상품을 적격으로 승인하였다.5) 초기 높은 탈락률과 함께 적격 상품 구성을 위한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시장에 전달되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평균 보수율이 30% 이상 인하되는 등 긍정적인 개선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사전 승인 과정에서의 특징적인 부분은, 원리금보장상품인 초저위험을 포함하여 모든 유형의 상품이 대부분 단일 펀드가 아닌 3개 미만의 펀드로 구성된 재간접펀드(fund of funds)로 제시되었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가 애초에 단일 펀드 외에 재간접펀드도 허용한 이유는 연금자산 운용에서 강조하는 위험의 분산 측면이었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는 이러한 재간접펀드를 포트폴리오로 표현하고 있다. 재무이론에 의하면 포트폴리오의 구성은 개별 종목의 혼합을 통해 비체계적위험(unsystematic risk)을 제거함으로써 분산 불가능한 시장위험(market risk)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이다. 하지만 재간접펀드의 구성 과정에서 이러한 위험 분산의 의미가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서는 논리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 특히 사전지정운용제도는 자본시장법에서 규율하는 적합성 원칙에 따라 근로자의 위험성향별로 그에 상응하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요구한다. 이런 구조에서 기존 퇴직연금 상품을 활용하여 위험성향별로 합리적이고 의미 있는 재간접펀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퇴직연금사업자의 보다 많은 고민과 노력이 요구된다.
제도 활성화를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
적격 상품의 위험성향 중에서 초저위험 상품군은 제도 도입 과정에서 논란이 많았던 원리금보장형을 의미한다. 원리금보장상품은 은행의 정기예금 외에 증권사의 파생결합사채(ELB)나 환매조건부채권(RP) 또는 보험사의 이율보증형(GIC) 상품 등으로 금융기관별로 다양한 유형의 상품 제시가 가능하나 이번 적격 상품 승인에서는 대부분 3개 이하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혼합으로 초저위험 상품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면, 각각 제시 이율을 달리하는 3개의 예금 상품을 4:3:3으로 섞어 가중평균으로 포트폴리오 이율이 계산되는 방식이다. 예금자 보호 및 은행의 도산 가능성이 거의 없는 우리 금융 환경에서 예금의 조합으로 구성된 초저위험 포트폴리오가 갖는 위험분산의 의미는 매우 제한적이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서 원리금보장상품은 시장위험이 없는 무위험자산으로서, 금융기관이 제시하는 약정 이율이 절대적 편입 기준이 된다. 시장위험이나 신용위험, 또는 거래상대방 위험 등이 배제된 상황에서 근로자는 오로지 제시 이율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로자 개인의 이러한 운용지시가 부재한 디폴트옵션 제도에서 최고 이율보다 낮은 이율의 예금 상품도 구조적으로 일정 비중 편입하는 초저위험 상품은 가입자 최선의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수탁자책임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분산된 위험의 투자자산을 전제로 하는 디폴트옵션 제도에 원리금보장상품이 동일한 구조로 포함되었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실적배당상품 중심인 저, 중, 고위험 상품군의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이러한 위험의 분산 문제는 보다 심각할 수 있다. 적격 상품에 대한 이번 승인 과정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의 제안이 혼합형펀드(Balanced Fund; 이하 BF)가 아닌 타겟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 이하 TDF)의 조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저위험 상품은 예금과 TDF의 조합으로, 고위험 상품군은 복수 운용사의 만기가 다른 여러 TDF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어떤 저위험 상품은 예금 80%와 TDF 20%로 구성되어 있다. TDF 비중이 작으니 저위험 상품에 부합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TDF의 목표일에 따라서 이 상품은 금융위기 같은 시장 하락기에 일정 규모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저위험 성향의 개인은 전체 수익률의 변동성보다 최대 하락 폭(maximum draw down)에 민감함을 감안하면 이러한 원금손실은 감내하기 어려운 위험일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상품 A는 TDF 비중이 20%로 저위험으로 분류되나 TDF의 목표일이 2040인 반면, 상품 B는 TDF2025를 80% 담고 있어 중위험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TDF라면 지금 시점에서 2025 목표일의 TDF는 거의 채권에 가까운 위험수익 특성을 보일 것이다. 결과적으로 상품 A는 투자자의 허용위험한도를 넘어설 수 있으며, 상품 B는 중위험성향의 개인이 기대하는 장기적인 기대수익률에 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종합하면 대표상품에 대한 근로자의 장기적인 투자 신뢰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부정적인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적격 상품의 승인 과정에서 감독 당국 또는 위원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모두 점검하고 효율성 높은 최적의 디폴트옵션으로 견인할 수는 없다. 이는 전적으로 상품을 설계하고 제공하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책임으로 귀결될 것이다.
