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막히는 3박 4일
12월 10일 수요일 저녁 7시 50분 경,
학원 갔던 작은 녀석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없는 목소리로 전화를 해 왔다.
“엄마, 오늘 수영 쉬면 안돼요?” 머리가 아프다는데 느낌이 별로 좋지 않았다.
10여분 뒤 녀석이 들어왔다. 이마, 얼굴, 손을 만져보니 몸이 용광로처럼 펄펄 끓었다.
미지근한 물에 수건을 적셔 온몸을 닦아내고 이마에 얹기를 몇 차례 체온을 재보니
38도 6분 얼굴은 불덩이처럼 발갛게 달아올랐고 목 핏줄에서 보이는, 맥박 뛰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었다. 경기를 일으킬까 두려워 병원 응급실로 뛰었다.
응급실 가는 내내 체온 재는 것을 잊지 않았다. 39도 2분....
가슴이 쿵쾅쿵쾅 머리는 온통 하얀게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그저 열이 내리기만을 간절히 기도 할 뿐...
응급실 도착!
간호사가 체온을 쟀다. 39도 4분..미치겠다...
집에서 해열제를 먹였는데도 떨어지지는 않고 계속 오르고만 있다.
큰 아이에 비해 말도 쫑알쫑알 잘 하던 아이가 불안하리만큼 너무나 조용하다.
고열에 눈 뜰 힘조차 없는지 자꾸 눈을 감으려 한다.
병원에서는 편도가 살짝 부었다고 한다.
편도가 살짝 부을 정도가 이렇게 주체 못할 정도의 열이 날까?
몇 년 전까지 몇 년 동안 편도를 앓아본 나이기에 믿을 수가 없었다.
먹는 것도 평소처럼 똑같이 잘 먹었기 때문에...
응급실에 다른 어린 응급 환자들이 몇 명 더 왔다.
모두 고열 환자다.
해열 주사를 맞고 집으로 돌아와서도 한참을 수건 찜질을 해야 했다.
2시간쯤 지난 새벽 1시 30분쯤부터 열이 조금씩 떨어졌다.
38도 4분, 38도 2분, 37도 7분....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수건 찜질과 체온 측정하는 것을 번갈아 하다 나도 모르게 침대에 기대어 앉아서 잠깐 잠을 잤나부다. 끙끙 앓는 듯한 아이의 신음 소리에 깜짝 놀라 열을 재보니 다시 오르고 있었다. 39도 6분!! 세상에 이보다 더 미칠 노릇이 또 있을까!
40도를 넘기면 애가 경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온몸을 닦아내고 이마에 올리기를 몇 차례, 다시 해열제를 정량보다 4분의 1가량을 더 먹였다.
휴대폰 시계는 4시 38분을 가르키고 있었고, 날이 새려면 아직 몇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하는데...
12월 11일 목요일
또다시 아침은 찾아오고 세상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여느 때와 똑같이 밝은 빛으로 노크를 한다.
일어나자마자 체온을 체크 했는데 밤새 주사 맞고 간호했던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36도 7분 거의 정상치이다.
작은 아이 먹일 야채 죽을 끓여 놓고 아침 준비를 해서 신랑과 큰 아이를 보내놓고,
또 열이 나면 꼭 전화 하라 하고 작은 아이를 학교에 바래다 주었다. 회사 출근해서 일을 하는데 일이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렇게 오전이 흘러갔고 전주거래처에서 급한 일로 내려와 옆에서 도면 끝낼 때까지 지키고 있기에 아이 아픈 것도 점심 먹을 겨를도 없이 일을 마쳐야 했다. 일을 마치고 시간을 보니 아이는 오후 수업이 시작했을 시간이다. ‘아프면 선생님이라도 전화를 했을 텐데, 아무 소식 없는 걸 보니 괜찮은가 보다’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이 됐다.
그리고 오후 3시 40분 전화가 왔다.
작은 아이다. 오전에는 괜찮았고 점심때 머리가 아파서 보건실에 누워있었단다.
그리고 학교 끝나고 집에 오면서 못 참고 전화를 한 것이다.
많이 힘들었을 텐데 전화하지 않고 참은 아이가 야속하기까지 한다.
회사에 사정 말씀 드리고 부랴부랴 집으로 향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 아이를 태우고 병원으로 갔다. 접수하고 진찰 받을 때까지 왜 그리 오래 걸리는지....기다리는 동안 측정해 본 체온이 38도 7분,.......39도...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좋겠다. 아이가 아프니 옆에서 지켜보는 게 너무 힘들다.
편도가 더 부어서 힘들 수도 있단다. 밥이 아니라 죽이지만 잘 먹는데.....
별다른 처방이 없다. 주사실에서 해열 주사 맞고 약 처방 받아서 집에 가서 물수건과 씨름을 했다.
12월 12일 금요일
고열 때문에 근육통이 같이 오나 보다. 밤새 팔다리 아프다고 끙끙 대는 아이의 팔 다리를 쉼 없이 주물렀고, 그렇게 또 밤을 세워야 했다.
