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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경제시평을 보고 금액이 너무 커서 놀래기도 했고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찾아보게 됐는데요. 다른 글을 참조한 것이 아니라 직접 썼기 때문에 오류의 가능성이 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저는 회계사가 아닙니다. 혹 전문 지식이 있는 분이 검증해 주시길 바라며 자세히 적었습니다. 또한 혹시 모를 오해를 막기 위해 경제시평을 반박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미리 밝혀둡니다. 다만 막연한 두려움을 구체화해보고 싶은 생각에서 쓴 글입니다.
우선 파생상품에 대한 회계처리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 기업회계기준에 관한 해석 중 (53-70) 파생상품 등의 회계처리에 대한 아래 자료를 찾았습니다.
내용이 많아서 아직 다 보진 못했지만, 29페이지에 아래 내용이 있더군요.
마. 은행, 증권, 보험, 선물회사 등의 경우 파생상품자기거래의 미결제약정분에 대한 계약금액(계약단위의 수량)을 파생상품별로 다음과 같이 공시한다.(별첨 1참조)
(1)계약금액이 외화기준일 경우는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로 환산한다.
(2)통화선도거래, 통화선물, 통화스왑과 같이 매입/매도포지션이 동시에 나타나는 통화관련 파생상품거래는 매입계약금액과 매도계약금액을 구분하지 않는다. 이 경우 원화 대 외화거래에 대해서는 외화기준 계약금액을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로 환산하고, 외화 대 외화거래에 대해서는 매입외화기준 계약금액을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로 환산한다.
(3)옵션은 매입, 매도계약금액으로 구분하여 공시한다. 한편, 통화옵션의 경우는 매입,매도 여부를 외화기준으로 판단한 후 외화기준 계약금액을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로 환산한다.
(15-2) 미결제약정분에 대한 계약금액은 파생상품거래규모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으나,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의 크기가 재무제표에 평가손익으로 공시되고 실제 부담하고 있는 위험과 계약금액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음을 고려할 때 정보제공의 효익과 비용을 고려하여 일반적으로 주석사항으로는 공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은행, 증권, 보험 및 선물회사 등의 자기거래에 대해서는 그 거래규모를 공시할 필요가 있는 바 이를 주석으로 공시한다.
(15-3) 통화관련 파생상품거래는 매수계약금액과 매도계약금액을 구분하여 공시하면 거래규모가 이중으로 계상되는 문제점이 있으므로 이를 구분하지 않는다.
진한 초록색으로 표시한 부분을 보시면 확인하실 수 있는 점은,
1. 일단 은행이 미결제 약정분에 대한 계약금액을 주석사항에 공시하는 것은 회계규정에 따른 것입니다.
2. 계약금액이 외화기준일 경우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적절한 환율(예를 들면, 분기말일 매매기준율)로 환산합니다.
3. 미결제약정분에 대한 계약금액이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의 크기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4.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의 크기는 재무제표에서 평가손익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단 시평에서 지적한대로 통화선도, 이자율스왑, 통화스왑이 대부분이므로 그것들에만 집중해서 보면 되는데요.
우선 계약금액은 각각의 경우 다음과 같습니다.
- 통화선도(일정 통화를 일정 기간 후 팔거나 사기로 약정하는 경우)에는 해당 통화금액
- 이자율스왑(통상 변동금리와 고정금리간 전환을 약정)에는 이자금액이 아니라 원금
- 통화스왑(통화선도+이자율스왑)도 이자금액이 아니라 원금
통화선도의 경우 해당 통화금액이 계약금액이므로 환율 변동 만큼 그대로 거래손익으로 연결됩니다.
하지만 이자율스왑의 경우 원금이 계약금액이고 이자율의 변동이 거래손익입니다. 따라서 실제 발생할 손익은 계약금액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봐야할 것 같습니다. 원금이 모두 손실이 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자율 변동에 따라 달라지는 이자지급액의 차이가 손실이니까요. 예를 들어 변동금리로 지급을 해야 하는데 이자율 스왑을 통해 고정금리로 바꾸는 거래를 했다면 이자 지급시점에 이자율이 하락할 경우 손실이 발생합니다.
통화스왑은 이자율 뿐 아니라 환율 변동에 따라서도 손익이 달라지니까 이자율스왑보다는 계약금액대비 실제 손익의 규모가 더 크겠죠.
또한 대차대조표일 현재의 환율로 환산한다고 했으니 환율이 올라갈수록 계약금액 자체는 커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총 계약금액이 1달러였는데 900원이던 환율이 1,400원이 되면 원화로 환산한 계약금액이 500원이 올라간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미결제 약정분에 대한 계약금액이 모두 손실이 날 것으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죠. 시평에서도 단순계산으로 계약금액 2조 달러 중 최소 3,500억 달러의 손실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했습니다. 물론 이 금액도 천문학적인 규모입니다.