이러한 상품 구성의 어려움은 근본적으로 위험성향별 재간접펀드를 구성함에 있어 TDF라는 목적 기반 자산배분 펀드의 적절성에 기인한다. 결론적으로 TDF는 중, 저, 고위험과 같은 특정 수준의 위험성향에 대응하는 재간접펀드를 구성하기에 적합한 펀드 구조가 아니다. 적격 상품 사전 승인에 제출된 재간접펀드의 구성을 살펴보면, 목표일에 따른 위험량의 차이6)를 반영하여 디폴트옵션이 요구하는 위험성향에 대응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예를 들면 고위험 상품은 TDF2045 위주로, 중위험 상품은 TDF2025와 TDF2045의 조합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블랙박스에 가까운 TDF의 글라이드패스와 포트폴리오 구성을 감안할 때 매우 부정확하고 불편한 구조이다. 특히 TDF의 위험량이 자체적인 글라이드패스에 따라 매년 동적으로 리밸런싱 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장기투자 수단으로 제시되는 디폴트옵션의 특성과는 더더욱 부합하지 않는다. 해외에서도 TDF가 디폴트옵션의 주요 상품으로 인식되고는 있으나, 이는 단일 TDF 상품에 대한 장기운용을 전제로 한다. TDF는 연금자산의 운용에 적합한 공간적, 시간적 분산효과를 단일 펀드에서 자체적으로 내재화하고 있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위험성향별로 제시되는 특정 위험량을 목표로 재간접펀드를 구성할 때 보다 유용한 수단은 BF(Balanced Fund)이다. BF의 또다른 이름은 목표위험펀드(Target Risk Fund; 이하 TRF)이다. 주식 및 채권 등의 다양한 자산으로 특정 위험량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의 펀드가 TRF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투자자 적합성의 원칙에 따라 위험성향별로 맞춤형 디폴트옵션이 제공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위험량이 명확하게 설정된 TRF의 조합으로 재간접펀드를 구성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고 합리적이다. TDF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재간접펀드가 갖는 또 다른 문제점은 글라이드패스에 의한 동적인 위험 조정이라는 TDF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효과적으로 고려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TDF는 개인의 위험성향에 부합하는 목표일을 선택함으로써 단일 펀드의 디폴트옵션으로 제시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론 및 시사점
미국의 QDIA는 디폴트옵션의 손실에 대해 기업의 면책을 부여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설계되었다. 디폴트옵션을 설정하는 주체인 기업은 오로지 근로자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의사결정을 해야 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조건으로 일종의 운용규제라 할 수 있는 QDIA가 제시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디폴트옵션 상품을 설계하는 금융기관이나 이를 규약에 반영하여 실행하는 기업 모두 투자 손실에 대한 책임은 원천적으로 차단되어 있다. 우리 디폴트옵션은 근로자에게 자동(default)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운용 손실에 대한 책임도 오롯이 근로자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는 미국과 같이 면책의 전제조건으로서 QDIA에 대한 감독 당국의 사전 승인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의 운용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에 포획된 시장이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인 우리 퇴직연금제도의 현실을 감안하여,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로서 적격 상품 사전 승인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디폴트옵션의 사전 승인은 최소 요건으로 실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감독 당국의 사전 승인을 통하여 적극적으로 좋은 상품을 선별하여 높은 수익률을 담보하겠다는 열거식 규제(positive screening)가 아니라, 최소 요건에 미달하는 나쁜 상품을 사전적으로 걸러낸다는 소극적 규제(negative screening)를 의미한다. 