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필자 김용철로 언론사 특파원과 국제부장 출신으로 10년 앞선 고령사회의 리포트다. 본인의 근무 신문사는 노출하지 않았다.
장보기, 묘지 청소, 산책 동행, 취미 상대까지 진화하는 가사 대행 서비스라 성행한다. 인기 상승 중인 서비스가 요리 대행 서비스다. 식사 준비부터 설거지까지 대행한다. 다음 수요가 많은 서비스가 청소 대행이다. 고령자의 결정적인 신체적 약점은 무릎과 허리다. ‘사쿠라 서비스’는 성묘 대행 서비스로 유명하다. 장보기 서비스도 증가 상태다. 80세 이상이면 자동차 운전면허를 반납하는 이들이 꽤 된다. 집 주변에 마트가 없으면 이들은 이른바 ‘구매 난민’이 된다. 편의점의 슬로우 계산대는 ‘느긋하게 천천히’는 초고령사회 핵심 키워드다. 일본의 고령화 65세 이상이 29%를 넘어선 인구가 3,620만 명이고 그중 75세가 넘는 초 고령자가 절반이 넘는다.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75세로 진입하면서 일본 사회의 걱정은 커지고 있다.
손자의 날이 있다. 초등생 입학 선물은 조부모 몫으로 10월 셋째 일요일이다. 이날은 9월 셋째 일요일이 경로의 날이기에 한 달 뒤에 밸런타인데이-화이트데이의 조합을 벤치마킹한 셈이다. 할머니-어머니-손녀로 이어지는 3대 가족 티셔츠 제품이 등장하는가 하면 초등학교 입학 때 ‘란도셀’이라는 가죽 가방을 구입해 6년 내내 사용하는데 언제부턴가 이 가방은 손자-손녀의 초등학교 입학 때 조부모가 보내는 선물의 대명사가 됐다. ‘소니 생명보험’은 시니어의 생활 의식조사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자에게 가장 해주고 싶은 선물은 ‘용돈, 세뱃돈, 축하금’ 등 현금이고, 다음은 외식, 테마파크, 유원지, 완구 게임기, 의복 등 패션 상품, 여행 등의 순서였다. 일본 국민 개인은 2,000조 엔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는데, 이 돈의 60%를 60세 이상이 갖고 있을 정도로 일본 고령자들은 재력이 있다.
일본은 노동자는 부업이나 겸업의 형태로 다른 회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법률로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었다. 후생노동성의 취업 규칙 모델에는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업-겸업 금지 규정이 있다. 그러나 2018년 1월 구 규정이 삭제됐고, 노동자는 근무 시간 외에 다른 회사 등의 업무에 종사할 수 있다는 부업-겸업을 원칙적으로 승인하는 규정이 마련됐다. “소득이 높아도 연금을 안 깎습니다” 은퇴자 연금 감액제를 폐지했다. 과거는 월 소득이 28만 엔을 넘으면 연금의 최대 절반을 깎았는데, 2023년 4월부터 이 기준액을 48만 엔으로 끌어올렸다.
고령 직원 산재 막는다. 고령 근로자 매뉴얼을 만드는 일본은 65세 이상 노동인구가 875만 명으로 지난 10년간 약 300만 명이 늘었다. 60세 이상의 노인 근로자 비율이 26.1%를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신체 기능 저하로 발행한 넘어짐 사고, 열사병, 요통 등이 많았는데 이 중 무리한 활동으로 발생한 허리가 삐는 등 요통 산재가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중장년 ‘히키코모리’ 61만 명이 있다. 이들은 부모의 그늘에 누워 먹고 살며 ‘일을 안 하는 자식’을 말하는데 이 은둔형 외톨이가 나이를 먹으면서 골치 아픈 일들이 발생한다. 80대 부모에 50대 고령 자녀를 뜻한다. 문제는 히키코모리의 문제는 부모의 여생이 그리 길지 않다는 것이다. “내 유산을 기부합니다” 홀로 고령자의 새로운 종활, 트렌드는 “유증” 遺贈은 유언을 통해 재산을 법정 상속자가 아닌 제삼자에게 증여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혼자 살아오면서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그 은혜를 꼭 갚고 싶다는 것이 유증의 이유다. 유증의 문의가 늘자, 유증과 관련한 소개 팸플릿을 만들어 배포하고 있다.
폐교된 초등학교 위에 세워진 어른들의 학교를 ‘열중소학교’라 하는데 우리말로 ‘열심초등학교’, 어른들의 초등학교라 생각하면 된다. 열소초등학교의 경쟁력은 우수한 교사진이다. 국어는 출판사의 대표, 영어는 동시통역가, 이과는 드론 파일럿이나, 대학의 첨단기술연구소 교수, 사회는 유명 사찰 승려가 참여하는 식이다. 화려한 강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수업료는 학기당 1~2만 원이다. 교사에겐 교통비와 숙박비만 지급한다. 교사는 도시락을 지참해야 한다. ‘스마트 시니어’의 전국 네트워크로 멜로 구락부가 생겼다. 이제 노인까지 즐기는 것이 인터넷 일상이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런 고령자 부류를 ‘스마트 시니어’라 부른다. 멜로는 연륜이 쌓여 부드럽고 여유롭다는 뜻이다.