여하튼 더욱 중요한 것은 회계규정에서는 파생상품거래에 따른 위험의 크기가 재무제표에서 평가손익으로 나타난다고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8~9페이지에 아래 내용이 있습니다. 회계용어다 보니 딱딱합니다만 중요 내용만 보면 됩니다. 앞에서 말한 내용과 연결지어서 보면 모든 파생상품은 계약금액이 아닌 공정가액으로 평가해서 자산과 부채로 최초로 기록을 하고 분기나 연간에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시점 기준으로 공정가액을 재평가해서 차이를 평가손익으로 기록하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6. 파생상품 회계처리의 일반원칙
가. 파생상품의 인식
파생상품은 해당 계약에 따라 발생된 권리와 의무를 자산․부채로 인식하여 재무제표에 계상한다.
(6-1) 파생상품이 그 포지션에 따라 결제시점에서 현금유입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은 미래 경제적 효익에 대한 권리로서 일반적인 자산계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며, 반대로 결제시점에서 현금지출을 수반하게 되는 것은 미래에 자산을 희생해야 하는 의무로서 일반적인 부채계상의 요건을 충족하는 것이다.
나. 파생상품의 평가
모든 파생상품은 공정가액으로 평가한다.
(6-4) 공정가액은 해당 파생상품의 현행 현금흐름 등가액을 반영하므로 기업실체의 유동성이나 지급능력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과거의 거래정보인 취득원가보다 재무제표 이용자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럼 평가손익으로 기록된 금액은 얼마일까 궁금해서 국민은행 분기보고서를 찾아봤습니다.
7~8페이지에 걸쳐 나와있는 3분기 손익계산서를 보면 파생상품 거래손익이 -989억원, 파생상품 평가손익이 1,947억원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3분기 중 계약이 종료되거나 현금 유출입이 있었던 파생상품 관련 거래에서 발생한 순손실이 989억원 발생했지만 남아있는 미결제 약정금액을 자산과 부채로 나누어서 공정가액으로 평가했더니 1,947억원의 평가 순이익이 있었다라는 말입니다. 두 금액을 합쳐서 본다면 3분기에는 파생상품 거래에서 958억원의 순이익이 난 셈입니다.
08년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봐도 파생상품거래손익이 354억원 흑자, 파생상품평가이익이 875억원 흑자로 두 금액을 합치면 1,229억원 흑자입니다. 이걸 어찌 해석해야 할 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대차대조표를 확인해 봤습니다. 공정가액으로 평가해서 자산과 부채로 기록한다고 했으니 그 금액의 차이가 국민은행이 3분기 말 현재 보유하고 있는 미결제 약정금액에서 발생할 손익 규모를 포괄적으로 나타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산: 6조 8,062억원
부채: 7조 2,858억원
차이: -4,796억원
국민은행과 회계법인은 3분기 말 기준으로 202조 3,718억원에 달하는 파생상품 미결제 약정금액에서 총 4,796억원의 손실이 날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국민은행의 손실입니다.
3분기 말 원/달러 기준환율이 1,187.70원이었고 어제 환율이 1,475.50원이니까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차액의 규모가 환율이 상승한 만큼 늘어날 것으로 막연히 예상하기 어렵네요. 다양한 거래 상대방과 다양한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상쇄되는 거래도 물론 있을테구요.
또한 여전히 많은 의문이 남습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질문은 국제수지 파생상품 수지의 적자는 과연 누가 감당하고 있는가 일 것 같습니다. 수출업체, 해외펀드 투자자, 은행 등이 주요 후보군일 것 같습니다. 수출업체나 은행은 기업이므로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해외펀드 투자자, 특히 개인의 경우에는 공개적으로 손실을 기록하지 않으므로 직접 알아내기 어렵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참고 삼아 자산운용협회 자료에서 해외펀드 월간 출금 금액을 보니 9월에 2조 626억원, 10월에 2조 1,657억원이었습니다.
몇 가지 가정을 하고 9월과 10월 원/달러 평균 환율이 각각 1,130.40원과 1,326.92원이었음을 이용해 환손실이 얼마나 실현됐을지 추측해 볼 수 있습니다.
1. 매수시점을 07년 10월. 당시 해외펀드 월간 설정액이 20조였고 평균환율은 915.86원
2. 해외펀드는 모두 투자자에게서 원화로 받고 이를 달러로 환전해 투자하며 통화선도계약 이용해 설정액만큼 헷지(즉, 나중에 달러 매도 & 원화 매수하는 계약)
3. 올해 9월과 10월에 출금된 금액은 손실을 뺀 금액(이건 확인을 하면 되는데..)