이번 적격 상품 승인 과정에서 제시되었던 계열사 상품, 과도한 판매보수, 보수 대비 저조한 운용성과 등의 불승인 기준이 이에 해당한다. 감독 당국에 의한 적격 상품의 사전 승인이 근로자에게 최종적으로 제시되는 상품의 수익성 및 효율성에 대한 공인(certification)으로 해석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정부에 의한 적격 상품의 승인은 문제가 명확한 비적격 상품을 최소한의 기준으로 걸러내는 과정임을 명확히 하고, 제도 활성화를 위한 감독 당국의 노력은 금융기관별 디폴트옵션의 성과가 쉽고 투명하게 비교 평가될 수 있도록 공시 체계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중되어야 한다. 민간 금융기관 간 경쟁 상품의 수월성을 정부가 담보한다는 오해는 어떤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좋은 상품의 선별은 감독 당국이 아닌 퇴직연금사업자의 역할이다. 수익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양질의 대표상품을 제시하는 것은 금융기관인 퇴직연금사업자의 엄중한 수탁자의무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퇴직연금 시장에서 사업자의 실질적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1) 유사한 개념으로 미국의 기업연금인 401k에서 제시하는 적격디폴트투자대안(Qualified Default Investment Alternative: QDIA)이 있으나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의 적격 상품과는 그 목적과 구성이 매우 상이하다. 401k의 QDIA는 디폴트옵션 투자로 인한 손실에 대한 기업 면책의 전제조건으로 장기투자의 위험분산을 목적으로 하며, 따라서 원리금보장상품이 포함되지 않은 분산된 위험의 실적배당상품으로 구성된다.
2) 2015년 금융감독원은 DC근로자의 합리적인 연금상품 선택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표상품제도를 도입하였다. 퇴직연금사업자별로 사전에 대표 포트폴리오(연금상품의 조합)를 설정하여 감독 기관에 등록하고, DC 근로자는 이를 자신의 연금상품으로 선택하는 방식이다. 강제 규정이 아니어서 퇴직연금사업자의 자발적 참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제도는 사장되었다.
3) 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는 초고위험을 제외한 초저위험(원리금보장형),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의 4개 위험성향에 대해 퇴직연금사업자가 초저위험 상품 1개를 포함하여 위험성향별로 2~3개의 포트폴리오(또는 단일 펀드)를 자사의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제시토록 하고 있다.
4) 이는 디폴트옵션이 실질적으로 opt-out이 아닌 opt-in 방식으로 작동함을 의미한다. 또한 DC 및 IRP 근로자는 정규적인 운용지시 과정에서 디폴트옵션 상품을 자신의 연금상품으로 지정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 사전지정운용제도는 opt-in 방식의 디폴트옵션으로 이해함이 바람직하다.
5) 제출된 318개의 상품 중 259개가 최종 승인되어 승인율은 81% 수준인데 비해, 1차 심사에서는 제출된 220개의 상품 중에서 55개의 상품이 탈락하여 25%의 높은 탈락률을 보였다(고용노동부, 2022. 12. 21, 근로자의 행복한 노후를 지키기 위해 정부-금융기관이 지혜와 역량을 모은다, 보도자료).
6) 목표일에 따른 글라이드패스로 펀드의 위험량을 자체적으로 리밸런싱 하는 TDF의 특성을 감안하면 2025와 같이 목표일에 근접한 TDF는 채권에 가까운 저위험 펀드로, 목표일이 먼 2050 TDF는 주식과 유사한 고위험 펀드로 분류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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