일본판 웰다잉, ‘종활’에 빠진 시니어들. 지자체의 주민 엔딩 서포트 사업 확산, 팔순 이상이 1,230만의 노인 대국 일본은 사망자 수도 늘어난다. 연 140만 명이 죽으면서 ‘다사’ 사회란 말이 나온다. 종활은 마지막의 종과 활동의 활을 합친 말이다. 인생의 끝을 위한 활동이란 의미로 ‘사람이 스스로 죽음을 의식하면서 인생의 최후를 맞이하기 위한 다양한 준비와 이와 관련한 삶의 총괄 활동’으로 정의한다. ‘미쓰이스미토모신탁은행’은 ‘1인 신탁’이란 상품을 판매했다. 돌봐줄 가족과 친척이 없는 노인을 대상으로 생전에 주로 안부 확인, 사후에는 엔딩노트에 기재된 희망에 따라 서비스한다. 수탁액은 3,000만 엔 이상의 고액이다. 같은 납골묘를 마련한 고령자끼리 교류하는 사람을 ‘묘 친구’라 부른다. 매년 벚꽃이 필 즈음에, 한자리에 모여 시를 낭송하거나 애도식을 하고 먼저 간 고인의 명복을 빌어준다. 이를 ‘데스 카페’라 부른다. 여기서 신 고령 세대의 키워드 ‘신세대 고령자’의 등장과 NO 은퇴, NO 의존, NO 무리한 행동이 나타났다.
실버 30년 전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0년 전 고령자는 80세까지 살기를 원했다. 당시 평균 수명은 78세였다. 2016년 고령자 희망 수명은 84세였다. 오래 살고 싶어 하는 만큼 건강에 대한 투자 열의도 강해졌다. 신세대 고령자의 은퇴 연령 60세를 출발점으로 만들었다. ‘액티브 시니어’가 주류를 이뤄 베이붐 세대가 은퇴 세대로 합류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령자의 절반이 “앞으로 삶이 어둡다”라고 답한다. ‘실소득의 감소’가 원인이다. 신세대 고령자의 세 가지 특성을 추출했다. 80세 인생 세대와 100세 장수 세대를 구분했다. 특징은 ①은퇴하지 않는다. (재출발 의지 강하고, 정보화 시대 적극 대응) ②의존하지 않는다. (부자간에 기대지 않고 동조보다 독자 의식이 강함) ③무리하지 않는다. (냉정하게 현실 직시 너무 긴장하거나 애쓰지 않고 긴 호흡으로 대처함)
신 시니어 여성상의 3대 키워드; 1. 나는 시니어가 아니다. 연장자에겐 시니어란 말을 쓰지만 정작 본인 자각 없어 2. 건강이란 늙음과 마주하면서 현상 유지하는 것. 시니어 건장 의식 젊은이들과 뉘앙스 차이. 늙음. 수용, 현재 상태 유지하면서 앞으로 밝게 사는 것이 중요. 3. 배우자와의 거리,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침 저녁 뿐. 인간관계에 몰입하지 않고 스트레스 없는 관계 유지 희망. 100세 시대 초고령사회에서, 평생 현역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일본의 유명 취업-이직 사이트 ‘도다’는 제2의 직업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에 대해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고, 배움을 지속하는 향상심이 강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간병의 품격을 높여주는 ‘배설 케어’의 진화. 초음파를 이용해 배뇨 타이밍을 예측해 알려주는 웨어러불 디바이스이다. 이 장치를 이용하면 기저귀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의미로 ‘디 프리’로 이름 붙여졌다. 피 간병인이 바라는 마지막 희망은 “스스로 배설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응답이 많았다. 배설 실패 경험은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저귀를 이용한 배설 캐어는 간병 직원이나 모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줍니다. 기저귀를 이용하는 고령자들의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준다. 상처가 난 자존감은 삶의 의욕을 잃기도 한다. “걷지 못하는 이유가 단순히 하지 근력의 저하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은 오랫동안 걷지 않아 걷는 방법을 잊어버려서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하지 근력의 힘을 기르는 것보다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걷게 해 걷는 방법을 기억해 내도록 하는 보행 운동에 중점을 두고 있단다. 초고령사회 일본은 2025년이 비상의 해다. 단카이 세대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75세로 진입하기 때문이다. 후기 고령자의 단기간 급증은 의료와 간병비 등의 재정 압박과 간병 인력의 태부족 사태를 일으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역발상과 현장 속에서 창출되는 뉴 마켓. 정년퇴직한 지인이 ”앞으로 1면은 아내와 한 달 살기 하면서 놀 거야“라고 웃는다. 첫 장소는 포르투갈이라면서 의기양양해 했다. 국내에서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방 한 달 살기 여건은 녹록하지 않다. 일본 전국에 거처는 2022년 기준 약 240개가 있다. 요즘은 한 달에 40만 원 정도만 내면 전국을 돌아다니며 지방 거주를 할 수 있다. 사전 예약제로 2~3일 단기에서, 최대 한 달까지 이용할 수 있다. MZ세대와 짝꿍 된 시니어 “100세 시대 두렵지 않아요.” 요즘 고령자에게 스마트 폰 이용은 필수다. 손자뻘 되는 대학생이 혼자 사는 고령자의 짝꿍이 되어주는 서비스가 등장해 주목받는다. 이 서비스는 시니어 세대의 웰빙을 실현하는 손자 세대의 ‘짝꿍 서비스’라는 콘셉트로 2020년 선을 보였다고 필자는 소개한다.
2024.07.30.
초고령사회 일본이 사는 법
김웅철 지음
매일경제신문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