새벽녘이 돼서야 열이 한풀 꺾였다. 아침 준비해놓고 야채죽 끓여 아이에게 이른 아침을 먹였다. 신랑과 큰 아이 깨워 아침 먹여 각자 보내놓고 작은 아이는 어제 같은 상황이 또 일어날 것 같아 학교에 보내지 못했다. 담임선생님께 전화를 하고 회사에도 전화를 하고 둘 다 집에 남았다.
열이 내려서인지 아이가 짧았지만 잠을 청했다. 이틀을 제대로 못잔 탓인지 자꾸만 어지럽다. 아이 옆에 쪽잠을 청했다. 아주 잠깐이지만 간만에 편한 잠이었다.
다시 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병원에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차림을 하고 있어야 해서
금새 일어나서 머리감고 샤워하고 설거지에 부엌 정리에 세탁기도 두 번 돌릴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 청소기 돌리려고 하니 아이가 깨는 듯 해서 가 보니 또 열이 오르고 있었고 이제는 귀도 아프고 간간히 하는 기침에 가슴이 아프단다. 고열이 계속 되다 보니 중이염까지 왔나보다 생각하고 점심 죽 먹이고 약 먹이고 얼른 병원으로 튀었다.
다행히 중이염은 아니란다. 걱정했던 폐렴도 아니란다. 불행중 다행이라는 말이 새삼 반가웠다. 고열이 계속돼서 또 열이 오르게 되면 그때는 입원해서 링거를 맞아 열을 내려야 한다고 한다. 제발 거기까진 안갔으면 하는 바램 뿐이다.
12월 13일 토요일
어제밤은 전쟁이 끝난 듯 평화로웠다. 또 열이 오를까 걱정돼서 깊은 잠은 못잤지만...
오늘은 시누이 남편, 그러니까 애들 고모부 환갑이어서 서울에 올라가야 하는데
아픈 아이 데리고 올라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신랑하고 큰 아이만 기타 태워 보내고
모처럼 작은 아이와 둘이서 평화를 즐겼다.
간간히 38도를 믿도는 미열이 있었지만 잘 참아줬고 해열제도 이제는 잘 듣는 편이었다.
어제 의사선생님이 말씀하신 입원해야 하는 불상사는 생기지 않았다.
숨 막히는 3박 4일이 그렇게 지나갔다.
12월 14일 일요일
오늘은 작은 아이가 말이 많아졌다.
괜찮아졌다는 증거다.
작은 아이 원기도 회복 시켜 줄겸 소고기 1근을 사서 신랑과 큰아이 도착시간 무렵에
이른 저녁을 먹으며 소고기 파티를 했다. 며칠 만에 누려보는 큰 행복이다.
작은 아이가 아직은 혼자 자기 무섭다면서 오늘도 함께 자기를 권한다.
오늘은 천국에 놀러온 것 같다.
12월 15일 월요일
작은 아이 침대 한쪽에서 자고 일어나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동안의 긴장이 풀린 탓이겠지..생각했는데 출근해서도
신통치 않다. 온 몸의 근육들이 시위를 하는 것 같다.
몸살인가 보다.. 오늘은 운영진 회의 있는 날인데...
갔다 와서 약 먹고 푹 자고 일어나면 괜찮겠지...
그래도 아이가 괜찮아져서 푹 잘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요즘 열감기가 유행이래요.
아이를 키우고 계시는 분이나 회원님 모두 열감기 조심하세요~
첫댓글 훌륭한 어머니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신랑들을 엄마들맘 모를껴~~~(본인 포함)
저희 신랑 포함
가끔 내가 편도선염을 앓는데... 증상이 딱 네 아들같아~ ㅎㅎㅎㅎㅎ 애들은 아마 더 힘들듯~~~ 엄마도 아들도 며칠 정말 고생 많이 했겠다~~ 근데 엄마가 아파도 애들 불쌍해지니까~ 몸관리 잘해서 그깟 몸살 오늘밤에 떨쳐버려~~ ^^*
그러게어제 저녁 약을 먹고 아침에 한번 더 먹었더니 어제보다 훨씬 낫다응원해준 덕분
아 역시 엄마들은 위대하네요..
제 아이들의 엄마이면서 엄마의 자식인데 엄마로서는 하는데 자식으로서는 잘 안되는 것 같아요..항상 마음만 품고 있을뿐,..
울 지원이도 편도 때문에 열이 나면 일주일씩 펄펄 끓는데,,,, 명진이도 어땠을지 눈에 선하네요. 순임씨 너무 고생했어요.
차라리 내가 아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네요..모든 엄마들이 그렇듯이..
엄마는 여자보다 아름답습니다............세상의 모든 엄마를 위하여...브라보~~~
모든 엄마를 위하여...브라보~~~~
모든 엄마을 위하여 브라보.....고생하셨어요.. ..엄마에게 감사함을 느끼는 글.....감사감사해요..
읽는 내내 가슴이 찡하네요..저도 저렇게 무심했나 하며..좀 찔리기도 하구요^^;;
오랜만에 왔더니 언니가 맘고생이~~좋아졌다니 다행이네요..저두 고만고만 꼬맹이들 이다보니 항상 마음이 불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