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가 사랑했던 이중섭…50년 만에 나온 '가족과 첫눈'
이중섭, 가족과 첫눈, 1950년대 전반, 종이에 유채, 32×49.5cm.
국립현대미술관 이건희컬렉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흰색으로 툭툭툭 친 건 흰 눈인 것 같고, 그 안의 사람 좀 보세요. 엉킨듯 이어졌는데도 표현력과 소묘력이 압권입니다.
물고기, 새 다 살아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은 이 그림 앞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짜임새 있지 않나요?"
가난했던 화가 이중섭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어서일까.
이중섭이 1950년대 그린 '가족과 첫눈'은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이다. 사람들이 커다란 새와 물고기 사이에서 첫눈을 맞으며 뒹굴고 있다.
이중섭이 제주도에 정착한 이후 그린 작품으로 추정된다. 이중섭과 가족이 피란 이후 함께한 기간은 1951년 1월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지낸 1년이 가장 길었다. 유족들은 가난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기로 이때를 꼽는다. 이 그림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날 서귀포까지 눈을 맞으며 가족이 함께 걸어갔던 기억을 담아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은 묘하다. 딱 마주보면 색과 선이 움직이듯 발랄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분홍 파랑 파스텔톤 색감도 몽환적인 분위기에 한몫한다. '연필화·은지화' 이중섭이 이런 물감도 썼었나? 할 정도로 화사한 작품이다.
그림은 그리움이라고 했던가. 이중섭 그림은 그리움이 덩어리로 뭉쳐있다. 가족들, 아이들 그림은 모두 실처럼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고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