4. 평균환율의 차이를 환손실로 계산
5. 환 손실액 = 출금금액 / (1 - 환율상승률) - 출금금액
이렇게 해보면 9월에 약 6,300억원, 10월에 1조 7,600억원의 파생상품 거래 순손실이 해외펀드 환매에서 발생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파생수지 적자 폭이 9월에 27.6억 달러, 10월에 39.1억 달러였고 해당월 평균환율 기준으로 원화로 환산하면 3조 1,249억원과 5조 1,910억원입니다. 20~30%는 해외펀드 환매액으로 설명된다고 봐도 될까요? 나머지는 수출업체와 은행 등등에 골고루 퍼져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론을 내자면, 파생수지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지금까지는 버텨오고 있지만 환율이 현재처럼 높은 수준에서 계속 유지될 경우 파생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기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평에서 말했듯 은행이든, 개인이든, 기업이든 누군가는 손실을 보고 있다는 말이니까요. 반대로 보면 환율이 안정될 경우 국내 금융위기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댓글 감사하게 읽고 공부합니다. ^^
국민은행의 경우 2007말-> 2008Q3 동안 파생상품자산이 1.6조->6.8조 파생부채가 1.8조->7.2조 파생상품 미결제잔고가 거의 4배이상 늘어난건 사실이군요. 그리고 국민은행 기준으로 거래액의 3.2%가 미결제약정잔고로 남고 손해율이 7% 정도로 보면 우리나라 전체적으로는 약 5조원의 파생손실이 11월에도 발생된다는 계산인데 그러면 거의 10월 파생적자 수준인 30억불 이상 발생할 듯 합니다.
제가 관심있게 본 것은 향후 예상되는 손실의 규모, 즉 파생상품관련 (자산-부채)의 크기입니다. 07년말에 비해 부채도 늘었지만 자산도 늘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은행이 한쪽 방향으로 투기적 거래를 했다면 올해 들어 거래손실과 평가손실이 모두 크게 늘었어야 했는데 3분기 실적까지는 그런 점이 안 보이네요. 일단 08년 연간 실적보고서가 공시되는 내년 3월 말까지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그에 앞서 파생수지 적자는 확인이 가능하므로 실제 거래손익의 규모는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젤코바님이 말씀하신 규모의 파생수지 적자는 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합니다.
은행의 파생상품 위험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자면 은행이 자기계산으로 투기적 거래에 나서지는 않은 것 같고 은행의 파생상품 포지션으로 인해 발생할 손실의 규모가 각 은행별로 수천억원 수준은 되지만 몇십조, 몇백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참고로, 다소 투기적 거래를 한 것으로 알려진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08년 들어 파생상품 거래순손실이 970억원, 평가순손실이 3,665억원 발생했습니다. 대차대조표로 보자면 3분기말 기준 파생상품 (자산-부채)의 규모는 -1,632억원입니다.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회계기준에 따르면 이 금액이 향후 파생상품 포지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의 크기입니다. 물론 3분기말 기준 환율, 이자율 등 변수를 감안해 계산된거죠. 여하튼 대우조선해양의 실적을 국민은행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은행들이 투기적 거래를 했다는 주장에 대해 의구심이 듭니다.
추가로 한 가지만 더 생각해보면, "파생수지 적자"에 관한 정보가 시장에 나온 지 꽤 됐는데도 주식시장이 별 반응을 안 보입니다. 막대한 규모의 손실이 예상된다면 펀더멘털이건 패닉이건 주가가 급락했어야 맞는데요. 저는 효율적 시장가설이 100% 실제로 반영된다고 보진 않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주어진다면 주가에 반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은행에서는 기본적으로 스퀘어포지션을 원칙으로 하는 것 아닌가요 우리나라 은행이 아직 외국의 투자은행처럼 할 여건이 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리고 그런 수익에 대한 직원들의 실적급제도도 아직 없을 테니까요
제 생각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오픈포지션으로 투기적 거래를 했을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입니다.
사실 2000조원 계약 잔고보다 손실 가능성으로 언급된 3500억달러가 더 큰 걱정입니다. 젤코바님께서 말씀해 주신대로 11월에도 30억불수준의 파생적자가 발생하고 내년 1/4분기까지 이어진다면 은행들 정말 줄도산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여집니다. 그럼 지금 어떤 식으로도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구요... 이에 비해 세상은 너무 조용하네요... 폭풍전야처럼요...
제가 본문에서 설명드린 점이 바로 막대한 계약잔고가 어느 정도 손실로 연결될지에 대한 것이었죠. 거듭 말씀드리지만 제가 확인한 바로는 기업들의 회계처리 기준에서 보면 파생상품 관련 (자산-부채)가 향후 발생할 손익의 예상치입니다. 그 규모가 작진 않지만 악몽같은 수준도 아닌 것 같다가 현재 제 판단입니다.